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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 중화미각]짜장면은 어떻게 한국인 '소울푸드' 됐나

■김민호·이민숙·송진영 외 지음, 문학동네 펴냄





300년 전 중국 연경으로 가던 조선 연행사들은 중국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몹시 고생했다고 한다. 그런데 항아리에 넣어간 짭짤한 조선식 무장아찌는 구미에 맞지 않아 비위가 상할 대로 상한 연행사를 단번에 구원했다. 이들은 한마음으로 장아찌를 나눠 먹으며 중국 음식으로 지쳐버린 미각을 달랬다고 한다.

감각 중에 미각은 가장 보수적인 감각이다. 모든 유행을 따라 한다 해도 먹는 것만큼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런데 300년 전에는 이처럼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중식이 어떻게 보수적인 우리의 미각을 사로잡으며 친숙한 음식이 됐을까.

신간 ‘중화미각’은 짜장면, 호떡 등 우리에게 친숙한 중국 음식부터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중국의 정통 요리까지 중국의 다양한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문화와 역사에 버무려 맛깔나게 풀어냈다.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짜장면은 이곳 저곳을 떠돌면서 모습을 달리해 온 변신의 귀재다. 짜장면은 원래 산둥 지역에서 그곳 주민들이 흔히 먹는 국수였다. 볶은 장에 파, 오이, 당근, 부추 등의 채소를 채로 썰거나 살짝 데쳐서 면과 함께 비벼 먹는 일종의 비빔국수였다. 현재의 짜장면이 탄생한 것은 1950년대 화교 왕송산이 창업해 만든 ‘사자표 춘장’이 나오면서다. 달콤한 맛이 첨가된 장에, 돼지고지, 양파 등을 볶은 걸죽한 소스를 자작하게 부어 먹은 것이 한국의 ‘화교표 짜장면’의 기원이 됐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길거리에서 호호 불면서 먹은 달콤한 호떡의 추억이 떠오른다. 붕어빵과 함께 가장 ‘핫’했던 겨울 간식 호떡 역시 중국 출신이다. 중국에서도 호떡은 달콤한 맛으로 모진 추위로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위로해 주는 존재였나보다. 1,200년 전 당나라시인이자 정치가인 백거이는 정치 싸움에서 밀려나 변방으로 좌천됐다. 장안에서 화려한 삶을 살다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그는 장안 궁궐 옆에서 팔던 것과 똑같이 고소한 기름 냄새를 솔솔 풍기는 바삭한 호떡에서 피폐한 영혼을 위로받았다고 한다. 송나라 소동파는 “푸른 기름에 지져내니 야들야들한 진한 황색”이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사회주의 중국의 영원한 2인자 저우언라이 총리의 북경오리구이에 대한 남다른 사랑으로 인해 ‘북경오리구이 외교’가 탄생했던 비화, 백성을 위해 만들었다는 것으로 알려진 동파육, 다람쥐로 위장한 잉어 요리인 쏭수구이위 등 중국 음식에 얽힌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나다 보면 발길이 어느새 중식당으로 향하게 될 지도 모른다. 2만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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