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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류, 작가들의 튼튼한 스토리가 힘이죠" [비하인드 더 드라마]

■ 안제현 삼화네트웍스 대표

안제현 삼화네트웍스 대표./이호재기자




‘목욕탕집 남자들’, ‘제빵왕 김탁구’, ‘열혈사제’….

제목만 들어도 다 알만한 이 드라마들은 방영 시기도, 방송사도 다 다르지만 모두 한 제작사를 통해 세상에 나온 작품들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공채 출신 PD·배우를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드라마를 만들던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부터 국내 드라마 외주 제작 시스템의 중심에 서 온 삼화네트웍스다.

삼화네트웍스는 1980년 삼화비디오프로덕션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국내 외주 드라마 제작 시스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곳이다. 삼화네트웍스가 드라마 외주 제작을 처음 시작한 1986년부터 지난 33년 동안 제작한 드라마는 줄잡아 110여 편. ‘목욕탕집 남자들’, ‘왕초’ 등 1990년대 후반 큰 인기를 구가했던 작품을 비롯해 ‘명성황후’, ‘엄마가 뿔났다’ ‘제빵왕 김탁구’와 같은 명작들을 배출해 냈다. 특히 올해는 최고 시청률 2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SBS ‘열혈사제’부터 JTBC ‘멜로는 체질’, MBN ‘우아한 가’, KBS2 ‘태양의 계절’까지 모든 작품이 사랑을 받았다. 현재 제작중인 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2와 JTBC ‘쌍갑포차’도 내년 기대작이다.

‘목욕탕 집 남자들’ ‘명성황후’ 등 제작

드라마 외주 제작 시스템 구축 선도

드라마 스크린 뒤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비하인드 더 드라마’의 네 번째 주인공으로 삼화네트웍스의 안제현 대표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안 대표는 “작품을 만들 때마다 걱정을 많이 하는데 올해는 나름대로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면서 “올해는 운이 좋은 해”라며 웃었다.

안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드라마에 관심이 많았지만 처음부터 드라마 제작에 뜻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법학을 전공한 그는 미국에서 로스쿨을 졸업한 뒤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러다 2005년 초에 그의 장인이자 삼화네트웍스 창립자인 고(故) 신현택 회장으로부터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귀국했다. 지난 2011년 신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처남인 신상윤 공동대표와 함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안제현 삼화네트웍스 대표./이호재기자


OTT 등 편성 가능한 플랫폼 늘어나

제작사, 양적팽창·질적성장 꾀할 때



처음 일을 시작했을 당시와 비교해 최근 눈에 띄는 드라마 업계 변화에 대해 묻자 안 대표는 “편성 과정은 10여 년 전과 비슷하다”면서도 “예전에는 지상파 3사가 주요 고객이었지만 지금은 종편이나 CJ ENM 계열 채널 클라이언트들이 늘었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들이 가세하면서 한국 드라마를 원하는 곳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큰 변화”라고 말했다.

영화와 드라마의 인적 교류가 활발해진 것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다. 안 대표는 “드라마 쪽의 좋은 영향이 영화 쪽으로 가고, 영화 쪽 좋은 인력이 드라마 쪽으로 가기도 하면서 양쪽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며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활발한 교류에서 나올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제작사가 드라마의 지적재산권(IP)을 가져가는 경우가 예전보다는 늘었다는 점에도 의미를 뒀다. 안 대표는 “10년 전에는 지상파 3사에서 연간 55편 정도의 드라마가 제작됐고, 제작사가 권리를 확보한 것은 한 편 정도였다”며 “지금은 미니시리즈가 늘면서 1년에 110편 정도의 드라마가 제작되는데, 제작사가 확보하는 작품은 5편 이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많은 리스크를 떠안고 작품을 기획·개발해 준비하는 제작사의 권익이 여전히 보장되지 않는 점은 아쉬움으로 꼽았다.

드라마 업계의 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화네트웍스 역시 미래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안 대표는 “삼화가 이전에는 주말연속극을 잘 만드는 회사라고 평가받았다면 지금은 트렌디한 미니시리즈 드라마도 잘 만드는 회사로 인정받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제작한 작품은 ‘태양의 계절’을 제외하면 모두 미니시리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올해 초에는 자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안 대표는 “자회사인 ‘스튜디오 아이콘’는 기존 삼화의 색깔과는 조금 다른 장르물 같은 것을 만들기 위한 시도”라며 “내년도 ‘스튜디오 아이콘’의 첫 작품은 ‘멘탈리스트’”라고 소개했다.

최근 한국 드라마는 아시아권만이 아닌 미주나 유럽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다. 한국 드라마가 사랑받는 비결에 대해 그는 ‘한국 드라마 작가의 힘’을 꼽았다. 안 대표는 “한국 드라마는 절반은 작가의 스토리, 절반은 많은 연출자와 좋은 배우들이 완성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주52시간 도입에 제작비 10% 상승

일자리 늘겠지만 작품質 하락 우려

하지만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현실에도 안 대표를 포함해 드라마 제작사 업계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내년부터 주당 최장 근로시간 52시간 제도가 도입되면서 드라마 제작 여건의 악화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주 68시간 근무 도입이 주된 요인으로 드라마 제작비가 20% 정도 상승했다”며 “주 52시간 근무가 되면 여기에 10% 정도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10년 전만 해도 회당 2~3억 정도이던 제작비는 이미 회당 6~7억 정도로 늘어난 상태다.

드라마 제작비가 늘어난다고 해서 드라마 수준이 함께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현재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A팀과 B팀이 나눠서 동시에 한 작품을 촬영해 촬영 기한을 맞춘다.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도입된다면 C팀까지 새로 꾸려야만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을 지금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일자리는 늘어날 수 있지만 인력 숙련도나 수준이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 안 대표는 “지금은 제작사 입장에서 양적 팽창과 질적 성장 둘 다 시도해야 하는 시기”라며 “제작 기회가 많아지고, 새로운 작가나 연출자, 배우들이 시장에 진입할 기회도 늘었지만 양적 팽창을 하다 보면 드라마 수준이 내려갈 수 있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에게 드라마란 무엇일까. 인터뷰 말미에 건넨 기자의 질문에 그는 “가족 다음으로 소중한 것”이라며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지만 제작한 드라마가 좋은 평가를 많이 받으면 굉장히 보람 있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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