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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發 여론 역풍에…한걸음씩 물러선 현대차 노사

사측, 안전문제로 차단 나섰지만

강력반발에 3일만에 원상 복귀

노조는 '특근 거부' 철회하기로

전문가 "작업중 폰보는건 한국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근로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노동조합의 ‘와이파이’ 투쟁에 한발 물러섰다.

현대차(005380) 사측은 안전사고 우려 등을 이유로 울산공장 내의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을 끊었다가 노조의 반발로 3일 만에 제한을 풀기로 했다. 원상복귀 후 와이파이 문제를 노조와 차후 협의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초반의 강경 대응 이후 노조 반발이 거세지자 애초 노선을 변경한 것이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현대차 노조는 이날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고 와이파이 차단과 여기에 맞선 특근 거부를 서로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사측이 와이파이 차단을 철회하는 대신 노조는 여기에 대응한 특근 거부를 없던 일로 한 뒤 ‘와이파이 문제’에 대해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공장 내 와이파이가 사회문제화하자 일단 갈등을 봉합했지만 노사 양측의 입장은 명확하다. 사측은 “와이파이는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며 차단을 강행할 의지를 보이는 반면 노조는 “이 문제는 단협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노사협의회 합의 위반”이라며 물러서지 않을 뜻을 비치고 있다.

사측은 지난 2011년 노조의 범용 와이파이 설치 요구를 받아들여 작업장 내부에 와이파이를 설치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작업장에서 동영상 시청을 하며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9일 작업시간 중 와이파이를 차단했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조립 과정에서 라인 인력이 동영상을 시청할 경우 안전은 물론 차량 품질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에 대해 “일방적인 노조탄압”이라며 곧장 특근 거부로 맞섰다.



사실 현대차 울산공장 조립 라인의 ‘와이파이 문제’는 이미 업계에 널리 알려진 것이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 라인의 일부 직원들은 와이파이를 이용해 휴대폰 동영상을 보다가 자신이 조립해야 할 차량이 다가오면 빠르게 조립한 후 다시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일을 한다”면서 “아무리 숙련된 인력이라고 해도 자칫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 있고 품질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생산현장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지 않는 현대차 노조의 행태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노사 간 기존 합의 사항과 별개로 생산 라인 근무자가 작업 중에 동영상을 보는 것은 세계 어느 공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제조업체 사장은 “한국은 정문을 지나는 시간이 출근 시간이고 옷 갈아입는 시간, 휴대폰 만지는 시간이 다 근로시간에 들어간다”며 “가까운 일본만 해도 휴대폰은 사물함에 넣어놓고 작업 라인에 들어서 출근 스위치를 눌러야 근로시간이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안을 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노조를 비판한 포털 댓글을 인용하며 “이게 국민들이 보는 우리의 모습”이라며 “가족과 친구들이 욕하고 흉보는 의식 수준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 역시 “회사 와이파이를 끊는다고 특근을 거부하는 행동이 옳은 일인지 참으로 궁금하다”며 “이런 일로 현대차 조합원이라는 것이 부끄러워지는 게 싫을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문제로 현대차가 ‘글로벌 망신’을 당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5위 수준의 자동차 기업에서 발생한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상식을 한참 벗어난 일이어서다. 한 자동차 업계의 원로는 “현대차그룹의 고객은 해외에 주로 분포해 있는데 이런 일이 알려질까 두렵다”며 “작업장 내 와이파이 문제로 특근을 거부했다는 일이 알려지면 어느 고객이 현대차를 선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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