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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 서치] 한류 전파 등 일방주의 벗고 지역협력 꾀해야

<끝>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의 과제

김형종 연세대 교수·국제관계학

미중 패권전쟁·日무역조치 등

동아시아 질서에 부정적 영향

강대국 보호무역주의 막으려면

아세안과 다양한 분야 공조 절실

아세안 전폭 지지얻은 韓신남방

세계질서 변화 이끄는 계기 기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가 다양한 부대행사와 함께 부산에서 개최됐다.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한 한·아세안 정상들은 ‘평화·번영과 동반자 관계를 위한 한-아세안 공동 비전성명’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을 채택했다.

이번 특별정상회의는 한·아세안의 관계 발전에 있어 몇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한국과 아세안 간 규범을 공유한 것이다.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사람중심공동체, 상생번영의 공동체, 평화로운 동아시아공동체를 중심으로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는데 이는 공동체 정신과 가치를 상징한다. 아세안은 사람 중심, 사람 지향의 공동체 건설을 표방하며 평화·번영·진보를 핵심 가치로 삼아왔다. 문재인 정부도 신남방정책을 통해 사람(People), 공동번영(Prosperity), 평화(Peace)의 이른바 3P를 강조했기에 양측의 원칙과 목표가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고 공유한 것이다. 공동체로의 지향은 강대국 중심의 힘의 정치와 세력 균형, 경제적 이익을 위한 무한경쟁에 익숙했던 우리의 국제관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국익을 넘어 가치를 공유하는 것은 공동체 건설의 중요한 기반이다.

둘째, 양방향 교류 확대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그간 한·아세안 관계는 일방적 흐름이 주도적 양상이었다. 정치안보 분야에서는 양측 간 현안이 없는 대신 북한 문제와 같이 특정 사안에 일방적 지지를 요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문화 분야에서도 한류의 확산과 일방적 인적교류가 주된 양상이었다. 상호 의존도가 높은 경제 분야도 수직적 분업구조 속에서 한국은 지속적으로 무역수지에서 흑자를 기록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한반도와 역내 평화 공동체 건설을 위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과 같은 아세안 중심 협력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아세안의 역할과 관련해 그간의 지지선언 형태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한국은 아세안공동체 건설에 기여하고자 한다. 한·아세안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 등 문화적 흐름에 있어서도 한류와 아세안문화 간 조화와 양방향 교류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개발협력과 관련해서는 지원금액을 확대하기로 했다.

셋째, 전 지구적 문제 해결에 있어 파트너로서의 상호인식이 강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일방주의는 다자협의체에서 미국의 의무 불이행뿐만 아니라 세계적 차원의 대응에도 심각한 도전을 제기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동아시아 질서의 재편을 가져오고 그간 지역협력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베 신조 정권하의 일본도 부당한 무역조치와 왜곡된 역사인식을 재생산하고 있다. 아세안은 보호무역주의를 견제하기 위한 중요한 협력 파트너이다. 이뿐만 아니라 해양플라스틱·산림협력 등 환경문제에 대한 공동대응,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공조를 모색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요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아세안과의 ‘동행’과 파트너십을 강조한 이유이다.

상호인식의 발전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아세안 관계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인식과 행동에는 격차가 있다. 다자협력의 경험이 부족한 한국은 여전히 정치안보 영역에 있어 강대국 중심의 양자주의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세안 또는 지역협력에서 독립적인 역할을 부여받지 못하고 강대국 정치에 영향을 받는 결과물로 인식되고 있다. 경제영역에 있어서도 공동번영은 선(先)이익, 후(後)공여의 형태에 기반하고 있다. 한·아세안 간 교역량의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가파르게 증가하는 무역수지 흑자에 대한 아세안 측의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과 아세안이 공유하는 규범과 가치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사람중심은 ‘사회문화’ 분야를 지칭하는 범주 명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협력의 궁극적 목표가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안보·경제·사회문화 분야를 포괄하는 가치이다. 정치안보에서는 인간안보의 개념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현재 다수의 아세안 회원국에서 권위주의체제의 강화 속에 인권과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다양한 차원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지향에 대한 협력과 논의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국제개발협력에 있어서도 다수 주민의 이해관계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장 주도의 개발협력사업은 이윤추구의 기업 활동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공적원조자금이 투입되고 SK건설이 참여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건설 중 발생한 붕괴사고는 시장 중심적 접근의 위험성과 한계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우리 안의 아세안에 대한 일상 속의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시아 사람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결혼이주자, 이주노동자, 그리고 유학생은 이미 우리 안에 있는 아세안이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와 유학생은 성실하게 학업과 생업에 임하고 있지만 다수의 인식은 ‘잠재적 불법체류자’에 머물고 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정부가 아세안 인재에게 장학금 지원을 확대하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을 찾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에게 법적·사회적 장벽은 높기만 하다.

이번 정상회의의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신남방정책 2.0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양적 확대만이 아닌 합의한 가치와 비전을 실천할 수 있는 질적 발전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김형종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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