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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신년세일? 계획도 못세워요

내년 시행 공정위 '특약매입 지침'
비용 부담 않는 '세일' 기준 모호
새해 코앞인데 영업계획 '깜깜이'
신세계 OO大展, 현대 점포생일 폐지
일각선 "세일 무의미" 주장도
공정위 내년 중 가이드 발표 검토

  • 맹준호 기자
  • 2019-12-08 16:51:27
  • 기업
백화점 신년세일? 계획도 못세워요

새해가 코 앞인 가운데 백화점 업계가 내년 영업계획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대규모유통업 분야의 특약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지침’의 시행이 내년 1월1일로 다가왔지만 백화점 측이 할인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벌일 수 있는 세일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어디까지인지 아직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영란법 초기와 마찬가지로 관(官)이 각각의 세일 케이스를 어떻게 해석할지 몰라 눈치만 보고 있다”면서 “연중 가장 큰 세일인 1월 정기세일이 코앞인데 영업계획을 못 짜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8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모피대전’, ‘골프대전’, ‘신학기대전’과 같은 ‘○○대전(大展)’ 행사를 내년부터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백화점의 ○○대전 행사는 사실상 매주 있는 할인 이벤트다. 주로 백화점 내의 이벤트홀에 매대와 행어를 들여놓고 특정한 상품군을 테마로 정하고 벌이는 할인 행사다.

신세계가 이같이 상시적인 행사를 폐지하는 것은 이 세일이 ‘공동판촉행사’로 해석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규모유통업법과 이번 심사지침은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함께 진행하는 ‘공동판촉행사’는 할인 비용 중 절반 이상을 백화점이 부담하도록 규정한다. 반면 납품업체가 100% 자발적으로 행사 내용과 할인 폭 등을 결정했다면 백화점은 세일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대전과 같은 세일은 백화점이 행사 테마와 내용 등을 먼저 결정한 뒤 참여 업체를 모으는 방식이어서 백화점이 할인 비용을 50% 이상 부담해야 하는 공동판촉행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내년부터 시행되는 심사지침의 핵심은 ‘자발성 요건’이다. 자발성 요건이란 입점 업체가 대형유통업체의 요청 없이 스스로 할인 행사 참여 여부와 행사 내용을 결정했느냐 여부를 의미한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행사는 자발성 요건이 충족되고, 어떤 행사는 충족되지 않는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백화점 업계에 아무도 없다는 게 업계의 볼멘소리다.

현대백화점은 ‘○○점 개점 ○주년 기념 세일’ 등 점포별 생일 행사를 안 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점포 생일 행사는 입점 업체가 원해서 하는 행사라기보다는 점포 스스로가 생일을 맞아 고객에 감사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어서 공동판촉행사로 봐야 하지 않겠냐”면서 “해석이 케이스바이케이스로 나와야 하는 문제여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다만 롯데·현대·신세계 등 ‘빅3’는 정기 세일은 기존과 같이 진행하기로 했다. 백화점 본사가 세일 기간을 업체에 고지한 뒤 행사 참여 여부와 할인 폭을 스스로 결정한 업체만 모아 행사를 벌이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세일을 통한 재고소진을 원하는 업체만 참여시켜 세일을 구성하고 백화점이 이를 광고하고 사은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형태라면 관련법과 심시지침을 어기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내부에서는 “이럴 바에 세일을 안 하는 게 낫지 않냐”는 얘기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규정 해석에 대한 모호함이 남아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정기세일을 해도 바뀐 심사지침 하에서는 업체의 세일 참여율이 낮아질 것 같아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백화점 세일은 입점 업체의 참여율이 대단히 중요하다. 세일이라고 해서 백화점을 찾았는데 막상 원하는 브랜드가 세일을 안 하고 있으면 고객은 속았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유통 채널이 최저가를 외치고 있어 백화점 세일에 대한 고객의 반응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모호함을 안고 세일을 하느니 안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는 생각보다 유연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유통업체가 행사를 기획했다고 해도 납품업체가 의사결정을 했다면 어떤 세일이든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의 취지는 그동안 백화점이 주도해서 운영하던 세일행사를 납품행사 주도의 행사로 바꾸란 것”이라면서 “백화점이 세일 콘셉트와 세일 폭, 사은품 등을 일률적으로 정하면 행사를 할 이유가 없는 업체까지 무조건 들어가 손해를 봐야 했던 과거 관행을 벗어나라는 것이 근본 취지”라고 말했다. 행사의 형태보다는 억지로 세일에 참여하는 업체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내년 중 표준약정 형태의 가이드를 발표해 백화점 업계의 혼란을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맹준호·나윤석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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