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목요일 아침에] 시대정신 못 챙기는 文정부

오현환 논설위원

혁신실종·장기 저성장 상황 초래

반환점 돈 文정부 경제성적 초라

친노동·무리한 복지정책 멈추고

규제완화·稅인하해 투자 늘려야

한나라 황제 문제(文帝)는 제위에 오른 후 부역을 경감하고 세금을 줄였다. 토지세는 수확량의 15분의1에서 30분의1로 반감했다. 산과 호수를 개방해 생산을 적극 장려하고 공업과 상업을 발달시켜 공상잡세가 토지세를 능가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매우 근검절약하며 국고의 낭비도 꼼꼼하게 막았다. 그의 아들인 경제(景帝)도 제위에 오른 후 아버지의 정책을 이어나갔다. 국고에 곡물이 많이 쌓이자 30분의1에 해당하는 토지세도 13년 동안 아예 면제했다. 문제와 경제는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하면서도 인간의 본성을 자극해 생산성을 증가시켜 산업의 활성화를 꾀한 것이다. 그 결과 백성들은 노새를 타고 다녔고 땅에 돈이 떨어져도 줍지 않았으며 창고에는 쌀들이 썩어 넘칠 정도였다고 한다. 이때 가득 쌓인 국고는 문제의 손자인 무제가 흉노·고조선·남월을 토벌하고 실크로드를 개척하며 한나라의 전성기를 이끄는 바탕이 됐다. 태평성대를 가리키는 ‘문경지치(文景之治)’라는 말이 생겨난 이유다.

문경지치 얘기를 꺼낸 것은 외골수로 밀어붙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돌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다. 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을 무려 30% 가까이 올리고 주 52시간제도 융통성 없이 강행해 자영업자 몰락과 소득 양극화 악화, 고용참사를 초래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과 좋은 일자리는 오히려 줄었고 잡셰어링은커녕 인력을 대체하는 기계도입이 늘었다. 비정규직은 임금근로자의 36%로 그 비중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혁신성장을 한다면서도 신사업은 기득권 보호한다며 발목잡기 일쑤다. 공정경제를 내세워 연기금이 기업의 경영권에 사사건건 개입할 수 있는 연금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이 밖에도 탈원전·부동산정책·4대보험 등 곳곳에 부실을 쌓아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경제가 1954년 이후 반세기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물며 최악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비관했다. 블룸버그도 “한류의 나라가 혁신은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 전반의 물가수준을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디플레이터가 3·4분기에 -1.6%로 20년 만의 최저치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잃어버린 일본의 20년처럼 우리도 장기 저성장의 디플레의 초입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굽히지 않고 있다.

문 정부의 경제정책을 요약해보면 시장을 무시한 친노동 퍼주기다. 양극화 해소를 시도한다는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방법이 잘못됐다. 이는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근본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소용돌이치는 부동산시장도 시장기능을 무시하고 규제로만 풀려고 하니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의 효율을 무시하고 사회주의와 포퓰리즘에 기대다 거덜 난 소련·동유럽·남미·남유럽 국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복지란 한번 풀면 다시 거둬들이기가 쉽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펑펑 써도 괜찮을 정도로 여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3·4분기에 0.88명으로 다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 미만이 확실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로 2050년대쯤에는 노인이 50%를 넘을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 등 서유럽은 30%대에서 안정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게 문제다. 2017년 감소세로 돌아선 생산인구는 갈수록 준다. 이에 따라 미래세대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세금·부담금으로 내놓아야 할 판이다. 젊은이들이 출산 포기는 물론 이런 부담을 피해 한국을 떠나는 사태가 벌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반환점을 돌아선 문재인 정부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친노동 일변도 정책을 멈추고 그동안 실시한 복지정책에 무리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문경지치의 교훈처럼 시장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규제를 풀고 법인세를 내려 기업의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 그래야 국고도 쌓이고 통일시대도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