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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김밥 포장 뜯어보니 ‘콘돔’?…"아이디어 상품” vs “경각심 좀 가져라”

성인용품 브랜드서 삼각김밥·과일우유 포장 콘돔 출시

질병관리본부, 일부 기업과 협업해 ‘시크릿 콘돔’ 제작하기도

케첩·핫 소스·라면 스프 등 모양으로 화제…실제 판매는 안돼

네티즌 “인식 개선에 도움” VS “성생활, 가벼이 인식 우려” 엇갈려

‘참지마요’가 판매하고 있는 삼각김밥 모양의 콘돔 패키지./참지마요 홈페이지 캡처




기존의 사각 모양의 포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콘돔이 등장하고 있다. ‘편의점 삼각김밥’부터 ‘토마토 케첩’까지 모양도 다양한데,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기존의 콘돔 이미지를 재치 있게 변형해 콘돔 사용에 대한 이미지를 재구축하려는 취지다. 참신한 콘돔의 등장에 다수 여론은 “참신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실제로 판매되고 있는 이들 제품 중 일부는 관련 광고 심의를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각에서는 “올바른 피임 방법 등에 대한 교육 없이 일방적으로 성관계를 장려하는 분위기는 문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링크와 함께 ‘이 청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글이 게재됐다. 두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작성자는 “재미있게 포장돼 판매되는 콘돔을 규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삼각김밥 모양 콘돔을 소개하며 “날이 갈수록 개방적으로 변해가는 성문화를 생각하면 아이들에게 올바른 콘돔의 사용법 등을 포함한 성교육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이들이 성문화를 너무 가벼이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바른 성교육 없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좋게 포장돼 판매되는 것 어른들이 아이를 매출 대상으로만 보는 것 아니냐”며 “이러한 포장은 오히려 건강한 성교육을 저해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삼각김밥·바나나 맛 우유 패러디 한 화제의 콘돔, 알고 보니 ‘행정처분’ 대상?

해당 콘돔은 성인용품 판매업체 A사에서 판매하는 제품으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패러디한 것이다. 이 제품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 화제돼왔으며 이 밖에도 A 사는 바나나 우유를 비롯해 각종 과일 우유 용기 모양을 이용해 판매하고 있다. A 사는 자사 페이지에 “해당 제품은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제품”이라고 명시했으며 현재 일부 H&B 브랜드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한 상태다.

그러나 ‘참지마요’ 측이 제품 상세 페이지에 기재한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위원회 ‘심의 번호’는 다른 제품의 심의 번호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위원회 정보 공개 페이지에 해당 번호를 검색하면 삼각김밥 모양의 제품 포장 대신 흰색 사각형 위에 ‘콘돔’이라고 적힌 제품이 나온다. 삼각김밥 형태의 콘돔 패키지 뿐 아니라, 과일 맛 우유 모양의 콘돔 패키지의 판매 상세 페이지에도 해당 번호가 기재된 상태다. ‘참지마요’ 측은 이와 관련해 “패키지만 다를 뿐 안에 내용은 같다”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반면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심의를 통과한 제품의 포장을 바꿔 사용하는 것은 금지된 일”이라고 밝혔다. 위원회 관계자는 “심의를 통과한 제품의 형태와 동일한 제품으로 판매해야 한다”며 “심의를 통과한 후 광고 내용 변경이 인정되는 범위가 있지만 이는 글자 배치 변경 등에 간단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참지마요’ 측 콘돔 광고가 실제 심의를 통과한 광고와 다른 것과 관련해 “경쟁업체, 소비자의 신고나 사후기관 모니터링 등으로 해당 사실이 적발되면 행정처분이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지마요’가 판매하고 있는 과일맛 우유 모양의 콘돔 패키지./참지마요 홈페이지 캡처


‘참지마요’가 실제로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위원회에서 허가받은 제품 모양. 삼각김밥, 바나나 우유 등 콘돔 광고에는 해당 제품으로 통과된 심의 번호가 기재돼있다./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위원회 자료 캡처


■ 인식 개선 위한 케첩 모양 ‘가짜 콘돔’도…“실제 출시는 못 해”

이와 별개로 질병관리본부도 콘돔 제작업체 ‘바른생각’, 광고 기회사 ‘아이디엇’과 합작해 ‘시크릿 콘돔’을 제작한 바 있다. 이들이 제작한 콘돔은 기존 사각 모양의 포장이 아닌 토마토 케첩, 허니머스타드. 핫 소스, 핫초코 등 신선한 디자인으로 구성돼있어 제작 당시 각종 인터넷 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일부 매체는 기존 콘돔과 함께 편의점에 진열돼있는 제품 홍보 사진을 소개하며 “시중 편의점에서 살 수 있다”고 소개했으며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사용해 보고 싶다’, ‘편의점에 저렇게 두면 콘돔인지도 모르겠다’는 등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시크릿 콘돔’은 성 인식 개선 목적으로 한 오프라인 캠페인에 쓰인 ‘가짜 콘돔 패키지’로 확인됐다. 화제가 됐던 기존 콘돔과 함께 진열돼있는 ‘시크릿 콘돔’ 사진도 홍보를 위해 연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피임 뿐 아니라 성병 예방을 위해 쓰이는 콘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의 캠페인이었다”며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수익성을 띈 활동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참신한 디자인의 이들 콘돔은 법률상 문제로 정식 출시되지 못하고 기획 도중 중단됐다. 상표법은 특정 브랜드 및 상표 디자인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기존에 알려진 여러 브랜드 제품의 디자인을 패러디한 ‘시크릿 콘돔’은 문제의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법상 문제도 ‘시크릿 콘돔’ 출시에 현실적인 문제로 작용했다. 현행법상 의료기기를 의료기기가 아닌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기사항 사용에 대한 문제’는 법률 위반 행위다.

아이디엇,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시크릿 콘돔’을 기획한 정근식 컨비니언스 팀장은 해당 패키지가 정식 출시되지 못한 데 대해 “시크릿 콘돔은 콘돔을 구매하거나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죄를 지은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시선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본 캠페인 메시지가 널리 알려지지 못한 탓에 일부 소비자에게 오히려 ‘시크릿 콘돔’이 콘돔을 부끄러워하는 사회적 시선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면서도 “본 패키지는 ‘가짜 콘돔’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렸다”고 덧붙였다.

‘시크릿 콘돔’ 패키지 홍보사진/아이디엇 홈페이지 캡처


‘시크릿 콘돔’ 패키지 홍보사진/아이디엇 홈페이지 캡처


‘시크릿 콘돔’ 패키지 홍보사진/아이디엇 홈페이지 캡처


한편 이러한 콘돔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극명히 갈린다. 한 네티즌 “콘돔은 피임도 피임이지만 성병을 예방하는 데에도 큰 목적이 있다. 유머 있는 디자인으로 접근성을 높이는 건 긍정적인 효과라고 생각한다”며 성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아이디엇은 “시크릿 콘돔을 본 청소년 대상 설문조사 결과 콘돔에 대한 부끄러움과 거부감 등 부정적 인식이 해소되었다는 답변은 74%를 차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정 부분 선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러한 콘돔 포장 방식을 반대한다는 한 네티즌은 “피임을 권장하는 것도 좋지만 청소년들에게 ‘책임지지 못할 성관계를 갖지 말도록 하는 것이 우선 아니냐”며 “아이들에게 그저 장난으로 인식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A 사의 삼각김밥 모양 콘돔을 언급하며 “온라인 팬시용품점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호기심을 유발하는 디자인의 콘돔을 판매하는 것은 조금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성에 대한 교육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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