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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매출 268억짜리 벤처에 들썩이는 나라

정상범 논설위원





文통 ‘국민과의 대화’서 혁신 빠져

조삼모사 정책에 타다는 범죄자로

국민 이동편익과 선택권 보장하고

진출입 자유로운 기업환경 절실해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가진 ‘국민과의 대화’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국내에서는 낯선 타운홀 미팅이라는 것도 그렇거니와 산만한 논의 구조나 어수선한 진행방식 등 곳곳에서 눈에 거슬렸다. 최대 관심사인 일자리에 대한 질문에는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고 역설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영 신통찮다. 청와대는 격의 없는 소통에 의미를 뒀지만 국민에게 미래 비전과 자신감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럴 바에는 부동산이 아니라 혁신성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여줬으면 어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때려잡기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희망인 스타트업에 대한 격려와 지지야말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의 조삼모사 정책 탓에 스타트업계의 불확실성과 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책 실패를 덮으려고 임기응변이나 땜질처방으로 일관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악순환에 빠져든 것이다. 최근 논란을 빚은 타다 문제만 해도 그렇다. 타다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로부터 합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받아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뒤늦게 범법자로 몰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토부는 택시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중재는커녕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택시업계의 어려움이 마치 타다 때문인 양 몰아붙일 일은 더욱 아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인 한국이 매출 268억원짜리의 벤처 기업 하나에 들썩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간의 택시정책을 들여다보면 더욱 그렇다. 1990년 15만5,981개였던 택시 면허는 지난해 24만5,385개로 28년 만에 9만여개가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택시 1대당 1일 수송인원은 79명에서 40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대중교통체계 확대, 자가용 증가 등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택시 면허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택시 기사들도 덩달아 욕을 먹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택시 서비스 개선의 실패와 이로 인한 국민의 불편은 단지 탐욕적 사업자들의 이기심 때문일까. 그보다는 택시 총량, 요금 허가제, 부제운행 등 온갖 규제로 택시사업을 묶어둔 채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도입을 막은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택시산업의 수익성에는 오래전부터 적색 경보가 켜져 있었다. 이는 면허 총량을 관리해온 정부가 수요와 공급의 극심한 불균형을 초래한 탓이다. 택시 수는 넘쳐나도 출퇴근·심야 등 정작 필요한 때에 택시잡기가 힘들고 어렵게 잡더라도 난폭운전에 시달리는 이유다.

정부는 이제 대중교통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의 이동편익을 높이며 선택권을 넓히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 포괄적 네거티브 원칙에서 자유로운 진출입이 가능해야 다양한 모빌리티 혁신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 연간 10조원 규모의 모빌리티 시장에서 투자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타다 같은 서비스는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기존의 규제 프레임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 사고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옛말에 오우천월(吳牛喘月)이라고 했다. 오나라의 소가 달만 보아도 해로 잘못 알고 숨을 헐떡이듯이 한번 혼이 나면 비슷한 것만 보아도 미리 겁을 집어먹는다는 얘기다. 어쩌면 사소한 말썽에도 눈치만 살피는 우리 정부에 가장 적절한 말이 아닌가 싶다.

이제는 어떤 식으로든 타다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창업 1년의 신생기업인 타다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한 채 어떻게 혁신성장과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을 수 있겠는가. 잘못이라면 사업을 접게 하든가 아니면 과감히 허용하든 명확한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급변하는 세상에서 낙오자 신세를 면할 수 있다. 당장 오늘 밤에도 택시를 잡느라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를 시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일 것이다. ss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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