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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아이] 시작도 전에 삐걱대는 도쿄 올림픽

경기장 돌연 이전에 집안싸움…"정권 홍보 변질" 국제여론 싸늘

도쿄서 열기로 한 마라톤·경보

IOC, 삿포로 개최로 일방 통보

도시·국민간 여론 둘로 갈리고

추가비용 1,000억 논의도 안돼

욱일승천기 경기장 반입 허용

후쿠시마 바로 옆서 야구 경기

노골적 '재건 선전' 야욕 보여

국제사회 공분…日 계획 '휘청'





‘개최도시 수장의 동의 없이 경기장이 변경되는 전대미문의 결정’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언제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일방적으로 끌려만 갈 것인가.’

지난 1일 ‘마라톤·경보 삿포로 개최’가 결정되자 일본 주요 언론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IOC 조정위원회는 이날 사흘에 걸친 조정회의 끝에 2020년 도쿄올림픽 마라톤·경보 경기를 도쿄에서 삿포로로 옮겨 진행하기로 했다. IOC의 급작스러운 통보에 도쿄도가 반발하고 도쿄와 삿포로의 수장이 장외 설전을 벌이는 과정이 고스란히 보도되면서 일본 내에서는 ‘집안싸움을 전 세계에 중계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오는 202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이 마라톤·경보 경기 장소 이전을 둘러싼 잡음과 방사능, 욱일기 반입 허용 등의 논란으로 삐걱대고 있다. ‘세계인의 축제’가 돼야 할 올림픽이 경기 장소 변경에 따른 집안갈등과 국제사회의 우려로 휘청이는 모양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이미지를 이번 올림픽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아베 신조 정권에 올림픽을 둘러싼 이 같은 각종 논란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IOC는 지난달 17일 폭염을 이유로 당초 도쿄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마라톤·경보 경기를 평균 기온이 도쿄보다 낮은 삿포로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수천억원을 들여 폭염 방지 대책을 세우고 실전 대비 경기까지 진행한 도쿄도는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영토분쟁 중인) 북방 영토에서 경기를 치르자’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발언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도호쿠 지역에서 열자’는 도쿄도의 제안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사흘간의 조정위원회 회의 끝에 삿포로 개최가 최종 결정됐지만 고이케 지사는 “굳이 말하자면 합의 없는 결정”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사전 협의 없이 이전을 밀어붙인 IOC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내분이 남긴 상처는 컸다. IOC와 조직위·도쿄·삿포로·홋카이도의 각 당사자들은 경기 장소 이전에 따른 추가 비용부담을 놓고 ‘우리 쪽에서는 못 낸다’며 장외 설전을 벌였다. 결국 조정위는 마라톤·경보의 삿포로 이전에 따른 경비는 도쿄도에 부담을 지우지 않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IOC와 조직위는 개최 도시를 경시했고 모리 요시로 조직위 위원장과 고이케 지사는 의사소통이 부족해 둘 사이의 틈이 재차 부각됐다”며 “현재 상태로서는 (대회에) 큰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양분된 국민들의 의견을 추스르는 숙제도 큰 부담이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달 26~27일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1,013명에게 물어본 결과 마라톤·경보 경기 장소 변경안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7%로 높았다. ‘지지한다’는 답변 역시 35%를 웃돌아 대립 양상을 보였다. 무응답은 18%였다. 신문은 “올림픽 종목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마라톤 경기에 대한 갑작스러운 경기 장소 변경으로 국민 사이에도 당혹감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도쿄를 염두에 두고 훈련을 진행해온 선수들과 관람권을 환불해야 하는 시민들, 특수를 기대했던 코스 주변 상인들의 허탈감 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다. 경기 장소 변경에 따라 당초 13조5,000억원으로 책정된 올림픽 경비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비 부담과 관련해 ‘도쿄도는 (부담을) 지지 않는다’는 점만 합의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아키모토 가쓰히로 삿포로시장과 스즈키 나오미치 홋카이도지사는 7일 모리 위원장과 만나 “대회 운영비는 조직위 부담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모리 위원장도 이날 회담 직후 “지금은 어디가 (비용부담을) 가져갈지는 아직 모른다”고 언급해 비용부담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함을 시사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도에서 준비한 설비를 가져다 쓰지 않는 이상 경비용 펜스와 가설 전원 설계·설치·시공 등에 최대 600억원이 필요하다. 코스 정비나 경기 운영비용 등을 모두 더하면 추가로 필요한 돈은 1,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일정 수정도 불가피하다. 마라톤 경기는 통상 올림픽 마지막 날에 열리지만 도쿄올림픽의 경우 폐회식 장소(도쿄)와 마라톤 경기 장소(삿포로) 간 거리가 있어 같은 날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마라톤 코스는 삿포로에서 매년 개최되는 홋카이도 마라톤 코스(오도리공원 출발)를 기본으로 검토하기로 했지만 최종 확정까지는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 도쿄는 약 1년 반에 걸쳐 마라톤 코스를 정하고 실전에 대비한 도쿄올림픽 대표 선발 레이스까지 진행하며 사전 점검을 마쳤지만 삿포로의 경우 시간적 여유가 없어 코스 설계에 제약이 많다. 이 밖에 경기 운영에 필요한 경비와 자원봉사자 인력 확보, 숙박·교통시설 정비도 발등의 불이다.

이번 올림픽이 ‘일본 재건 선전의 장’으로 변질되는 데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크다. 일본이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을 허용하는가 하면 일부 경기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지 인근에서 개최하는 등 주변 국가의 반발을 무시한 ‘마이웨이’ 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욱일기를 반입 금지품으로 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도쿄신문은 사설을 통해 “욱일기가 과거 일본군의 상징으로 사용됐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고 지금도 국내에서 군국주의와 국가주의의 상징으로 등장한다”며 반입 허용의 재고를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은 홈페이지에 욱일기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설명자료를 일본어·영어판에 이어 한국어판으로도 게재하기로 해 공분을 사고 있다. 방사능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60여㎞ 떨어진 곳에서 야구와 소프트볼 종목의 일부 경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최근 태풍의 여파로 방사성 폐기물이 유실되자 허술한 관리체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쿄=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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