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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도 주식처럼 시세가 출렁인다…지디 운동화 리셀 체험기

22만원에 산 '나이키 에어포스1파라-노이즈' 45만원에 팔다

온라인 발매일 기점으로 매일 바뀌는 시세...35만~70만원

"신발값만 높인다" 비판 시각도...中 운동화 투기바람에 '경고장'

나이키 에어 포스 1 파라-노이즈. 일명 ‘지드래곤 운동화’. 정가는 21만9,000원이다./사진=나이키




“지드래곤 한정판 나이키 운동화인데 응모해봐”

한가로이 쉬고 있던 주말,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협업해 출시한 운동화를 추첨을 통해 살 수 있는데, 자신이 사고 싶으니 함께 응모해달라는 것이었다. 나이키 회원 가입이 돼있던 터라 클릭 한 번에 응모했다. 그리고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한 통의 메시지가 오기 전까지는.

‘지드래곤 운동화’ 응모 당첨 안내 메시지


구매할 수 있는 시간도 한정적이란 말에 일단 나이키 홈페이지로 접속했다. 선착순 구매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이키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많아 지연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창이 떴다. 지인 말로는 당첨되기 힘든 신발이라고 했는데, 당첨되고 난 후 구매하는 것까지 힘들 줄은 몰랐다.

정신없이 결제를 완료한 후 응모를 부탁한 지인에게 연락했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도 당첨됐다” 기자가 구매한 신발이 필요 없어졌다는 말에 당황한 것도 잠시, 기자는 이참에 ‘리셀(re-sell)’계에 입문해보기로 했다. 리셀은 말 그대로 정가를 주고 산 제품을 구매자가 다시 다른 사람에게 되파는 것을 가리킨다. 지드래곤과 나이키의 협업 운동화 행사 소식으로 떠들썩했기에 이 운동화의 호가가 정가의 몇 배를 넘는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운동화 리셀은 모르는 사람들에겐 생소하지만 소위 말하는 ‘매니아’들을 중심으로 꽤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20만 원대의 정가로 발매된 한정판 운동화들은 그 가치에 따라 적게는 30만~40만원에서 1,000만 원을 넘기도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운동화 리셀 시장은 2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고 있으며, 미국의 투자은행 코앤드컴퍼니는 이 시장이 2025년까지 6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한정 818켤레만 출시된 빨간색 나이키 로고의 코리아 에디션/피스마이너스원 홈페이지


■ 300만 원에도 팔린다더니…실제 시세는 40만원?

리셀, 즉 중고 거래를 하기 위해 먼저 찾은 곳은 국내 전자 중고거래 사이트 중 가장 큰 네이버 중고나라였다. 시세를 확인하고 그보다 살짝 낮은 가격에 내놓으면 잘 팔린다는 지인의 조언을 떠올렸다. 가수 지드래곤의 브랜드 가치 덕에 호가가 수백 만 원까지 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기대했지만 중고거래 사이트의 시세는 40만원 수준. 알고 보니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지드래곤 운동화의 정식 명칭)’에는 여러 에디션이 존재했고, 그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이번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는 두 가지 에디션으로 출시됐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만 우선적으로 출시된 코리아 한정판은 빨간색 스우시(나이키 로고)로 818켤레만 출시됐다. 수 백 만원 대에 거래된다는 ‘지디 운동화’는 이 코리아 한정판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흰색 스우시의 운동화는 글로벌 발매되는 제품이기에 앞서 발매한 빨간색 스우시 운동화만큼의 희소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이키 코리아 측에 문의한 결과 “글로벌 에디션이 드로우를 통해 몇 켤레 판매되었는지는 알려주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운동화 리셀 사이트 유저들은 약 10만 켤레 정도 판매된 것으로 추정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가격이 형성되는 것에 놀랐다.

미국 운동화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StockX)의 지드래곤 운동화 시세 그래프/스탁엑스 홈페이지


국내 운동화 리셀 플랫폼 XX블루의 지드래곤 운동화 시세 그래프/XX블루 홈페이지


■ 35만원부터 70만원까지…시기와 거래 플랫폼에 따라 천차만별

운동화 중고거래가 이루어지는 플랫폼은 중고나라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나이키매니아’ 등의 스트릿 패션 커뮤니티나 신발의 시세를 주식 그래프처럼 보여주는 거래 플랫폼 ‘스탁엑스(StockX), 그를 벤치 마킹한 국내 리셀 플랫폼 ’XX블루‘에서도 거래가 이뤄진다. 다만 기자는 ’나이키매니아‘와 같은 사이트는 거래 가능한 회원 등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리셀 전문 플랫폼은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에 중고나라를 이용하기로 했다.

운동화 시세는 온라인 발매일을 기점으로 매일 같이 바뀌었다. 기자가 구매한 지난달 23일, 중고나라에는 40만~45만 원의 가격대가 형성되었다. 온라인으로 구매한 제품을 배송받지도 않은 터라 당장 거래 글을 올리지는 않았다. 온라인 발매 이튿날인 24일 35만원부터 70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거래 글이 올라왔다. 기자가 생각했던 적정 가격은 40만원이라 초조해졌다. 중고나라에 40만원에 판매 글을 올렸다.

구매자의 당부에 박스를 뜯어보지 않은 채 거래 장소로 향했다.




■ “지금 바로 거래 가능한가요?” “지금 시세가 이런데요...”

40만원에 직거래를 하고 싶다는 내용의 판매 글을 올리자마자 문의가 빗발쳤다. 이제 막 배송이 시작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기자가 있는 곳으로 와서 직거래하고 싶다는 사람, 운동화가 배송 중이라는 말에 예약금을 내고 ‘홀드’를 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문의가 많아 거래를 확정하지 않고 있던 중 50만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기자가 팔고자 했던 가격에 10만원을 더 비싸게 사겠다는 말에 냉큼 거래를 결정했다.

그러나 첫 운동화 리셀 거래가 그리 호락호락할 리 없었다. 거래를 확정한 이튿날 구매자는 기자에게 바뀐 시세를 언급하며 5만원을 깎아줄 것을 요구했다. 하루 사이에 시세가 5만원 정도 떨어졌기 때문에 45만원에 구매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기자는 더 이상 운동화 리셀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아 45만원에 판매하겠다고 직거래 날 보자고 답했다. 50만원에 팔지는 못했지만 기자가 처음 생각했던 리셀 가격인 40만원 보다 5만원 더 받으니 만족스러운 거래인 셈 치기로 했다.

기자가 판매한 지드래곤 운동화. 구매자가 인증샷은 이처럼 찍는 것이라며 셋팅해줬다.


■ 택배 상자는 절대 먼저 뜯지 말아주세요

직거래를 하기로 약속한 당일 저녁 서울 인근의 한 카페, 구매자는 기자가 들고 간 택배 상자를 조심스레 건네받았다. 택배를 먼저 뜯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던 탓에 택배는 박스 테이프 조차 제거되지 않은 상태였다.

“크랙(갈라짐)이 생길 수 있어서 조심해서 떼어야 되거든요.” 구매자는 아기 다루듯 테이프를 제거하고 박스를 열었다. 이번 지드래곤의 운동화는 신을수록 검정 겉면이 벗겨져 또 다른 그림이 나오는 것이 특징인데, 자칫 박스를 여는 과정에서 갈라짐이라도 생긴다면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포장을 하나하나 제거할 때마다 구매자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전체적인 디자인이나 데이지 꽃의 디테일 등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왜 정가의 두 배에 달하는 가격에 운동화를 구매하냐는 질문에 구매자는 “디자인도 잘 나온 편인데다가 지드래곤과 콜라보레이션 했기 때문에 더욱 희소가치가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 운동화를 신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마 신지는 않을 것 같다”며 “이런 신발은 투자 가치가 있다. 보통 발매 직후 가격이 치솟았다가 한 번 떨어진 후 시간이 갈수록 오르는데, 가격이 충분히 올랐다고 생각할 때 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운동화 리셀계의 인기 매물인 이지 부스트 350 v2의 시세 그래프. 구매자의 말대로 발매 후 가격이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운동화 매니아들은 이같은 그래프를 ‘나이키 로고’ 모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StockX 캡쳐


지드래곤 운동화에 친필 싸인이 새겨져 있는 에디션은 현재 호가가 2700만원을 돌파했다./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 또 확인된 ‘지드래곤 효과’…다른 운동화 시세까지 영향 미쳐

큰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운동화 리셀 계에서도 지드래곤의 브랜드 가치에 놀란 듯했다. ‘나이키매니아’에서는 “여기가 지드래곤 팬 카페냐‘며 하루 종일 지드래곤 운동화에 대한 언급만 나온다는 불만을 가진 글들이 보였다. 보통 운동화는 발매 이후 일주일이 지나면 가격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지드래곤 운동화는 계속해서 50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어 놀랍다는 댓글도 있었다. 운동화 매니아들 뿐만 아니라 지드래곤 팬들도 구매를 원하기 때문에 가격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고 추측했다.

한 회원은 운동화 매니아들의 관심이 지드래곤 운동화로 쏠려 다른 인기 제품들의 가격이 떨어지고 매물도 많아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지드래곤 운동화 출시 전까지 인기 모델이었던 아디다스의 이지 부스트 350 제품의 시세가 중고나라 기준으로 한 달 전에 비해 20만 원 가량 하락했다.

■ 자연스러운 시장 vs 불필요한 거품 …리셀을 향한 두 시각

리셀 시장에 대한 찬반 시각차는 뚜렷하다. 프리미엄이 붙어 리셀되는 신발은 누군가에게는 더 큰 수익을 기대하게 만드는 투자재이고 누군가에게는 당장 신고 거리로 나가고 싶은 소비재이다. 리셀에 찬성하는 사람은 자연스러운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따른 거래라고 주장하지만, 리셀하려려는 사람 때문에 실제로 신고 싶은 사람은 비싼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비판하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중국은 지난 달 정부 차원에서 운동화 투기 열풍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국내에서는 해외 직구로 사들여 세금을 내지 않은 제품을 거래해 이익을 취하는 거래 행위에 대해서만 규제를 가하고 있다.

/정현정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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