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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한미관계 70년 역사상 최악…북핵 해결하는 길은 동맹 강화 뿐"

■황진하 한미우호협회장  

北과 대화로 일관하는 건 핵무장 시간만 벌어주는꼴

中에 '사드 3不정책' 약속은 안보 핵심 포기한 '패착'

5년 단임 정부가 국가동맹 근본틀 흔들어서는 안돼

韓 '국제 고아' 안 되려면 과거 회귀 정치서 벗어나야

지난 5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는 350여명의 한미 양국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동맹의 우의를 다지는 행사가 열렸다. 바로 한미우호협회에서 주최한 ‘2019 송년 한미우호의 밤’ 행사였다. 이날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 부대사는 “한국보다 더 좋은 동맹·친구·파트너는 없다”며 “한미동맹은 전장에서 형성돼 여러 세대를 거치며 심화하고 강화됐다”고 역설했다. 양국 관계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변치 않는 동맹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참석자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기도 했다. 행사를 준비한 황진하 한미우호협회 회장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동의 가치로 이뤄진 한미관계는 이제 포괄적 동맹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황 회장을 만나 한미동맹의 현주소와 발전방안을 들어봤다. 황 회장과의 인터뷰는 6일 서울 사직로 한미우호협회 사무실에서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협회에서 주최한 ‘한미우호의 밤’에 미국 측에서 많은 인사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는데.

△이번 행사에는 미국 측에서 150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해 양국의 우호 관계를 다졌다. 요즘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 미국 측 인사들이 좋은 행사였다며 더욱 고마워하더라. 예년에 비해 보람이 훨씬 더 컸다. 참석자 모두가 한미동맹은 절대 깨트릴 수 없는 관계라는 데 공감했다.

-그래도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한미동맹의 균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흔히 지금의 한미관계를 2002년의 동두천 여중생 사망사고와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는 일종의 사고에서 비롯된 반미 감정으로써 비교적 단기간에 해소될 사안이었다면 지금은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갈등 상태이기 때문에 본질에서 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미관계가 70년 역사에서 최악의 국면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이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해 한미관계를 복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결국에는 양국 국민들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할 것이다.



황진하 한미우호협회장은 “안보위기가 커질수록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는 미국”이라며 “정부가 확고한 중심을 잡고 외교안보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승현기자




-당장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이 최대 관건이다. 미국 측의 요구가 무리한 상황인데.

△아무래도 방위비 문제가 양국 관계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를 비외교적인 어법으로, 기업 경영하듯이 접근하는 방식이 문제다. 지난 10월 방미 과정에서도 그랬듯이 미국 측 지인들을 만나면 세계 지도자를 자처하는 나라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접근방식이라고 얘기한다. 미국에서도 생각 있는 지도층은 공감하더라. 최근에 만났던 존 햄리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소장 같은 인사도 한국이 적정 범위에서 성의껏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두에게 바람직한 방위비 협상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무엇보다 상호 신뢰를 쌓는 작업이 중요하다. 예컨대 미국이 얼마를 요구했다면 이를 인정할 수 있는 신뢰가 형성돼야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미국은 증액 규모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우리는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우리도 협상에서 무조건 깎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동맹국 입장에서 최대한 분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이래서 어렵다는 논리도 만들어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호혜적인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해나갈 수 있다.

-양국 정부가 기본적인 신뢰 관계를 갖추지 못해 상황이 더 나빠진다고 볼 수도 있나.

△상호 신뢰가 바탕을 이루지 않으면 굉장히 어렵다. 미국에서는 사실 우리 정부를 불안하게 보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더니 비핵화 의지가 우리 측 얘기와 다르다며 화냈다는 얘기도 있지 않나. 정상 간의 회담을 전후해 거짓말이 거론된다거나 신뢰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는 사실은 한미동맹의 뿌리까지 뒤흔들 정도다. 모름지기 대통령이란 정치적 비전과 국민 정서 등을 다 아우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치 지도자들의 자성과 절제가 필요한 대목이다.

-한미연합훈련이 비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무력화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양국 모두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의미를 희석하는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측 인사들과 만나보면 한미 연합전투력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필요한 훈련은 반드시 실시한다고 강조하더라.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에 한국이 적정 부담을 하지 않는다며 돈 문제를 거론한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동맹 관계를 단지 돈으로만 따지면 되겠나. 최근 사회 일각의 반미 감정도 이를 파고들어 자신들의 입맛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반미 감정이 엉뚱하게 친중 정서로 이어지는 측면도 있다.

△우리가 이제는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주변국에 대한 자세나 인식에 대해 자성해야 할 때라고 본다. 중국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우호적으로 보면서 반일·반미는 당연시하는 풍조는 주변국과의 관계 설정에서 짚어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 현 정부가 ‘3불(사드 추가배치, 한미일 군사동맹,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참여하지 않겠다) 정책’을 약속해버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안보의 핵심적인 요소를 전부 포기하겠다는 것이야말로 패착 중 패착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확고한 중심을 잡고 외교정책을 이끌고 나가야 한다.

-북핵과 한미동맹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북한의 도발행위도 노골화하고 있는데.



△북한은 핵밖에 가진 것이 없는 나라여서 망하지 않으려면 핵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집착해 있다. 역설적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려면 망하지 않도록 체제를 보장해주거나 아예 망하게 만드는 두 가지 길밖에 없다.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해주고 대화로 풀려는 정책 자체는 안이하다고 볼 수 있다. 현 정부 역시 국내 정치가 안 풀리니 대북 관계에서나 성과를 내겠다고 매달리는 것 같다. 북한이 핵으로 장난을 못 치게 하고 전쟁도 막았다고 자부할지 모르겠지만 결국 북한에 시간만 벌어주고 핵무장 정당화를 강화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한미동맹을 지렛대로 삼아야 하는가.

△우리는 한미동맹을 강화함으로써 북한이 핵을 갖고 있어도 그 의미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안보위기가 커질수록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가 미국이다. 만약 북한이 핵 도발을 한다면 우리는 미국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 연합훈련은 둘째 치고 북한이 미사일을 쏴대도 수수방관하는 듯한 자세가 불안하다. 이게 국가 안보의 책무를 가진 우리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조치인가.

-우리도 북한에 맞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말하기 좋은 사람들이 그런 주장을 하지만 나는 반대한다. 핵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가 책임져야 할 국가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맹 관계를 강력하게 가져가면 미국의 핵우산으로 핵을 제압하고 북한의 전쟁 도발을 억지함으로써 북핵이 소용없도록 만들 수 있다. 동맹은 그런 목적으로 만든 것인데 자꾸 동맹에 금가는 소리나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과 미국이 경제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맺을 여지도 풍부하지 않나.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신의를 지키고 동맹국의 신뢰를 높이면 미국의 협력을 이끌어낼 분야가 많다. 우선 방위산업에서 미국의 기술이전 조건을 대폭 완화함으로써 방위산업 육성이나 수출에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또 우주개발이나 농업기술·생명공학 분야에서 미국과 합작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미국이 앞선 분야에서 협력하고 세계 시장을 공동으로 개척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미국 측 인사를 만나면 한국인의 엄청난 잠재력을 역설한다. 잿더미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것이나 세계 최고의 기술력, 민주주의를 달성한 나라라고 강조한다. 우리 외교도 이렇게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바람직한 발전방안은 무엇인가.

△결국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만 해도 그렇다. 한미 FTA는 한미동맹이 안보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그만큼 커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경제동맹으로 나아간 것이었다. 21세기의 한미동맹은 포괄적 한미동맹이다.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와 문화·예술 등을 아우르는 것이다. 여기에는 양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초로 맺어진 최고의 가치동맹이라는 사실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과거 역사를 보면 정권에 따라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5년짜리 정부가 70년 한미동맹을 흔드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우리 정치권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치권이 지금처럼 국내 정치에만 몰두하면 국제 고아로 전락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제는 과거로 회귀하는 정치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국내외 정치를 균형 있게 바라보면서 국내 정치가 못하는 것을 국제적으로도 푸는 지혜가 절실한 때다.

-새해 한미우호협회의 계획은 뭔가.

△협회가 그동안 현실적인 여건이 어렵다 보니 활동에 제약이 많았다. 앞으로 자립기반을 키우고 한미동맹을 더 큰 차원에서 발전시키기 위해 대국민 홍보도 열심히 펼칠 계획이다. 무엇보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단체로 만들어나가겠다. 올해 안에 발전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학술활동은 물론 청년들의 참여를 늘려 진정한 한미동맹의 개척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 노력하겠다. /정상범논설위원 ssang@sedaily.com

He is…

1946년 경기 파주에서 태어나 육사를 졸업하고 센트럴미시간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받았다. 제5군단포병여단장, 주미대사관 국방무관과 키프로스 주둔 유엔평화유지사령관 등을 거쳐 2004년 육군 중장으로 예편하고 17대 국회에 입성해 18대와 19대 연속 당선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과 새누리당 사무총장 등을 지냈으며 한국인 출신 최초의 유엔평화유지군 사령관으로 키프로스의 분쟁 해결과 평화 유지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 ‘장군들의 리더쉽’ ‘미국의 힘 네오콘’ ‘황진하 회고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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