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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기칼럼] 노동존중 사회에서 기업투자 이끌어내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

비정규직 임금·직무체계 정비해

미래지향적 노동질서 만들 필요

탄력근로도 사회적 합의 수준서

법개정 서둘러 불확실성 없애야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행보가 부쩍 늘고 있다. 잇따른 기업 방문과 긴급경제장관회의,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내놓은 대통령의 메시지는 “기업 투자를 지원하고 규제 혁신에 속도를 내는 등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식어가는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일각에서는 말뿐인 ‘쇼잉’이라 비판하고 다른 쪽에서는 정책 기조의 친기업적 전환을 우려한다. 전망컨대 문재인 정부가 후반기 2년 반 동안 걸어갈 길은 아마 그 중간 어디쯤이 아닐까.

분배 위주의 친노동 기조를 전면 폐기하고 정책의 ‘완전한 유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가 궤도를 이탈해 정책 뒤집기에 나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소득주도 성장과 노동존중 사회는 이 정부의 시그니처(간판) 정책과도 같은데 이를 완전히 폐기할 리가 없다. 폭넓은 사회적 합의를 이룬 대안 패키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쪽이 기대하듯이 더 과감한 진보적 개혁의 가속페달을 밟을 처지도 아니다. 이제 그럴 힘도 없다. 시장은 이미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주 52시간제의 충격을 가라앉히기도 버거운데다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노동계를 편들어온 정부 태도에 기업들이 바짝 움츠러들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들이 중간에 흐지부지되지 않고 시장에 잘 녹아 들어갈 수 있도록 끝마무리에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노동존중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기업 투자를 이끌어낼 방법을 찾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간판은 유지하되 메뉴를 좀 바꾸고 조리법(정책 추진의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정도가 아닐까.

노동존중과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실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회적 대타협으로 규제 개혁과 노동 개혁의 돌파구를 여는 것이지만 그 기회는 이미 사라진 듯하다. 짐작건대 대통령 1호 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에 정성을 다할 때 문 대통령의 기대는 사회적 대타협이었으리라. 그러나 경사노위의 파행으로 확인됐듯 노사 리더십은 충분하지 않았고 정부가 구사한 사회적 대화의 기술도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그나마 다행은 광주와 구미·군산 등 고용위기 지역에서 ‘일자리를 위한 연대’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이 정도가 노사정이 감당할 수 있는 타협의 경계라고 하겠다. 노사정의 이런 협력방식을 기업현장으로 확산시키면 투자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 상승을 상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노사협력과 생산성 향상이다. 마침 정부는 혁신성장의 일환으로 제조업 르네상스와 스마트 공장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 부가가치를 더하려면 생산 공정의 디지털화만이 아니라 근로자의 능력 개발과 노사협력이 더해져야 한다.

기존의 노동부 주도 일터혁신 사업을 국가적 사업으로 키워 혁신성장에 접목하고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는 전국적인 생산성 향상운동으로 격상시키는 방법도 있다. 또 디지털 기술을 통한 공정혁신에 맞춰 업종과 직종에 따른 인적자원 관리체계를 바꾸기 위한 상세 프로그램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

새로운 개혁과제를 찾기보다 이렇게 현재 진행 중인 과제들을 잘 마무리 짓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시장의 질서를 미래지향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과제는 또 있다. 공공 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95% 달성된 데 만족할 게 아니라 이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임금과 직무체계를 정비해 보다 공정한 노동시장 질서를 만들어가는 것이 미래지향적이다. 몇몇 공공기관의 성공사례가 쌓이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체계화해 민간 부문으로 확산시키는 메커니즘을 구축할 수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탄력근로제 개편도 몇 달 동안의 시행 유예보다는 법 개정에 힘을 쏟는 게 낫다. 이미 사회적 합의를 이룬 수준에서 하루빨리 개정안을 처리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없애줘야 한다. 부족한 유연화는 몇 년 후 다시 추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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