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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공유가 쏘아올린 '핀테크 맹아'…P2P·지급결제 새 시장 열다

[리빌딩 파이낸스 2020] 2부. 동남아 'FinVolution'격전지를 가다

<1>고젝의 나라..핀테크 천국 '인도네시아'

고젝, 모빌리티 넘어 불편에 방점

배달·결제 등서 '유니콘' 키워내

70% 넘는 금융 문맹률 보이지만

P2P거래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

결제 데이터 쌓이며 신용대출도

인도네시아는 페이 결제 시스템이 통일되지 않아 대형마트에서 여러 개의 단말기를 준비해두고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는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의 이목을 끈 사건이 있었다. 나딤 마카림(36) 고젝 최고경영자(CEO)가 인도네시아 교육·문화부 장관에 발탁된 것이다. ‘2045년까지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세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00만 운전자를 교육하고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한 고젝의 경험을 인도네시아 인재 육성에 접목하기 위해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고젝의 서비스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 2015년 인도네시아 택시기사는 7만~8만명 수준이었지만 현재 4만명으로 줄었다. 대신 고젝 드라이버 10만명을 포함, 고푸드·고페이 등 고젝 파트너를 통해 신규 일자리 200만개가 창출됐다. 고젝이 단순한 차량공유 업체를 넘어 금융과 생활 서비스를 접목한 핀테크 공룡으로 성장하며 창출한 성과다.

고젝은 금융을 알지 못하는 인도네시아 국민에게 이륜차 공유업뿐만 아니라 간편결제와 소액대출 서비스 등을 소개하며 ‘테크자이언트(tech giant)’로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빈부격차가 큰 인도네시아에선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은행계좌가 없다. 사진은 고젝 본사 인근에 현금으로밖에 결제가 되지 않는 영세한 식료품점 모습.


◇핀테크 강국 미션…‘불편함을 없애라’=고젝이 이륜차 운전자들과 승객을 연결해주는 호출 서비스에 만족했다면 영향력 있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올라설 수 없었다. 2010년 설립된 고젝이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데는 모빌리티 영역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고젝의 비전은 단순하지만 명확했다. ‘불편함을 제거하라’는 것이다. 배달·물류부터 간편결제에 이르기까지 스무 가지 서비스는 모두 사용자의 불편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눈에 띄는 점은 개별 서비스들이 각각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기업) 반열에 올라설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태국·싱가포르·베트남·필리핀 등 5개 국가, 210개 도시에 진출했고 중동과 남미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고젝 애플리케이션에서 결제하는 고객이 인도네시아에서만도 2,000만명에 달한다.

정부도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고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섰고 고젝은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앤드루 리 고젝 인터내셔널 총괄은 “고젝 기사들의 급여가 대학을 졸업한 사무직들보다 결코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며 “고젝이 저임금 일자리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인도네시아 정부 다음으로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회사가 됐다”고 강조했다. 리 총괄은 “오토바이 천국인 인도네시아는 교통 지옥의 불명예를 안고 있었지만 고젝이 사용자의 불편은 물론 사회적 문제 해결에까지 관심을 기울이면서 교통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며 “이제는 은행계좌가 거의 없는 인도네시아인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집중해 지급결제 수단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억7,000만 인구, ‘금융’을 이해하다=중국이 신용카드 보급 전에 ‘현금 없는 사회’에 진입한 것처럼 인도네시아 역시 중간단계 없는 디지털 발전상을 보여준다. 비디오보다 DVD가 먼저 보급됐고 개인용컴퓨터(PC) 대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시작했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국민 5명 중 3명이 은행계좌를 보유하지 못해 금융 문맹률이 70%를 웃돌고 신용카드 보급은 인구의 4%에 불과한 형편이지만 어디서든 QR코드로 결제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인도·미국에 이은 세계 4위 인구 대국이지만 2억7,000만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인구가 처음부터 고젝의 성공을 이끄는 발판 역할을 해준 것은 아니었다. 고젝은 척박한 금융환경을 빠르게 개선하면서 금융 서비스의 문턱을 낮췄고 금융 소외계층의 금융 이해도를 높이는 데도 앞장섰다. 고젝에서 오토바이 운전자로 5년째 일하고 있는 루디안토(34)씨는 태어나 은행에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고페이를 통해 돈을 모았다. 최근에는 개인간거래(P2P) 업체를 통해 대출을 받아 자동차를 구입했고 고카(CAR) 운전자로 전직했다. 은행 없이 저축하고 대출받는 금융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에 따르면 2016년부터 시작된 인도네시아 P2P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오는 2022년까지 거래 규모가 매년 평균 16.7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동안 전무했던 개인 신용평가 시스템도 구축되고 있다. 고페이 등의 지급결제 이용내역과 월급 수준 등의 데이터가 확보되면서 개인 신용대출 시장이 태동하고 있는 셈이다.

인도네시아인들은 편의점에서 페이먼트 지급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편의점 간판.


◇핀테크 봇물… 국내 금융사 신시장 개척=고젝의 성장에 고무된 인도네시아 정부도 중앙은행 차원의 핀테크 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OJK에 따르면 80여개의 핀테크 업체가 공식 등록돼 있다. 여기에 120여개의 핀테크 스타트업 등이 OJK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고젝은 대형은행도 자극했다. 2018년 기준 만디리은행(Mandiri Bank), BCA, BRI 등 인도네시아 대형 시중은행이 진행하는 핀테크 등 OJK에 등록되지 않은 핀테크 서비스까지 합하면 262개 핀테크가 인도네시아 금융혁신을 이끌고 있다. 핀테크 관련 규정조차 없었던 2017년에 첫 인가를 받은 스타트업이 등장한 인도네시아에서 262개 핀테크 서비스가 상용화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핀테크 기업에 투자된 금액은 1,146억원으로 2018년 전체 투자 규모(2,111억원)의 절반 이상을 이미 달성했다. 국내 유니콘 핀테크가 수년째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한 곳뿐인 것과 비교해 동남아 지역 유니콘 8개 중 4개가 인도네시아 기업이라는 점은 현지 핀테크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실상 핀테크 기업이 ‘은행’을 대체하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사 입장에서는 신시장이 열린 셈이다. 우리은행은 우리소다라은행을 통해 인도네시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린티스세자떼라와 디지털 지급결제 제휴를 맺어 지급결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정운형 우리소다라은행 상무는 “금융 문맹률이 높다지만 인구가 많다 보니 은행을 이용하는 인구 역시 1억명이 넘는다”며 “시장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디지털 금융 경쟁력이 있는 국내 금융사의 진출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은 네이버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라인과 신주인수계약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준비 중이다. 2곳의 현지 인터넷은행의 성과가 미비하다는 점에서 국내 디지털 DNA를 인도네시아에 이식하는 기회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아예 현지 핀테크 등 스타트업을 육성해 협업 시너지를 올리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9월 신한퓨처스랩인도네시아를 출범시켰다. 이상진 신한퓨처스랩인도네시아 사무소장은 “아직 영세한 지급결제 핀테크가 많다”며 “지급결제시장이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큼 회사가 난립하고 있지만 이 중 옥석을 가려 시너지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자카르타)=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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