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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책이 무엇인지 모르는 대통령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소주성 앞세워 대기업 배척하더니

최근엔 대기업 찾느라 바쁜 행보

성공 대통령, 결국 경제가 판가름

민심부터 수습 정책 가다듬어야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 찾아다니기에 바쁘다. 12일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 삼성’이라고 지칭하고 대형투자를 약속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여섯 차례나 했다고 한다. 15일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를 찾아가서는 “현대차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대통령이 달라진 것일까 아니면 본색을 그동안 숨기고 속내와는 다르게 반(反)대기업적 태도를 취한 것일까. 다분히 헷갈리는 언행이지만 만시지탄일 뿐이다.

경제가 어렵긴 어려운가 보다. 소위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우면서 대기업 적대정책을 천명하기에 주저함이 없던 정권과 대통령이 지금 보이고 있는 언행은 지극히 혼란스럽다. 이러한 언행은 경제와 정책에 대한 무지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대통령을 포함한 집권세력이 언행을 바꾸면 경제도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면 경제와 정책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경제는 사람이 영위하는 것이다.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는 발전도 활성화도 도모할 수 없다. 일찍이 노벨상에 빛나는 시카고 대학의 석학 로버트 루카스는 국가 구성원 대부분이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경제발전의 전제조건임을 설파하고 있다. 분열된 국가에서 경제발전을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라는 것이다. 경제 활성화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나라가 과연 그 같은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곳인가. 조국 사태에서 보듯 대한민국은 이념으로, 나아가 지역과 계층·연령·성별 등으로 사분오열돼 있다. 그 와중에 몇십만명씩 군중이 모여 서로 죽일 듯 비난하는 집회가 계속되는 것을 직접 민주주의의 발현이지, 국론분열이 아니라고 한 대통령의 말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때때로 들려오는 문 대통령의 달나라 언행은 그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국민의 마음을 한 방향으로 모으는 것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쉽지 않다. 그렇기에 잘 설정된 목표를 중단 없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 점에서 철저하게 실패하고 있다. 처음 이론적인 논거도, 실증적인 분석도 부재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것을 호기롭게 주창하면서 대기업을 배척하더니 여의치 않으니까 포용성장·혁신성장으로 초점을 흐렸다. 그러고는 이제 대기업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무엇이 진심인가. 정권의 반도 되지 않아 지향하는 바가 갈지자로 흔들리니 국민의 마음이 어떻게 한 곳을 지향할 수 있겠으며 성장과 활성화를 바랄 수 있겠는가.

정책을 예술이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예술이 인간의 마음을 하나로 엮듯이, 좋은 정책은 국민이 서로 함께 참여하도록 한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언행은 모두 정책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하나하나가 가벼워서도 안 되고 혼란스러워도 안 된다. 심모원려가 부족한 언행은 집권세력의 언어를 빌리자면 적폐다. 그럼에도 문 정부 들어 피아 갈라치기와 상대방을 향한 적대가 일상사로 횡행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론분열은 피하는 것이 시급하다. 포토라인과 심야 조사를 없애는 것은 절차적인 것인데 뭐가 그리 어려운가. 검찰의 내부감찰권까지 법무부로 이관하고 정권의 직접적인 관리 아래 놓이는 공수처를 새로 설치하는 것은 검찰 권력의 정치화를 도모하는 개악이라는 생각이다. 검찰 문 앞에도 가 본 적 없는 일반 국민 대부분의 눈에는 이 모두 신선놀음일 뿐이다. 성공을 위해서 매진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그의 성공은 결국 크게 경제지표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경제에는 상하 귀천, 크고 작음, 멀고 가까움의 구별이 없다.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다양함을 함께 묶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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