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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의 세상보기] 경제인 총리와 장관이 필요하다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정치 잘하려면 경제통 필수인데

국정 파트너 아닌 규율대상 인식

현재 장관중에 기업인 출신 없어





곧 있을 개각에서 경제관료와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의원이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대내외로 어려운 경제환경에서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경제통’을 임명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옳은 방향이다. 더 바람직한 방향은 실제 경제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이 총리나 장관을 맡도록 하는 것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투자은행가 출신이며,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철강과 섬유회사의 구조조정을 한 경험이 있는 기업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들을 포함해 7명의 경제인 출신 장관을 임명했다. 한국에서 기업 경영자가 장관이 된 경우는 많지 않은데 진대제·남궁석·배순훈 등 주로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현 정부에서도 정보통신 경력의 유영민 장관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수장으로 발탁했으나 그 후임으로 교수 출신을 임명해 현재 장관 중에는 기업인 출신이 하나도 없다. 더욱이 현 정부는 ‘재벌 저격수’로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던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한 데 이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까지 등용해 기업인을 파트너보다 규율의 대상으로 인식했다.

우리나라 국회의 시각도 큰 차이가 없다. 매년 국정감사 때 기업인을 무더기로 증인 신청해 국경을 넘나들며 경영활동을 해야 하는 기업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의원 숫자의 절반을 훨씬 넘는 인원이 관료 교수 법조계 출신이며 언론계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기업·금융인 출신은 매우 적다. 특히 20대 국회에서는 5%에 불과한 15명에 그치고 있다. 노동운동의 경험이 있는 의원 숫자는 이보다 많아 시민단체를 합치면 30명이나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실제 경제상황에 알맞은 입법활동이 이뤄질 리 없다. 기업들이 그렇게 목말라하고 역대 모든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다짐한 규제 완화가 실현되지 못하고, 오히려 규제가 더 늘어나는 것은 현장의 경험보다 규율에 익숙한 관료와 법률가·노조와 시민단체의 의견이 더 반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의 관계 밑바탕에는 전통적인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사상이 깔려 있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 행정이나 국회 입법은 선비의 역할을 이어받은 관료와 법조인들이 맡고, 농·제조·서비스업 등 실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국가가 정한 지침을 따라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경제를 꽃피운 서구에서는 경영인 출신의 대통령이나 총리가 적지 않게 배출되고, 사회주의 중국에서도 기술자 출신의 국가 지도자가 나오며 정통외교관이 아니라 경영인을 대사로 임명하는 나라도 많다.

한국에서 기업인 출신 국회의원이나 장관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로 주식 매각 및 백지 신탁제도와 인사청문회를 꼽는 사람들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나 그 전의 중소기업청에 벤처 기업가들을 등용하기 어려우니 규정을 완화하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도 우리나라와 큰 차이 없는 공직자 임명절차와 제도가 있으므로 규정보다는 운영이 문제다. 인재의 풀을 선거 캠프 중심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능력을 갖춘 사람들로 확대해야 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출신이 국회와 정부에서 일하는 것처럼 대한상공회의소나 경영자총협회 등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전문가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흠집내기식 인사청문회를 능력검증 중심으로 바꾸는 일도 필요하다. 물론 개개인의 자세와 의식이 중요하지만, 그동안의 기업인 출신 장관들의 경험에 비춰볼 때 재직 중 사익으로 인한 일탈행위가 뚜렷이 없었던 점도 참고할 만하다.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 즉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구함이라는 말을 줄인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경제는 바로 통치행위의 핵심과 맥이 통한다는 뜻이다. 정치를 잘하려면 교수·관료 같은 선비나 판·검사를 찾기보다 경제를 잘하는 사람을 중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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