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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윤리적 육식의 길, 한국 전통 식문화서 찾아라

■고기의 인문학(정혜경 지음, 따비 펴냄)

채식 기반 고기 조금씩 섭취

우리 조상들의 식습관 속에

공장식 축산 극복 힌트 담겨 있어

■고기가 아니라 생명입니다(황주영·안백린 지음, 들녘 펴냄)

가축도 하나의 생명으로 존중

건강 보장·고통없는 도축 등

더 나은 동물복지 방안 제시





한국인이 좋아하는 요리하면 빠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대표 음식인 ‘비빔밥’이나 ‘냉면’이 아니더라도 ‘불고기’ ‘족발’ ‘삼겹살’ ‘삼계탕’ 같은 고기를 주제로 한 요리들이 있다. 우리의 고기 요리는 꽤 다양하다. 살코기뿐만 아니라 부속물이라고 불리는 간, 골, 내장, 뼈, 피를 사용해 만드는 다양한 요리들이 수백년 간 국민 먹거리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와서 인간의 육식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좁은 공간에 가축을 밀집해 기르는 공장식 사육은 비위생적인 환경과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해 동물의 면역체계를 악화시키고 환경오염, 각종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처럼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한 인간의 욕심은 인류 역사가 고기와 항상 함께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때마침 ‘고기’를 주제로 책들이 동시에 출간됐다.

먼저 책 ‘고기의 인문학’은 선사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한국인의 고기요리 역사를 다루고 있다. 삼국시대 불교가 국교로 채택된 이래 고려 시대를 거치면서 채식의 전통이 형성됐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예부터 고기를 사랑한 민족임이 분명하다. 주로 야생동물을 사냥해 먹던 인류는 부족국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축을 사육하기 시작한다. 이 때부터 말, 소, 돼지, 개 등을 키워 고기를 먹고 가죽으로 옷을 만들고 기름은 몸에 바르며 생활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육류를 찜과 구이로 조리해서 먹는 방식도 이때부터 개발됐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육식민족으로 불리는 서구가 아닌 한국인들도 고기를 무척이나 사랑했다는 기록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고기를 꼬챙이에 끼워 숯불에 구워 먹는 맥적(貊炙)은 우리 민족의 전통음식이다. 그 기원은 부족국가 시절의 유목민족인 맥족이 즐겨 먹던 음식으로 기록돼 있다. 맥적은 중국인까지 홀렸다. 중국 진나라 수신기에는 ‘부여식 고기구이 맥적은 이민족의 음식인데도 중국 사람들이 즐긴다. 귀인이나 부유한 집의 잔치에 반드시 내놓고 있으니 이것은 그들이 이 땅을 침범할 징조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중국인들을 홀린 맥적은 고기구이의 일종으로 그 전통이 조선 시대 ‘설하멱적’으로, 다시 ‘너비아니’를 거쳐 지금의 ‘불고기’로 발전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인간이 고기를 끊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한국인도 고기를 무척 좋아하는 민족이다. 한국만큼 고기를 다양하게 요리해 먹는 국가도 없을 것이다. 삼국시대 불교로 인해 채식을 위주로 섭취하게 됐지만, 현재 한국인이 먹는 다양한 고기 요리만 봐도 과거 독특한 육식문화를 갖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고기는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저자는 한국인에게 고기란 ‘우리는 고기를 고기 자체로 즐기는 조리법보다는 채소와 함께 맛을 배가시키는 음식문화를 가졌다. 우리 고기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한국인의 정체성 찾기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고기문화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메타포이기도 하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우리 선조들이 고기를 먹어온 방식은 다름 아닌 채식주의이지만 경우에 따라선 육류나 생선도 먹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라고 결론 내린다. 채식을 기반으로 하되 고기를 조금씩 먹으며 즐겨온 민족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우리 조상들이 고기를 먹어온 방식 속에 공장식 축산의 폐혜와 환경 파괴를 극복할 고기 문화의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1만7,000원.



비슷한 시기에 나온 또 다른 책 ‘고기가 아니라 생명입니다’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 셰프와 생태주의적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본 동물에 대한 입장을 담고 있다. ‘고기’의 관점에서 ‘가축’을 보지 않고 하나의 생명으로 여겨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중심주의 사상과 자본주의식 축산업 아래서 동물은 생명이 아니라 ‘상품’으로, 가축은 생산성을 위한 ‘자원’으로 극한 환경에 내몰려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는 점을 고발하고 있다. 책은 젠더 문제와 동물을 연관 짓기도 한다. 공장식 축산농장이나 반려동물 번식장에서 출산을 강요당하는 방식이 여성을 재생산의 도구로 대상화하는 가부장적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페미니즘은 오늘날 동물 문제를 바라보는데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은 동물의 권리를 지키면서 ‘윤리적 육식’이 가능한지를 짚어본다. 무엇을 먹느냐를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육식은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심리적 문제라고도 말한다. 그러면서 동물이 안전과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도축방법으로 고기를 얻을 수 있는 복지농장, 즉 동물복지론을 주장한다. 저자는 “완벽하게 동물로 만들어진 제품을 소비하는 걸 거부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인정하는 동시에 “그러나 이를 인지하고 더 나은 방안을 끊임없이 지향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1만4,8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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