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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우려'와 북한의 '계산' 속...文대통령의 '행동'이 시작됐다.

설 연휴 본격화 할 남북 개별관광 행보

하노이 회담 실패 되살릴 카드 될까

美는 여전히 우려, 갈등의 불씨 가능성도

묵묵부답 北, 관광 사업 의지 속 갈등하는 듯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판문점에서 회동하고 있다./연합뉴스




“머지않은 시기에 개최될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한반도 평화를 확고히 다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문재인 대통령 2019년 1월 10일 신년사)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는 기대감이 묻어났다. 평창 동계 올림픽부터 시작해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응집한 북미 간의 중재 노력이 비로소 2차 북미 회담을 통해 결실을 맺을 시점에 임박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8년 9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영변 핵폐기’ 약속을 받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북미 간의 협상을 중재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지난해 2월 베트남에서 진행된 북미 간 하노이 회담은 결국 빈손으로 끝났고, 당일까지도 청와대는 결렬의 가능성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향하는 미국 내부의 폭로전을 의식했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손에 들린 ‘노란 봉투’는 회담 결렬의 단초를 제공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그렇게 끝나서는 안되는 회담이었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2차 북미 회담 성과를 바탕으로 남북 철도 협력을 비롯해 김 위원장 답방을 추진하던 문 대통령의 구상도 어그러졌다. 북한은 마치 하노이 회담 결렬이 우리 탓이라는 식으로 문 대통령의 거듭된 유화책에도 “삶은 소대가리도 양천 대소할 노릇”이라는 막말을 퍼부었다. 남북 관계는 다시 싸늘하게 식어 냉각기로 돌아가는 듯 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20일부터 일기예보에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를 포함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점사업인 양덕온천관광지구는 지난 10일 첫 영업을 시작했다./연합뉴스


그랬던 남북 관계가 새해 들어 다시 변수를 맞고 있다. 우리 정부의 새로운 ‘행동’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징후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포착됐다. 북미 회담만 주목하던 청와대 내부에서는 미묘한 내부 갈등과 기류 변화가 느껴졌다. “더 이상 남북 관계를 이렇게 둘 수는 없다”는 절박감이 보였다.

지난해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그 직후 진행된 브리핑에서는 그런 청와대의 의중을 읽을 수 있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에 대북 제재 완화 내용을 담은 결의안 초안을 제출 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 측은 “저희도 주목하고 있고, 현재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굉장히 엄중한 시점에 있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국제적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제재 완화안을 청와대가 ‘주목하고 있다’고 표현한 것 자체가 예상을 뛰어넘는 발언이었다. 강력한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하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면 우방으로서 다소 위험을 감수한 발언일 수 도 있었다. 청와대는 아울러 “싱가포르 합의사항이 북미 간에 동시적, 병행적 이행되어야 한다는 것에 저희도 공감하고 있다”고도 밝히며, 북한의 영변 핵 폐기와 제재 완화가 동시 병행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중러의 입장에 공감을 표했다.



이후 더 확실한 변화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문 대통령의 신년합동인사회 연설과 신년 기자회견이다. 문 대통령은 “‘평화’는 행동 없이 오지 않는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더 운신의 폭을 넓혀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북 개별 관광은 그 새로운 행동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는 북-미 대화만 쳐다보고 있지 않겠다. 개별관광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 통일부 등 주무부처 장관들이 “개별관광은 유엔 대북 제재와 무관하다”며 적극적인 추진의사를 밝혔다. 통일부는 △이산가족 또는 사회단체의 금강산· 개성 지역 방문 △제3국을 통한 한국민의 북한 지역 방문 △외국인의 남북 연계관광 허용 등 구체적인 관광 형태까지 내놓았다.

문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지소미아 사태를 겪으며 한미 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커진 미국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직접 나서서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며 정부의 북한 개별관광 추진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청와대가 이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바로 받아쳤으나, 앞으로 어디서 갈등이 다시 표출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설 연휴 첫날인 24일 오전 SBS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 전화통화로 새해인사를 전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조야의 여론을 움직이는 미 의회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즈 의원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다루는 방식과 관련해 자신만의 일련의 구상을 갖고 있는데, 종종 독자적인 길을 가기 때문에 우려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여전히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대북 유화책이 대북 제재에 구멍을 내서 북한에게 잘못된 선택을 유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도 사실이다.

결국 설 연휴 이후 본격화할 문 대통령의 남북 협력 행보는 ‘미국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인지’에 성패가 달린 것으로 보인다.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별관광이 가능하다 해도, 우리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미국을 배제한 체 독자적인 결정을 내리기는 여전히 힘든 구조다. 미국 조야의 여론도 문제지만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개별관광으로 북한을 달래고 있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북한의 반응은 한미 관계에도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최근 새로 개장한 양덕온천관광지구를 언급하며 설을 맞아 “말 그대로 사람사태가 났다”, “가는 곳마다 초만원”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위스 유학생 출신인 김 위원장이 관광 사업에 역점을 뒀던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갑작스런 제안에 대한 북한의 생각은 매우 복잡할 것이다. 북한은 아직도 우리의 개별 관광 제안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 국민들에게 보내는 신년 메시지를 통해서도 “북녘에 고향을 두고 온 분들이 더 늦기 전에 가족과 함께하실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문 대통령의 발언 곳곳에는 남북 협력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묻어난다. 문 대통령의 새로운 ‘행동’과 미국의 ‘우려’ 북한의 ‘계산’ 사이에서 한반도는 새로운 정세를 맞고 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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