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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39> 경제 살리려 환경은 뒷전…앞 안보이는 시진핑 '아름다운 중국'

■다시 시작된 中 미세먼지 계절

시진핑 2기 숙원사업으로

'대기오염 방지' 공언했지만

무역분쟁 따른 경기 둔화에

6% 성장 '바오류' 달성 올인

환경규제는 갈수록 느슨해져

대기오염 악화 불가피할 듯

짙은 스모그 아래 중국 경찰이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경기둔화로 환경 규제가 느슨해지는 가운데 난방시즌이 겹치면서 올해도 겨울 대기질이 한층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블룸버그




# 지난해 11월14일 중국 베이징에 최악의 스모그가 들이닥쳤다. 이틀 전부터 시작된 미세먼지 오염이 점점 악화되면서 이날 가시거리가 500m도 안 될 정도로 심해졌다. 당시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 2.5) 평균 농도는 250㎍/㎥을 넘어섰으며 오후 한때 공기질지수(AQI)가 301을 기록하기도 했다. 베이징시 전체에 대기오염 최고등급인 6급이 발령됐다. 습도가 높고 바람이 불지 않아 배출된 오염물질이 그대로 쌓인 것도 있었지만 주원인은 15일부터 예정된 겨울 난방을 앞두고 전면 가동된 열발전소에서 오염물질을 한꺼번에 쏟아냈기 때문이다.

# 올해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이 열린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는 퍼레이드에 나선 첨단무기보다 뿌연 하늘이 더 관심을 끌었다. 앞서 지난 2015년 9월3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 날에는 화창한 하늘을 만들어 ‘열병식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경기둔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베이징 인근 공장들의 가동을 중단시키지 못해 오염물질 배출이 그대로 방치된 결과였다.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중국에서는 스모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으로 경기둔화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환경규제를 느슨하게 하면서 미세먼지 확산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을 포함한 북부 지역의 경우 이달 15일부터 중앙난방이 시작되는데 특히 발전소에서 오염물질이 쏟아지면서 대기오염은 1년 중 최악이 된다. 올해는 정부가 경제성장에 더 관심을 두면서 그동안 다소 개선됐던 공기 질이 다시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생태환경부는 최근 공개한 ‘2019~2020년 추·동계 대기오염 종합관리 행동방안’ 통지에서 초미세먼지 농도를 기준으로 올해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베이징 주변 공업 지역을 포함한 중국 북부 28개 도시의 공기 질 기준 개선 목표치를 4%로 정했다. 앞서 정부 부처와 기업들에 회람된 ‘초안’에서는 개선 목표치가 5.5%로 제시됐었는데 몇 달 만에 1.5%포인트 후퇴한 것이다.

목표치가 낮아진 것은 기업들의 불만을 수용한 결과로 전해졌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예년에는 8월에 나왔던 통지가 이번에는 10월에야 제시됐는데 이는 올해 개선 목표치를 두고 그만큼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도시별로 보면 베이징시의 경우 개선 목표치가 ‘0%’로 결정돼 개선 노력이 필요 없다는 판정이 나왔다. 베이징의 공기 상황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인근 톈진시도 개선 목표치가 겨우 ‘1%’에 그쳤다. 올 들어 중국의 공기가 일부 나아졌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충격이 커지고 있고 경기둔화가 가시화되자 중국 정부가 환경보다는 경제성장에 올인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리슈오 중국그린피스 정책고문은 “확산되는 부정적 경기전망이 야심적인 환경정책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다른 정부 부처와 기업들의 이해가 고려되면서 환경개선 목표가 희석된 듯하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개혁개방을 진행하면서 경제성장에 집중했고 환경의 희생이라는 대가를 지불했다. 경제성장에 지장을 주는 환경규제와 조치가 최대한 억제되면서 토양이나 수질·대기의 오염은 날로 심해졌다. 토양·수질과 달리 대기오염은 쉽게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 대기오염의 원인은 발전과 난방 등 에너지원으로서 석탄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데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에너지원의 59%가 석탄이었다. 석탄은 중국 내 매장량이 풍부해 에너지 자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성장의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무분별한 사용은 스모그 문제를 일으켰고 이는 경제가 발전할수록 더욱 심각해졌다. 석탄과 함께 자동차 배기가스도 문제다. 3억대에 가까운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오염물질은 특히 도시 공기 질에 치명적이다.

이에 시진핑 정부가 출범한 2012년 중국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는 ‘아름다운 중국(美麗中國)’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그동안의 성장일변도에서 환경도 고려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시진핑 정부 2기가 시작된 2017년에는 향후 3년 동안 이뤄야 할 숙원사업으로 세 가지가 제시됐는데 바로 금융 리스크 해소, 빈곤 퇴치와 함께 대기오염 방지였다. 대기오염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만이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노후공장을 폐쇄하거나 지방으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오염물 배출을 줄였다.

그 덕분인지 2013~2014년 최악에 달했던 대기오염이 이후로는 상당히 완화됐다. 성장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더 이상 환경악화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국내외의 압력이 커졌다. 주중 한국대사관이 집계한 중국 생태환경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 PM 2.5 기준 ‘89’였던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수치는 지난해 ‘51’로 크게 떨어졌다. 중국 전체로도 같은 기간 ‘67’에서 ‘39’로 하락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징진지(베이징시·톈진시·허베이성) 지역에서 철수한 공장들이 산둥성 등 중국 동부 해안지방으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다. 오염물 배출원의 위치만 바꾼 데 불과했다. 적어도 중국 영토에는 미세먼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한 것이다.

진짜 문제는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나타났다. 무역전쟁의 충격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계속 둔화하며 올 3·4분기 6%를 기록했는데 이는 1990년대 초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여기에 대미(對美) 수출을 포함한 전체 수출마저 순감소로 돌아섰고 제품 가격 하락으로 기업 이익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무역 위축과 내수소비 성장이 둔화하면서 이전처럼 무조건적인 환경단속에만 몰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올해 3월 베이징에서 진행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도 그 영향이 드러났다. 양회가 진행되는 베이징 하늘이 스모그로 뿌옇게 된 것이다.

그동안 공산당 당대회나 양회·열병식 등 중요 행사가 있을 때는 베이징 인근 공장의 가동을 전면 중단하면서 인위적으로 하늘을 맑게 만드는 것이 중국의 정책이었다. 그런데 올해 양회에서는 이런 관례가 적용되지 않았다. 베이징 외교가에서 당시 중국 정부가 공장 가동을 중지하라는 ‘권고’를 자국 기업들에 내리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기둔화의 영향에 신음하고 있는 산업계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현상은 올 10월1일 건국 70주년 국경절 열병식에서도 재연됐다.

경기둔화는 환경오염 측면에서 두 가지 효과가 있다. 기업들의 생산이 줄어들면서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환경규제가 느슨해지면서 오히려 오염물질이 더 나온다는 부정적인 측면이다.

정부가 ‘바오류(保六·6% 이상의 경제성장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에서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생태환경부에 따르면 9월 기준 중국 337개 도시에서 공기 질이 좋았던 날의 비율은 80.5%로 1년 전보다 14.7%포인트 낮아졌으며 베이징은 같은 기간 공기 질이 좋았던 날이 40%포인트 급락했다.

최악의 스모그가 덮친 지난해 11월14일 베이징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채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블룸버그


중국은 겨울철 난방을 하는 특성 때문에 대기오염 측정에 있어 11월15일이라는 날짜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베이징 등 북부 지방을 기준으로 중앙난방을 하는데 난방기간이 11월15일부터 이듬해 3월15일까지다. 난방을 위한 대규모 열발전소들이 11월15일부터 가동되는데 초기에 특히 많은 오염물질이 쏟아져나온다. 이 때문에 베이징의 공기가 1년 중 가장 좋지 않은 시기가 11월 중순이다. 오염물질은 이듬해 초봄까지 집중적으로 배출된다.

중국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도 난맥상에 한몫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베이징화학기술대(BUCT)와 국제 비영리기구인 클린에어아시아의 지난달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17년부터 가정용 석탄 난방 시스템을 천연가스와 전기 등 청정에너지로 바꾼 중국 북부 지역 가정 가운데 3분의1가량이 올해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다시 석탄 난방으로 전환했다. SCMP는 “중국 정부의 전환 지원금 기한인 3년이 지나면서 가난한 가정들이 다시 값싼 석탄 난방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둔화 기조 속에 성장과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중국 정부도 다급해졌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한정 부총리는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징진지 지역 대기오염 퇴치 지도소조의 영상회의에 참석해 관련 대책의 이행을 강력히 주문했다. 한 부총리는 “가을과 겨울철에 징진지 지역의 스모그 악화가 심하다”면서 “대책별 책임자와 대책 이행시점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당분간은 중국 정부의 관심이 환경보다 경제성장에 집중될 게 분명해 대기오염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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