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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유동성 국면에서 투자하는 법

[머니+ 글로벌 포트폴리오 가이드]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

계속되는 글로벌 유동성 확대…투자 주저할 때 아냐

美·中 주식, 국채·회사채, 금으로 포트폴리오 짜볼만







“돈이 발언하면 일체는 굴복한다”는 다소 통속문학적인 표현이 있다. 알다시피 우리 삶에서 돈으로 상징되는 물질이 가지는 위치는 절대적이다. 더군다나 자본주의가 고도화 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자산시장을 연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돈이 가지는 힘은 비단 개인들 사이의 정서적 영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투자시장에서 자산의 적정가격을 산출하는 과정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상식적으로 이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우리가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따라 자산의 가격이 결정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채권의 예를 들자면 경제가 얼마나 빨리 성장해 자산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높아질 것인가가 채권의 가격, 즉 금리를 결정하게 되고 주식의 경우는 기업의 향후 이익창출능력에 따라 주가가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상식이 실제 시장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변동성이 높아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의 경우 적정가격을 산출하기 위한 이러한 접근이 더더욱 잘 들어맞지 않는다. 물론 시장분석가들은 성장성 등 계량화하기 어려운 무형가치가 자산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그것만으론 우리가 느끼는 가격과 가치 사이의 괴리를 메꾸기 어려워 보인다.

흔히 펀더멘털이라고도 표현하는 각 자산들의 내재가치가 자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 아니라면 자산의 시장가격은 무엇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일까? 물론 어느 한 두 개의 요소가 일방적으로 자산가격을 결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하나를 꼽으라면 그것은 아마도 유동성, 즉 통화량일 것이다. 우리가 지난 수 년 동안 보아온 시장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자산가격을 결정하는 시장이었다. 자산가격은 다른 무엇보다도 통화량의 함수였던 것이다. 만약 중앙은행이 자의적 판단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쏟아 붓는다면 그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의 가격은 펀더멘털의 변화 없이도 상승하게 된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회수한다면 역시 실물변수의 변화 없이 자산의 가격은 하락하게 될 것이다. 자산의 내재가치에 우선해서 통화량 증감이 가격을 결정짓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돈이 발언하면 일체의 자산이 굴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는 기록적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미국증시의 상승이 눈부셨다. S&P 500지수의 연간 수익률 28.9%는 비슷한 상승률을 기록했던 2013년을 제외한다면 1997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에 해당한다. 이렇게 증시가 급등했으니 경제도 크게 성장하고 기업이익도 크게 증가했을까. 그렇지는 않다. 미국의 지난 해 GDP성장률은 연중 지속적으로 하락해 2.1%까지 내려왔다. S&P 500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 역시 2019년 들어 급격히 악화되어 11월부터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로 글로벌 물동량이 감소하는 등 대외여건도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증시는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미 연준이 통화정책을 전환해 시장에 다시 돈을 쏟아 붓기 시작했던 것이다. 연간 3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고 또한 9월부터는 단기채 매수를 시작해 실질적 양적완화를 재개했다. 그 결과는 우리가 보는 바와 같다. 글로벌 증시는 연중 멈추지 않고 달렸고 12월이 되어 산타랠리로 막을 내렸다. 유동성의 힘으로 달리는 열차는 금년 들어서도 여전히 에너지가 넘친다.

경기가 좋을 때는 위험자산의 가격이 상승하고 안전자산의 가격은 하락한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팔아 위험자산을 매수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기가 나쁠 때는 안전자산의 가격이 상승하고 위험자산의 가격은 하락한다. 그러나 유동성 장세에서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동반 상승한다. 넘치는 유동성은 투자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사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증시가 연일 역사적 고점을 넘어서고 있지만 안전자산인 금 가격 역시 2013년 이후 최고점까지 상승했다.

이 불붙은 유동성 장세에 우리는 어떤 전략으로 투자에 나서야 할까. 일단 중요한 것은 투자를 주저할 시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취약한 경기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유동성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오히려 펀더멘털이 취약하기 때문에 유동성을 더 공급한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저금리 정책의 부작용을 알고 있으면서도 글로벌 주요 경제권은 당분간 금리인하나 양적완화를 이어갈 것이다.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유동성 장세에서 투자자들은 선진국과 신흥국,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 고르게 배분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잘 배분된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는 시장이 상승할 때는 적절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시장이 급락할 때는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다. 좋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 번째는 편입자산들 간의 상관성이 낮아야 하고 두 번째는 특정 자산에 비중의 쏠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 하에 미국주식과 중국주식, 국채와 회사채, 금 등의 자산으로 합리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면 훌륭한 투자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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