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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반성도 미래비전도 없었던 文대통령의 기자회견

경제 현실 외면하고 '자화자찬'

북핵 변화 없는데도 경협 외쳐

조국 옹호 발언은 엇나간 정의

'오작동 정책' 하루빨리 고쳐야





반성도 없었고 미래 비전도 부재(不在)했다.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들은 후 밀려온 것은 일말의 희망이 아니라 희뿌연 허무였다.

정책 오작동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시켜나가겠다는 담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했는데 결국 ‘말의 성찬’으로 끝나고 말았다.

눅진하고 신산(辛酸)한 경제 현실은 애써 외면했다. 보고 싶은 것만 국민들에게 얘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에서 부정적인 지표는 점점 적어지고 긍정적인 지표가 늘어나고 있다”며 “주가도 연초에 아주 기분 좋게 출발했는데,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가 미래를 밝게 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 성장률 달성도 버겁고, 수출은 곤두박질치고, 기업들은 투자 의욕을 잃고, 민생경제는 신음하는데 낙관론 일색이다. 일국 대통령의 말에는 처절한 현실인식과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감동이 있어야 하는데 자화자찬으로 가득했다. 소득주도 성장이 바퀴 빠진 마차처럼 헛도는 상황에서 기존 정책을 과감하게 전환하는 용단을 내리지 못했다. 세계 각국은 1달러라도 더 벌어들이기 위해 생존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 투자를 위해 앞다퉈 법인세를 내리고 규제혁파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는 역주행이다. 얼마나 큰 빚을 졌길래 노동시장 개혁은 미적거리면서 기업은 하대하는 것일까. 국부(國富)가 쌓일 리 없다.

북한 비핵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눈높이도 맞추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제재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남북협력에 제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제한된 범위 안에서 남북 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강조했다. 제한된 남북경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일부 제재완화와 비핵화를 바꾸지 않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뜬구름 잡는 얘기다.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고래 심줄처럼 질긴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필수다.



경제지원 등 북한에 일방적인 양보만 하다 핵 인질이 되고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북한 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일된 제재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우리는 또 거꾸로 가고 있다. 제재완화를 주장하는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입장에 있으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렇게 해서 과연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겠는가.

조국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실소를 금치 못할 정도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법과 검찰개혁 법안 통과에 이르기까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기여는 대단히 크다”며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애틋해했다. 조 전 장관은 온갖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많은 국민은 몰락한 진보의 대명사를 바라보면서 ‘비뚤어진 정의’에 분노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 편과 상대편을 구분해 진영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검찰이 권력의 외압 없이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결과에 따르면 된다. 삼척동자도 아는 단순한 사실에 사심(私心)을 넣으면 국민은 또 분열하게 된다.

문 대통령은 경색된 정국을 풀어야 하는 주체다. 장기 훈수 두듯 방관자가 돼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총선이 지나고 야당 인사 가운데서도 내각에 함께할 수 있는 분이 있다면 함께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협치 내각을 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문 대통령이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야당 인사를 장관에 기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청와대는 신년 기자회견에 “왜 딴지를 거느냐”고 서운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이 성공해야 대한민국이 부흥하고 국민이 행복해진다. 하루라도 빨리 오작동 정책을 수리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것은 문재인 정부에 이(利)가 될지언정 해(害)는 되지 않을 것이다. /서정명 경제부장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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