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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 주름잡던 언니가 돌아왔다

1980년대 민중미술 이끈 노원희
약자의 삶 담은 '얇은 땅 위에'展
페미니스트 1세대 작가 윤석남
'벗들의 초상'으로 채색화 재해석

캔버스 주름잡던 언니가 돌아왔다
노원희 ‘자화상’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미술계의 ‘센 언니’ ‘큰 언니’들이 돌아왔다.

1980년대 민중미술 운동의 유일한 여성작가로 불리는 노원희(71)와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1세대 작가로 통하는 윤석남(80)이다. ‘미투 운동’ 이후 소외됐던 여성 서사가 문화계의 주류로 우뚝 선 지금, 때마침 두 거장을 집중 조명한 대규모 전시가 개막했다.

‘센 언니’ 노원희는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12월 1일까지 지난 1991년 이후 두 번째 개인전인 ‘얇은 땅 위에’를 연다. “내가 생각하는 현실은 얇은 땅입니다. 나는 그 위에서 내 머리 속에 있는 입을 벌려 세상사를 삼킵니다. 그 세상사 중의 일부를 캔버스에 붙들어 놓는 것이지요.” 얇은 땅은 무너질 듯 위태롭다. 캔버스에는 노조 시위자들의 엎드린 모습이, 산업재해의 희생자들과 세월호 희생자, 촛불집회의 시민들이 자리 잡았다. 민중미술은 남성 작가 위주라는 편견 속에서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빛을 발한다. 서울대와 동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대학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현실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나무를 그리며 나무의 그림자와 꼭 닮은 뿌리를 그리고, 가난한 소시민의 주머니를 털어 나온 물건들로 당대 소비문화를 조명했다. 흔치 않은 ‘자화상’(1995)은 아이스크림을 혓바닥으로 핥는 정면 얼굴로 도발성을 드러낸다.

캔버스 주름잡던 언니가 돌아왔다
노원희 ‘주머니에서 나온 것들’ /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캔버스 주름잡던 언니가 돌아왔다
윤석남 ‘자화상’ /사진제공=OCI미술관

‘큰 언니’ 윤석남은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가 어느 날 남편의 월급을 모조리 화구에 털어 붓고 화가가 됐다. 중년에 시작된 ‘늦깎이 화업’이었지만 연륜을 담은 주제의식과 고도의 집중력으로 단숨에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페미니스트 1세대 작가’로 등극했다. 그의 작품은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에 소장됐고, 최근에는 미 워싱턴DC의 스미소니언박물관 내 국립초상화미술관 기획전에도 참여했다. 종로구 우정국로 OCI미술관에서 12월 21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벗들의 초상을 그리다’는 인물화 위주로 90점을 선보인다. 벗들의 초상 22점에 자화상 50점으로, 자화상은 주부로, 아내로, 엄마로만 살던 그가 과거를 떨치고 당당하게 다시 선 스스로를 들여다본 결과다. 벗들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 것은 10년 전 우연히 윤두서의 자화상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왜 옛 초상화에는 주로 남성 인물만 등장하나’ 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주변의 멋진 여성들을 ‘기록하기로’ 마음먹고, 전통 채색화 기법을 배워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보컬리스트 한영애, 사진작가 박영숙 등 알만한 인물을 찾아보는 것도 전시의 별미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캔버스 주름잡던 언니가 돌아왔다
윤석남 ‘허난설헌’ /사진제공=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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