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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불가 명배우' 이병헌 "매 작품마다 '인생연기'라고요? 작품이 좋아서죠"

이병헌은 영화와 드라마를 막론하고 모든 장르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한다. 불가능할 것 같아 보였던 멜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보란 듯이 애절한 눈빛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백두산’에서는 처음으로 북한 군인 역을 맡아 다시 한번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백두산의 화산 폭발을 막는 작전을 수행하는 데 키를 쥔 리준평 역으로 ‘인생 연기’를 펼치나 싶더니 1월 22일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에서 다시 한번 연기의 지평을 넓혀 과연 이병헌의 연기의 끝은 어디인지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를 믿고 본다’는 관객 덕에 ‘남산의 부장들’은 설 극장 대전에서 가장 먼저 승기를 잡았다.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





최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서 만난 그는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인터뷰에 응했지만 그 특유의 그윽한 눈빛을 가릴 수는 없었다. 모든 연기에 깊이를 불어 넣는 음성 또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듣던 그대로였다. 영화 ‘내부자들’을 비롯해 ‘그것만이 내 세상’ ‘남한산성’ 등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매번 다른 모습을 선보이며 흥행에도 성공한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기 때문에 감독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이야기가 매력적이라면 신인 감독이라도 함께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인 감독이 학생 때 만들었던 단편조차 볼 수 없다 하더라도 이야기가 너무 좋다면 무조건 한다”며 “소속사 대표하고도 많이 상의를 하는데, 지금까지는 웬만하면 둘 다 마음에 들어 하는 작품을 했고, 일을 많이 시키고 싶은지 제가 하겠다고 했는데 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고 덧붙이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를 다시 화려하게 복귀시킨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 역시 당시까지만 해도 신인급 감독이었다. 이야기의 힘을 믿고 선택한 작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동명의 논픽션 소설을 영화화한 ‘남산의 부장들’도 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양우석 감독과 정우성, 연상호 감독과 공유 등 감독과 배우가 마치 페르소나처럼 움직이는 콤비들이 있지만 이병헌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우 감독과는 두 번 작업을 할 만큼 호흡이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그는 “우 감독의 촬영 스타일은 디렉션을 최소화하고 배우에게 맡기는 편”이라며 “‘이렇게 했으면 더 좋겠다’라고 말씀하신 적은 있지만 그것을 고집하거나 주장하지는 않고 의견을 내는 정도일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약왕’을 찍을 때는 매우 뜨거운 연출을 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이 작품을 찍으면서는 현대사의 변곡점이 된 역사와 실존 인물을 다룬 까닭인지 굉장히 차갑게 연출했다”고 덧붙였다. ‘남산의 부장들’은 10·26 사태 발생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그는 극 중 박통을 암살한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을 맡았다.





그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광해를 비롯해 ‘남한산성’의 최명길 역 등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 조선 시대 인물이기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 할 수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의 대상인 인물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최명길과 광해도 실존 인물이지만, 먼 옛날이라서 자료도 많이 없다. 당연히 시나리오에 입각해서 연기를 하면서도 그 안에서 배우가 재량껏 살짝 감동을 주거나 조절할 수 있는 폭이 있다. 그런데 많이 알려진 근현대사 속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폭이 매우 좁기 때문에 개인적인 감정과 생각은 개입하지 않으려 했다.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영화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지만 흑백 누아르 영화 같기도 하고, 첩보 영화를 보는 듯 스릴도 넘친다. 여기에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활용한 촬영은 인물의 심리를 깊이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효과를 냈다. 특히 가장 클로즈업이 잘 어울리는 배우 중 하나로 꼽히는 이병헌은 이 작품에서 주름 하나하나를 비롯해 피부 아래에 있는 뼈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압도적인 연기’를 펼쳤다. 그는 “누아르 장르에 맞는 클로즈업 연기를 했을 뿐이고, 장르가 원래 어둡고 대사가 없기 때문에 클로즈업으로 인해 감정을 더 당겨와야 한다”며 “클로즈업은 극장에서 보면 얼굴이 집채 만하게 나와서 평소대로 연기를 하면 관객들은 큰 얼굴에 오히려 물러나고 거부감이 들 수 있어서, 신에 맞는 감정을 충만하게 가져만 가면 고스란히 그 감정을 관객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클로즈업뿐만 아니라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머리를 쓸어 넘기는 규평의 심리 역시 그의 캐릭터 해석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는 이에 대해 “마지막에 법정에 섰을 때의 모습을 보고 생각해낸 것”이라며 “긴장을 해서인지 흘러내리는 머리를 계속해서 쓸어 올리는 모습에서 불안과 초조 등의 심리가 보였고, 이를 연기에 반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반박불가’ 명연기를 펼쳐 보이는 그가 타고난 배우이기도 하지만 노력하는 배우라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목=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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