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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로 핸들 꺾은 현대차 노조…'투쟁' 머리띠 푸나

중도 이상수, 강성 후보들 제치고

차기 위원장으로 당선 이변 연출

"산업 변화 위기감에 합리 택해"

韓노조문화 변화바람 불지 관심

이상수(가운데) 차기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8대 현대차 노조 집행부 당선자들이 4일 새벽 개표가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합리·중도 노선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내 자동차 노사문화가 변화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약 5만명의 조합원이 소속된 국내 최대 노조로, 한국 노사관계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조직으로 꼽힌다.

4일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이날 끝난 8대 집행부 선거에서 합리적 실리 노선의 이상수 후보가 ‘강성’으로 분류되는 문용문 후보를 제치고 차기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표 차이가 405표에 불과한 신승이었다. 이 후보가 2만1,838표(49.91%), 문 후보가 2만1,433표(48.98%)를 얻었고 득표율 차이 또한 1%포인트 내였다. 결선투표에서도 과반이 나오지 않은 것은 현대차 노조 선거 사상 처음일 정도로 초접전이었다.

합리·실리 성향인 이 후보의 당선은 큰 이변으로 분석된다. 이번 선거에 등록한 4개 조직 중 이 후보 조직을 제외한 3곳이 강성으로 분류됐다. 당초 강성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결선투표에 오른 이 후보는 비교적 젊은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으며 전망을 뒤집었다. 이 후보는 울산공장에서는 문 후보에게 열세를 보였지만 현대차 연구개발 조직인 남양연구소 등에서 큰 차이로 앞섰다. 현대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의 변화 속에서 위기감을 느낀 젊은 조합원들이 과격한 투쟁보다는 합리를 택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포함해 최근 현대차 노조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투쟁 일변도였던 과거 문화에서 벗어나 변화가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쇄신을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8년 만에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 더 많이 얻어내기 위해 습관적으로 파업을 하던 문화에서 벗어난 것이다. 하부영 위원장이 직접 “사회적 고립과 귀족노조 프레임을 없애는 단초를 마련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하 위원장은 이어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현대차 노조의 투쟁 방향을 ‘반성’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앞만 보고 투쟁해 10% 이내의 기득권 세력이 됐는데, 계속 임금 인상 투쟁을 하는 게 옳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적 약자인 비정규직·중소기업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강조한 맥락이지만 ‘강성’으로 분류됐던 하 위원장이 기득권과 후한 임금을 인정하고 변화를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변화를 거부할 수 없는 외부환경과 맞물려 현대차 노조에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며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차기 집행부에는 변화에 열려 있는 분들이 많은데, 이분들에 대한 젊은 조합원들의 지지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전임 박유기 지부장이나 현 하부영 지부장도 강성으로 분류되기는 했지만 변화의 목소리를 담을 줄 알았다”며 “미래차로의 흐름을 무조건 거부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서 노조 또한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 수는 약 5만명으로 금속노조 15만명 중 3분의1을 차지한다. 압도적인 숫자와 조직력으로 상급단체도 현대차 노조에 영향력을 마음대로 행사하기 쉽지 않은 단체다. 이 때문에 현대차 노조의 변화는 곧 한국 노사관계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물론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분명한 추세로 형성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실제 변화가 생기려면 분명한 액션이 존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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