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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부품사는 사업재편 꿈 못꿔

적대감·정보부족에 M&A 어려워

당국, 자금출처조사도 부담으로

반월공단 내 한 중소기업 모습. 경기부진으로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경제DB




대구에 위치한 매출 1,000억원대의 차 엔진 제조업체 A사. 이 회사의 김모 사장은 요즘 잠을 못 이룬다. 원청업체의 부진, 그리고 친환경차의 비중 확대로 3~4년 뒤도 보이지 않아서다. 김 사장은 “올 매출이 700억원대까지 빠졌고 적자가 나는 판에 사업재편은 머리에서만 맴돌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주위 사장들도 ‘기울어가는 배’ 같은 처지라고 넋두리한다”며 “물밑에서 인수합병(M&A)을 타진하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의 M&A 원인은 다층적이다. 자동차 부품만 해도 △산업 패러다임 전환(내연기관차→전기·자율주행차 등) △현대자동차 등 원청업체의 실적 부진 △글로벌 소싱 확대 등에 따른 각자도생 분위기 등이 맞물려 있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는 가히 충격적이다. 현재 자동차 부품 업종은 70%가 기계, 30%가 전자 업종이다. 하지만 10년 뒤쯤인 오는 2030년 무렵에는 전자가 70%로 기계를 압도한다. 달리 말하면 기존 부품 업체 상당수가 일감을 잃는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현대차와 삼성전자 부품 업체가 협력해 대형화를 모색해야 하지만 현재 우리 산업 생태계는 폐쇄적이다. 일본의 경우 차 기업인 혼다와 전자 기업인 히타치 계열사 간에 이종교배가 활발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10년 전 미국의 자동차 부품 업체가 3만개였는데 지금은 5,300개에 불과하다”며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도 적게는 4,300개에서 많게는 1만개까지 보는데 극단적으로 말해 30%만 생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M&A를 통한 대형화가 안 되면 원가 절감이 어려워 공멸하게 된다”며 “자동차만 해도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들어와 협력업체가 많아졌는데 정보 부족, 타 기업에 대한 적대적 속성 등으로 협력은커녕 움츠리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폐쇄적 산업 생태계뿐 아니라 사정당국도 구조조정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정보기술(IT) 부품 업계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M&A를 염두에 두고 자금을 급하게 마련했더니, 어떻게 알고 당국에서 자금출처 조사를 나와 깜짝 놀랐다”며 “사업을 재편하라는 얘기인지, 말라는 얘기인지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M&A를 둘러싼 제반 환경은 나아지지 않고 있지만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 실정이다. 산업단지만 해도 초토화됐다는 표현이 빈발이 아니다. 가동률이 평균 77.5%(지난 6월 기준)까지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무려 5.3%포인트 하락했다. 사정이 낮다는 수도권 인근 산업단지는 더 심각하다. 시화공단의 올해 가동률은 평균보다 10%포인트 낮은 67.9%, 반월공단도 72.3%에 불과하다. 제조업 붕괴의 민낯을 보여주는 셈이다. 역으로 보면 M&A를 통한 사업재편이 그만큼 시급하지만 현실이 여의치 않다는 게 문제다. 한 벤처캐피털 업계 임원은 “사달라고 하는 기업은 메리트가 없고 그나마 딜 가능성이 있는 곳은 M&A에 미온적인 CEO가 부지기수”라며 “정보가 너무 부재하다는 것도 걸림돌인데 M&A를 활성화하려면 만남의 장도 만들어야 하고 물밑에서 M&A 데스크도 활발히 움직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 대형 건자재 업체 기획담당 임원은 “건설 경기가 너무 죽어 매출 1,000억원 이하 기업들 가운데 내년 상반기에 고비를 맞는 곳이 수두룩할 것”이라며 “매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영업자 구조조정도 심각하다. 국내 자영업자 비중은 25%(2018년 기준)로 선진국(10%) 수준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 다만 정부는 급격한 구조조정의 폐해 때문에 15% 정도를 목표로 잡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폐업자, 폐업희망자, 업종전환자를 위한 지원과 교육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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