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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비구역 해제 '민낯'…서울, 아파트 25만가구 날렸다

[본지 시의회 보고서 입수]

2012년 후 393곳 정비구역 해제

분당신도시 2.6배 규모 사라져

실수요자 많은데 공급절벽 불러

서울 아파트가격 24주째 상승세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지난 2012년부터 뉴타운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구역 해제를 추진하면서 이로 인해 착공하지 못한 아파트가 약 25만가구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393곳이 구역에서 해제됐다. 이에 따른 아파트 감소 규모를 계량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만가구는 분당신도시(9만7,600여가구)의 2.6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서울은 주택 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물량 감소를 꼽고 있다.

12일 본지가 입수한 서울시의회의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시가 2012~2018년 총 393곳의 정비구역을 해제하면서 착공되지 못한 아파트는 24만8,893가구다. 이 보고서는 시의회가 도시재생 위주인 현 서울시 주택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기 위해 발주한 연구용역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비구역에서 해제되지 않았을 경우 착공 가능한 물량이 2016년 790가구, 2017년 3,131가구, 2018년 1만1,664가구로 예측됐다. 착공 후 입주까지 2년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물량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됐어야 했던 셈이다. 특히 2019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5년간 착공될 예정이었던 물량은 22만3,070가구에 이른다. 연구를 총괄한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서울 주택 가격 상승폭이 커진 것은 미공급 주택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라며 “올해 이후 착공되지 않는 물량 규모가 큰데 2019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의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시는 2012년부터 정비사업 출구전략을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총 393곳이 해제됐다. 이 중 시 직권해제 114곳, 주민해제 279곳이다. 주민해제 지역의 상당수는 규제 등으로 사업성이 악화된 것이 주원인이다. 해제구역 면적은 1,423만8,932㎡로 여의도의 4.9배다. 한편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값은 0.17% 상승하며 전주(0.13%)보다 오름폭을 키워 24주째 상승세를 기록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서울 年 3.8만가구 공급부족...“재생서 개발로 출구전략 서둘러야”>





서울시의 도시재생을 중심으로 한 주택정책 기조가 신규 주택수급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세간의 우려는 사실이었다. 서울시 의회가 올 3월부터 진행한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는 지난 2012년 이후 정비구역 해제로 인해 사라진 새 아파트 물량이 총 24만8,893가구에 이른다는 점을 규명했다. 보고서는 서울의 주택 수요가 넘쳐나는 가운데 정비구역 해제를 통한 물량 감소가 집값 상승으로 연결됐다고 분석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25만가구는 한 해 서울에서 4만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되고 있다고 가정할 때 6년 이상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라며 “서울의 아파트 가격 상승은 공급이 모자랄 수 있다는 심리적 우려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실제 정비구역 해제로 초래된 심각한 수급 불균형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393곳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구역에서 해제됐다. 시 의회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공식적인 시 의회 입장이라기 보다는 학술적 차원의 내용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적정한 주택공급 확보를 위해서라도 주택 정책을 바꿔 ‘도시재생 출구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현 서울 주택공급, 한 해 3만8,000가구 부족=보고서를 보면 서울은 인구가 줄어드는 데 가구는 늘어나고 있다. 가구는 2015년 378만여가구에서 지난해 384만여가구로 약 6만가구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인구는 990만명에서 967만명으로 줄었다. 보고서는 서울의 가구 분화속도, 주거형태별 거주동향, 신축 대비 멸실 주택 수 등을 고려해 시가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한 해 준공해야 하는 주택 수를 12만1,000가구로 도출했다. 이는 아파트 외에 다세대 및 다가구 등을 합친 물량이다.

반면 공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서울의 연평균 신규주택 준공물량은 8만3,000가구다. 결국 해마다 3만8,000가구의 공급 부족이 생긴 셈이다. 이는 2012년부터 해제됐던 정비사업이 계획대로 100% 진행됐다고 가정할 경우 6년 이상 안정적인 주택공급이 가능했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최근 수년간 주택 준공량에 비해 40~50%의 추가적인 준공물량이 서울시의 주택시장 안정과 도시 축소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택공급 부족은 서울 아파트 가격급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비사업 구역이 해제되지 않았으면 착공됐을 물량은 연도별로 2016년 790가구, 2017년 3,131가구, 2018년 1만1,664가구다. 이 시점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상승률은 2017년 11.23%, 2018년 17.82%에 이른다. 본격적인 공급 감소는 그러나 이제부터다. 보고서는 정비구역 해제로 인한 미착공 물량이 2019년부터 5만가구 이상으로 늘어나 2021년까지 누적 14만7,078가구에 이를 것으로 봤다.

◇임대주택 의무비율 완화 등 규제 풀어야=보고서는 이 같은 분석을 근거로 서울시가 현재의 재생 위주 주택 정책에서 출구전략을 펼칠 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수요가 넘쳐나는 서울의 경우 도시재생 효과가 더 작다. 한 전문가는 “경기도 외곽 특히 남부 지역의 인구밀도가 높아지는 것은 시장 압력을 서울시가 수용하지 않은 결과물”이라며 “이러한 변화는 수도권 통행패턴을 변화시켜 서울로 출퇴근하는 데만 하루 3시간가량을 써야 하는 등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과거 사업성 악화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곳 중 일부를 재추진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보고 있다. 과거 정비구역 해제를 결정하던 시기는 서울 주택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었지만 최근 가격 상승으로 해제구역도 사업성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1% 오를 경우 정비조합의 수익률도 1.5%포인트 상승한다. 아울러 보고서는 해제지역 정비 재추진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필요하다면 임대주택 공급 비율 완화, 또는 기타 기부채납 비율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시키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서울 아파트 준공물량 가운데 72.8%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통해 공급됐고 이 비중은 과거보다 더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까지 시행되면서 다수의 정비사업장이 고전하면서 시차를 두고 서울의 주택공급 감소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한제에 현재 도시재생 위주의 정책이 지속될 경우 서울 집값이 안정된다 해도 다시 급등할 여지가 상존해 있다는 설명이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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