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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檢 통제조항 요식행위" 警 "이중삼중 견제장치 마련"

[검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 이후]

법조계 "검찰서 보완수사 요구해도 강제력 없어"

참여연대도 권한분산 없이는 경찰국가 악몽 재연"

警 "수사배심제·사건 무작위 배당으로 책임수사"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세균 신임 국무총리 취임식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왼쪽)과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70여년간 검경 갈등의 오랜 불씨였던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찰은 수사개시권과 종결권을 모두 손에 쥔 독자적인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게 됐다. 하지만 법조계와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는 검찰의 통제에서 벗어난 경찰이 과거 사건 축소·은폐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느냐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물론 경찰은 수사권 조정에도 여전히 경찰 수사에 많은 통제장치가 마련돼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후속조치를 제대로 강구해 책임수사의 계기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이 내외부 감시와 통제를 통해 공정한 수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나가는지 여부가 수사권 조정안의 성공적 안착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검찰과 법조계는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앞으로 경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쏟아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사권조정 태스크포스(TF) 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대표변호사는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통제조항이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경찰은 검찰에 비해 조직이 방대해 그 권한을 통제할 필요가 있는데도 통제 관련 규정이 모두 ‘요구’에 그친다”며 “검찰이 보완수사나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정도로는 잘못된 수사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완수사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경찰 수사에서 수사권 남용이나 인권침해가 발생하더라도 강제력 있는 검찰의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차장검사 출신인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파트너변호사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사건에 대한 검경의 의견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행정부 산하에 있는 두 수사기관의 판단이 다를 경우 사건당사자가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결과에 대해서도 쉽게 승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웃 나라인 일본도 사건에 대한 판단을 경찰이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는 별건 혐의를 발견할 경우 경찰에 지휘를 내려 처리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같은 날 사의를 표명한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사법연수원 29기)는 “서민은 불리하고, 국민은 더 불편해지며, 수사기관의 권한은 무한정으로 확대됐다. 국민에게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며 수사권 조정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이번 수사권 조정안이 검찰의 힘을 빼는 데만 집중한 나머지 경찰에 무작정 힘을 실어준 게 우려된다”며 “지난해 ‘버닝썬 사건’처럼 경찰이 언제든지 사건을 은폐·축소할 수 있는 문제점을 차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통해 “커지는 경찰 권한에 대한 충분한 견제나 분산이 없다면 ‘경찰국가’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며 조속한 경찰개혁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2중·3중의 내외부 통제장치를 통해 부실수사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형세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수사권이 조정되더라도 여전히 경찰 수사에 대한 많은 통제장치로 인해 경찰이 마음대로 수사하고 종결할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번 수사권 조정안에 경찰의 권한남용에 대한 통제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이 불송치 종결한 사건이라도 검사가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수사 요청을 할 수 있고, 사건관계인 역시 이의신청을 통해 검찰에 사건을 넘길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조정안에 담긴 통제장치 외에도 국민의 불신을 씻을 수 있는 자체 수사개혁 방안을 수립해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먼저 중요 사건에 대해 시민들이 직접 심사에 참여하는 일명 ‘수사배심제’가 도입된다. 지방경찰청장 직속으로 설치되는 ‘경찰 사건심사 시민위원회’의 심사 결과 경찰 수사에 위법·부당한 사항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재수사 등 필요한 조치를 내리도록 했다. 또 경찰은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접수된 사건을 수사팀에 무작위로 배당하는 방안도 도입한다. 그동안 일선 경찰서에서 접수 순서대로 사건을 배당하다 보니 접수일을 계산하면 수사팀을 고를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외압에 따른 사건 축소나 무마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경찰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미래비전 보고서’를 지난해 10월 발표하고 세부작업에 착수했다.

경찰은 법 시행에 필요한 세부절차를 담은 대통령령을 제정하기 위해 검찰 등 관계기관과 후속논의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이견을 드러내는 검찰과의 갈등이 다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김현상·오지현·손구민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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