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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칼럼] 자식들에게서 빼앗아 쓰는 정부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국채발행으로 재정 메우는 정책은

결국 미래세대에 부담 떠넘기는것

경쟁력 강화에 쓴다면 다행이지만

선심성 지출은 경제회복 도움안돼





지난 두 달 간 우리 사회를 블랙홀로 빠뜨렸던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했다. 조 장관이 물러나면서 눈에 보이는 게 당장 뭘 먹고살지에 대한 문제이다. 주변에 늘어만 가는 점포 임대광고와 6개월이 멀다 하고 주인이 바뀌는 식당들이 보이고 웬만큼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해외로 나갈 생각만 하는 이때에 경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자화자찬하는 정부를 보는 것도 이제 익숙해져 간다.

연말이면 내년도 예산심의가 열린다. 이대로라면 3년 만에 100조원이 넘게 늘어나 500조원이 훌쩍 넘어가는 정부예산안이 통과될 것이다. 급격한 복지지출의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늘어난 정부지출이 과연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것인가는 의문이다. 경제학에는 리카디언 등가 정리라는 이론이 있다. 정부가 아무리 지출을 늘려 주머니에 돈이 들어와도 합리적인 소비자나 기업은 정부가 이러한 지출 증가를 언젠가는 세금인상이나 다른 방법으로 메꿀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소비나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가계와 기업이 안고 있는 엄청난 양의 부채는 정부지출 증가가 미치는 영향을 현저히 감소시킬 것이다. 정부지출이 정부가 원하는 대로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늘어난 지출을 뒷받침해줄 세수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불경기로 인해 기업의 법인세와 가계의 소득세 수입이 예상치를 훨씬 밑돌고 있고 부동산거래 축소 등으로 인한 양도세 수입 감소가 현실화하고 있다. 연말까지 당초 세입예산에 비해 2조원 이상의 결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이러한 세수 부족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획기적인 지출감소 및 세입확대정책이 추진되지 않는 이상 재정적자 규모는 과거 외환위기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초과할 것이며 국가채무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GDP 대비 40%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부채와 8대 사회보험의 재정 상태를 보면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39개 공공기관의 당기순이익은 계속 감소해 올해는 적자를 보이고 부채규모는 다시 증가세로 반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건강보험과 고용보험의 올해 당기수지는 적자가 날 것으로 전망되며 적립금이 급속히 고갈되고 있다.



폴 크루그먼을 비롯한 몇몇 학자들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정부지출 증가를 통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주문한다. 이자율을 낮추는 확장적 통화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때에 재정정책이 경기부양의 주요한 채널이 된다는 측면에서 정부 지출증가의 필요성은 크다. 하지만 확장적 재정정책을 주장하는 경우 반드시 따라오는 문구가 있다.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라는 말이다. 지금의 정부재정 상황과 향후 몇 년간의 세입·세출전망을 보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게 뻔하다. 지금 정부는 이와 같은 재정 공백을 정부부채증가로 메꾸려 한다. 세금을 늘려 메꾸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국채발행으로 재정을 메꾼다는 것은 결국 우리 자녀세대에게서 빼앗아 지금 쓰자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그들에게서 빼앗은 돈을 정말 잘 쓰고 있는 것일까. 늘어난 정부지출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의 생산성 증가를 위해 쓰이고 있을까. 아니면 복지지출이라는 명목하에 통계 숫자가 좋게 보이는 곳으로만 지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태양광 사업의 보조금을 여권 인사가 개입된 소수가 독점한다든지, 여권 지자체장의 선심성 국책사업에 수십·수백억원의 돈이 들어간다든지 하는 뉴스를 볼 때마다 지금의 청년들과 자식들에게 정말 미안해진다. 지금의 조국 사태보다 더 큰 문제는 이에 가려진 경제위기이고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는 정부이다. 이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손발이 묶여 너무 늦은 때일 수 있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경제시민 앞에서 정부의 선심성 재정정책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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