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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자 과총 회장 "4차혁명마저 정치화로 본질 흐려져…정부가 적극 갈등 조정해야"

[서경이만난사람]

산업혁명마다 신·구체제 대립은 필연적…정부 통치력이 중요

규제 풀어 신사업 늘리되 부정적 영향 집단엔 인센티브 제공

AI·빅데이터 등 미래 우수인재 양성 정책도 중요하지만

기획~사업화까지 '학계·산업계·정부' 연결된 생태계 구축을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 1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성형주기자




“우리 사회의 문제는 모든 이슈를 정치화한다는 점입니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일어난 4차 산업혁명마저도 정치 이슈화돼 그 실체적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게 됐어요.”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15일 서울 광화문 인근 모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근래에 다시 격동하는 산업혁명 속에서 한국은 국가도, 조직도, 개인도 미래에 대한 방향을 잡지 못해 혼돈에 빠져 있다며 이같이 걱정했다. 그는 “요즘 우리 사회가 정치 일변도로 흘러 중차대한 이슈들이 다 묻히면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시간을 잃어버려 그간 쌓아올린 ‘한강의 기적’이라는 공든 탑이 어떻게 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라는 제목으로 600쪽에 육박하는 대작을 저술한 김 회장은 “근대사를 보면 산업혁명에 앞서 간 국가가 세계사의 주역이 됐고 그 과정에서 개방과 혁신은 불가결의 요소였다”고 되짚었다. 결국 개방과 혁신을 선제적으로 한 국가가 산업혁명기의 주인공이 된다는 뜻이다. 그는 “과학기술의 속성은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이 있으면 그 방향으로 반드시 가게 된다는 것”이라며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산업혁명도 결국은 국가별로 정부의 역량에 따라 늦게 되느냐 빠르게 되느냐는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고, 결과적으로는 (규제로) 산업혁명을 막을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산업혁명에 따른 시장을 (해외 기업, 자본에) 내어주기 전에 우리가 자구력을 갖춰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김 회장은 강조했다. 그렇지 않고 산업혁명으로 새로 열리게 되는 시장을 정부가 규제로 막을 경우 국내에서는 자구력을 갖춘 신기술·신서비스 산업생태계가 육성되지 못해 글로벌 시장 진출은커녕 안방 시장 마저 해외 기업들에 내어줄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핵심 산업기술 간 융합뿐 아니라 과학기술 및 다른 분야 간 융합도 중요하다는 게 산업혁명 역사의 교훈이었다고 역설했다. 지난 1~3차 산업혁명을 되돌아보면 차수가 높아질수록 국가 간, 개인 간 빈부격차가 벌어져 이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했을 경우 국제적·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심화됐기 때문에 비(非)과학기술 분야가 과학기술 혁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국가적·사회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4차 산업혁명기에서도 공유경제 서비스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내 차량운송 공유 서비스인 ‘타다’에 결사반대하고 나선 택시 업계의 반발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이에 대해 공유경제 초창기에는 신체제와 구체제가 부딪히면서 생업이 걸린 이해당사자들 간에 갈등을 빚는 것은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 등의 기술혁신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공유경제로 우리 사회가 가게 될 것이라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정부가 국내에서) 공유경제를 규제로 막아봤자 이미 세계는 사람·자본·상품·정보·기술이 국경 없이 흐르는 디지털 글로벌화돼 있어 (해외 기업에) 시장만 내어주는 실패를 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문제는 공유경제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그 길로 가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에 따른 소모전을 얼마나 치르면서 가느냐인데, 이는 국가적 통치능력과 사회적 역량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김 회장은 분석했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혁신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융합시키는 국가적 통치능력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김 회장은 강조한다. 특히 정부가 공유경제처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서비스를 규제로 막기보다는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의 균형을 맞춰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의 보급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집단에게는 살길을 마련해주고 (규제를 풀어) 신기술의 진입은 허용하는 조화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를 혁신의 파트너로 해서 합의에 이를 만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방향으로 국가적 통치능력을 발휘할 의지를 정부가 충분히 갖고 있느냐는 점이다. 김 회장은 “규제가 적은 나라일수록 당연히 신산업이 활성화돼 청년 일자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온갖 특이한 규제들을 갖고 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규제의 양이 많고, 규제의 질이 나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규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데 대해 그는 “갈등 조정을 위한 사회적 협상을 정부가 얼마나 강력한 의지로 추진하느냐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과거에 비해 우리 사회가 더 다원화되고,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정부가 (사회적 갈등 조정을 위한) 일을 하기가 힘들어진 면은 있지만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부가 ‘일이 어려워 못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시절 교육부총리 후보 0순위로 제의가 들어오자 국회의원으로서 입법부에서 역할을 계속하고 싶다며 고사했던 김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인재교육 시스템의 혁신도 주문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이 기초가 되고, 거기에 더해 인문학적 소양이 갖춰진 인재를 요구한다”며 융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모든 산업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재편돼 있어 선진국은 수학과 과학 교육의 비중을 강화하고 대학 입시에서도 그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 현실은 수능시험에서 이들 수학·과학 과목의 비중을 계속 축소하고 있어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초중등 교과에서는 수학·과학·기술 교육의 컴퓨팅 사고력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며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사람이나 컴퓨터가 효율적으로 해결책을 찾아가는 사고과정을 키우고, 빅데이터에서 질서를 찾아내고 패턴을 발견하고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교사들이 그런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고등교육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대학은 양적으로는 크게 팽창했으나 질적으로는 오히려 하향세”라며 “갖가지 규제 등 대내외 사정으로 학과 설립이나 정원 조정이 여의치 않아 AI·정보통신·컴퓨팅 전문가 충원에서도 갈 길이 멀다”고 교육계의 현실을 전했다.

김 회장은 “우수 인재 양성·확보와 활용을 위해서는 처우 개선과 연구비 확보, 복지지원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한마디로 교육, 연구개발(R&D), 특허, 기술이전, 산업을 연계하는 생태계 사이클 전반이 혁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학계·산업계·정부가 기획부터 사업화까지 함께하는 나선형 모델이 강조되고 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R&D 관련 주체가 같이 간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일본의 무역보복을 계기로 약점이 노출된 우리나라의 소재·부품·장비 기술산업에 대해서는 “위험부담이 큰 기술 프로젝트에 기업이 선제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화해야 한다”고 김 회장은 제언했다. 또한 기초과학 연구부터 R&D 전주기의 구조적 혁신,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생태계 혁신, 우수 인력 양성 등을 실현하기 위해 현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치밀한 행정을 정부에 주문했다. /대담=박태준 부장 june@sedaily.com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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