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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책임 안지고 자리 늘리는 금감원





이태규 금융부

사고가 터지면 공공부문은 입을 가리고 웃기 마련이다. 당장은 사고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자기 조직의 덩치는 훌쩍 불어나 있다. 세를 불리는 게 조직의 본능인데, ‘비대한 공공기관’이라는 여론의 비난을 사태의 심각성이 막아주니 이만큼 반가운 명분도 없다. 관리를 잘못한 책임이 있는데 힘은 오히려 커지는 공공부문의 역설이다.

최근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라임 사태를 겪고 있는 금융감독원도 다르지 않다. 금융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과 부원장보 자리를 하나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금감원의 부원장보는 9명(회계 담당 전문위원 제외)으로 증가한다. 금감원은 국회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 통과 임박에 맞춰 새로운 부원장보에게 소비자보호 업무를 맡길 계획이다.



물론 소비자보호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돈이 조금이라도 높은 이윤을 쫓고, 실적에 눈이 먼 금융사가 정도(正道)를 이탈하며 제2의 DLF, 라임 사태가 터질 가능성이 농후해 대비가 필요하다. 지금의 소비자보호 담당 부원장보가 산하에 많은 부서를 둬 과부화가 우려된다는 금감원의 말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임원 한 자리를 늘리기 전에 차분하게 돌아봤으면 한다. 금감원에서 DLF, 라임 감독 실패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는가. 금감원은 최근 나온 2018년 경영등급 평가에서도 전년보다 되레 오른 ‘B’등급을 받아 임직원은 더 많은 성과급을 받았다.

DLF는 금융사에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느니,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에게 중징계를 통보했다느니 밖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요란하지만 금감원 내부의 반성과 성찰은 감감무소식이다. 어느 조직이나 잘못한 일에 대한 분명한 조치 없이 슬그머니 넘어가고, 오히려 자리만 늘린다면 똑같은 잘못은 또 일어나기 마련이다. 금감원의 경우 감독 실패의 피해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국민이 떠안게 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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