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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V아인트호벤 유니폼에 새겨진 '브레인포트' 의미는

무너진 '필립스' 대신하는

'브레인포트' 정책으로

혁신 기업 육성

ASML, NXP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탄생

에인트호번을 연고로 하는 PSV에인트호번의 유니폼에는 박지성과 이영표가 활약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필립스의 로고가 박혀 있었지만 현재는 브레인포트가 필립스를 대신하고 있다. /사진제공=브레인포트디벨롭먼트




한국인들에게 아인트호벤이라는 지명은 익숙하다. 네덜란드 남부 지역에 위치한 인구 20만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 아인트호벤이 친숙한 이 유는 축구 선수 박지성과 이영표가 빼어난 활약을 펼쳤던 소속팀이었기 때문이다. 박지성과 이영표 이전에는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활약했던 팀으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

이처럼 한국인들에게는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뛴 축구팀이 있는 도시로 유명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아인트호벤은 한 때 유럽 최대의 가전업체로 명성이 높았던 필립스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필립스는 1891년 아인트호벤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1913년에 창단한 PSV아인트호벤의 PSV는 ‘Philips Sport Vereniging(필립스 스포츠 클럽)’의 약자다. 필립스 소유의 구단인 만큼 PSV아인트호벤의 유니폼에는 오랫동안 필립스라는 로고가 박혀 있었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뛰던 시절에도 그랬다.

그런데 최근 PSV아인트호벤 유니폼에서는 필립스가 사라지고 ‘브레인포트(Brainport)’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PSV아인트호벤 유니폼에서 필립스가 사라지고 브레인포트가 이를 대신하고 있는 건 무슨 이유일까. 이는 필립스와 아인트호벤이라는 도시의 흥망성쇠와 관련이 있다. 아인트호벤은 산업혁명 이전만 하더라도 잦은 침략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필립스가 설립된 후 급격하게 성장했다. 과거 아인트호벤에서 필립스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다. 실제 작년 말 기자가 아인트호벤을 방문했을 때도 과거 필립스가 사용했던 사무실과 공장·연구시설·직원들이 거주했던 숙소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필립스의 경영 악화에 아인트호번도 위기를 맞았다. 이때 아인트호번은 시와 민간(필립스), 아인트호번공대(TUE) 등이 힘을 합쳐 체계적인 산업정책을 수립해 위기를 돌파했다. 시와 민간·대학이 찾은 돌파구는 하이테크캠퍼스(HTC)다. 1963년 필립스가 연구개발(R&D)을 목적으로 설립한 HTC를 2003년 외부에 개방해 ‘열린 혁신(Open Innovation)’을 만들고 이듬해인 2004년 브레인포트를 탄생시켰다. 브레인포트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을 중심으로 형성된 혁신단지다.





현재 브레인포트는 허브 공항으로 유명한 암스테르담의 스히폴공항(airport), 유럽에서 물동량이 가장 많은 로테르담(seaport)과 함께 네덜란드 경제를 이끄는 3대 포트로 불린다. 2017년 기준 브레인포트 지역 인구는 네덜란드 전체의 4% 수준이지만 특허 수는 네덜란드 전체의 42%나 차지할 정도다. 한때 유럽 최대의 전자업체로 명성이 높았던 필립스는 쇠퇴했지만 필립스가 오랜 기간 구축한 생태계와 이를 이어받은 HTC와 브레인포트 정책으로 인해 아인트호벤은 ASML·NXP와 같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제 아인트호벤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필립스가 아닌 브레인포트다. PSV아인트호벤의 유니폼에도 이 같은 필립스의 쇠퇴와 필립스의 유산을 계승하는 브레인포트의 흔적이 남아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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