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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구세군 모금 목표액 안 정했다

[삼성역 구세군 모금현장 가보니]

1시간에 기부 참여 10여명 불과

"갈수록 시민 온정 식는것 느껴"

고액 익명기부·저금통 소년 등

매년 '얼굴없는 천사'에 위안도

카드결제 스마트 자선냄비 등장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의 사관 학생이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근처에서 종을 흔들며 거리 모금을 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앞으로 열흘간 매일 기부할 거예요. 적은 돈이지만 제가 낸 돈이 노숙자를 위한 사업에 쓰이길 바랄 뿐이에요.”

지난 13일 서울 삼성역 6번 출구 근처 지하. 구세군 빨간 자선냄비 옆에서 노숙자의 자립을 지원하는 잡지 ‘빅이슈’ 판매를 준비하던 A씨는 서둘러 자선냄비에 1,000원짜리 지폐를 넣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매일 지하철 출구에 나와 빅이슈를 판매하며 번 돈의 일부를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써달라며 기부한 것이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시민들의 온정이 담긴 기부까지 얼어붙는 분위기다. 구세군자선냄비와 함께 모금 활동하면서 거리 민심을 살펴봤다.

이날 삼성역 일대에서 거리모금에 나선 윤현충 교관은 “30년 넘게 거리 모금했지만 해가 갈수록 경기 불황으로 모금액이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삼성역 6번 출구 근처와 현대백화점 앞에서 종을 치며 직접 기부금 모금에 나섰지만 모금에 참여한 시민은 한시간당 10여명에 그쳤다. 부모 손에 이끌려 1,000원 기부하는 아이, 주머니 속 동전을 꺼내는 중학생 등 기부에 참여하는 시민은 다양했다. 지폐 한장을 모금함에 넣은 60대 이모씨는 “요즘 경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어려울수록 나누면서 살아야 한다”며 “따뜻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막 해외여행을 갔다 온 듯한 한 시민은 “외국 돈도 내도 되나요”고 물은 뒤 지갑 속 중국 지폐를 몽땅 꺼내 모금함에 넣기도 했다.



그나마 삼성역 일대는 모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부는 날씨일수록 모금하는 손길은 급격하게 줄고 있다. 구세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거리에서 모금된 기부금은 약 35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40억원을 모금한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구세군이 전체 목표금액을 설정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구세군 측은 “국민 주머니 사정도 어렵고 매년 목표에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다”며 “100원이라도 귀하게 여기고 정직하게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생각에 올해 목표 모금액을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거리모금에 나선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의 사관 학생들은 힘이 빠질 것 같지만 오히려 매년 구세군 빨간 냄비를 찾아오는 ‘얼굴 없는 천사’에 힘이 난다고 입을 모았다. 사관학생 태승원씨는 “최근 청량리역 구세군 냄비에 1억1,400만1,004원이 적힌 수표가 나왔다”며 “1년 내내 모은 저금통을 들고 일부러 구세군 냄비를 찾아온 할아버지를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한국에서 거리모금을 시작한 지 올해 91년째인 구세군은 나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도 진행 중이다. 카드 결제가 가능한 스마트 자선냄비가 대표적. 아직 홍보가 덜된 탓에 이날 카드로 기부한 시민은 한두명에 그쳤다.

아울러 기부금 사용처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것도 과제다. 구세군은 매년 어디에 기부금을 사용했는지 공개하고 있다. 거리모금 봉사자들이 모금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모두 “좋은 곳에 잘 쓰겠습니다”고 화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 교관은 “거리 모금하는 자원봉사자 모집이 어려워 작년보다 올해 모금 장소도 100여개 줄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기부문화가 옅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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