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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檢, 어떤 사건만 열심히 수사땐 신뢰 잃을 것"...尹에 경고장

[文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조국 수사 등 검찰권 남용 인식 피력...조직문화 개선 주문

尹 인사 항명 지적하며 "한건으로 평가 않을 것" 여지 남겨

"검찰, 기소 독점권 여전히 유지"...힘빼기 가속화 의지도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요청하는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어떤 사건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열심히 한다면 수사의 공정성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엄정한 수사,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수사, 이런 면에서는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에는 ‘경고’와 ‘재신임’의 의미가 모두 담겨 있었다. 다만 저울은 ‘경고’에 더 기울었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라”며 스스로 임명한 윤 총장을 평가해야 하는 문 대통령의 복잡한 심경이 읽혔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등에 있어 검찰권이 남용됐다는 인식을 피력하면서도 “조직문화와 수사 관행을 고쳐나가는 일에까지 윤 총장이 앞장서 준다면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신뢰를 받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검찰이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등을 놓고 날 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으나 윤 총장의 거취에 대해 ‘다시 한 번 믿고 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검찰총장의 권한에 대해 문 대통령은 확실한 선을 그으며 “달라진 세상이다”라는 묵직한 경고를 남겼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손발을 자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우선 이 부분을 분명히 하자”며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고위급 인사 과정에서 불거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갈등에는 확실하게 추 장관의 손을 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보도에 의하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이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 보여줘야만 그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인데 그것은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이 인사안을 만들고 이를 검찰총장과 논의해온 그간의 관행은 ‘검찰의 초법적 권한’이라고까지 규정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에 관해 의견을 말해야 할 총장이 법무부 장관이 와서 말해달라고 하면 그것도 얼마든지 따라야 할 일”이라며 추 장관의 논리에 힘을 실었다.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외신 기자들(왼쪽)이 질문을 위해 손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처럼 윤 총장의 ‘항명’을 지적하면서도 “그 한 건으로 윤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며 여지를 남겨뒀다. 그러면서 “(총장의) 의견을 말하고 제청하는 방식이나 절차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판단한다”며 “이를 계기로 절차가 투명하게 국민이 다 알 수 있도록 분명하게 정립돼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제도의 허점’ 탓으로 돌리고 갈등을 봉합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문제와 별개로 ‘검찰 힘 빼기’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미 국회의 문턱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여전히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보다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주요 사건의 직접 수사권을 갖고 있고 경찰이 직접 수사권을 가진 사건에 대해서도 영장청구권을 갖고 있으면서 여러 수사를 지휘·통제할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검찰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소권도 공수처에서 판검사 기소권만 갖고 나머지 기소권은 여전히 검찰의 손에 있기 때문에 검찰의 기소 독점이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연간 기소되는 판검사 수가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회 입법만으로는 검찰개혁이 완수될 수 없으며 정권의 ‘민주적 통제’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검찰로서는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자꾸 검찰을 나무라냐며 억울한 생각을 가질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수사권이 절제되지 못한다거나 피의사실 공표로 여론몰이를 한다든가 초법적 권력 권한이 행사된다고 국민이 느끼기 때문에 검찰개혁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의 충돌에 대해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검찰의 입지는 더 곤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검찰 인사는 앞으로 장관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고 총장의 권한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를 향한 검찰의 수사 역시 ‘스모킹건’이 나오지 않는 이상 검찰권 남용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중도에서 힘이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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