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괴소문·1339 먹통에도 '뒷북'...우한폐렴, 메르스 닮아간다

[부실한 초기대응 논란]

"증상 있는데 약국만" 감염병 관리시스템 곳곳 파열음

메르스 때보다 전파력 빨라...강력한 선제조치 나서야





“네번째 확진환자 접촉자가 96명입니까, 172명입니까. 거의 두 배 차이인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28일 오전11시 경기 평택시는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까지의 역학조사 결과 네번째 확진자는 96명과 접촉했다”고 밝혔다. 불과 3시간 뒤인 오후2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네번째 확진자 접촉자는 172명이며 밀접접촉자만 95명”이라고 발표했다.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과 관련해 정부의 감염병 관리 시스템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의심환자가 병원을 직접 방문하는 대신 신고를 진행하는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는 먹통이 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유언비어가 넘치는데 이를 진정할 정보 공개는 늦다. ‘메르스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먹통 된 1339 콜센터…뒤늦게 인력 증원하기로

정 본부장은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후베이성 등 중국을 방문한 후 의심증상이 발생할 경우 직접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대신 관할 보건소 또는 1339에 문의해 안내받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1339에 막상 전화를 해도 상담원과 연결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콜센터 직원 30명이 평소보다 20~30배가량 증가한 1만건 이상의 문의전화를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중국을 다녀온 30대 남성 A씨는 “설 연휴 막바지에 두통 증상을 느끼고 1339에 전화를 걸었지만 20분 이상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콜센터 인력을 30명에서 최대 100명까지 확충하고 지방자치단체 콜센터(120)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건강보험공단 콜센터까지 연계하기로 결정했지만 A씨는 “기다리다 지쳐 중국 방문 이력이 있지만 약국이나 병원에 간 사람도 많을 것”이라며 “이럴 거면 1339 콜센터를 만든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도 무용지물



네번째 확진환자는 21일 평택 소재 365연합의원에 내원했다. 정 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는 전산 시스템인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우한 방문 이력을 확인한 후 의사가 환자에게 우한시 방문 여부를 물었다. 하지만 환자가 ‘중국에 다녀왔다’는 식으로 대충 답하자 의사 역시 간단한 감기약 처방만 해줬다. 네번째 확진자가 격리조치된 것은 증상이 심해져 자가격리된 25일이었다. 우한에서 입국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 의심되는데도 4일간이나 방치됐던 셈이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측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가 아닌 의사와 환자의 대면진료에서 환자가 의사의 진료에 협조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감염병 예방수단으로서의 DUR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심평원은 이날 DUR을 보완할 수 있는 중국 방문 입국자 확인을 위한 해외여행력정보(ITS) 작동과 설치를 재차 당부했다.

◇유언비어 나도는데 이를 진정할 정보 공개는 늦어

“세번째 환자가 경기 고양시 대형 쇼핑몰의 찜질방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26일 오전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로 거론된 고양 스타필드 등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온라인 지역 카페를 중심으로 소문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 같은 소문이 진정된 것은 27일 오후4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직접 ‘스타필드에 방문한 사실이 없다’고 확인한 뒤였다. 네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27일에도 환자가 평택에 거주한다는 사실만 공개되고 방문한 병원이 알려지지 않아 병원에 대한 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이날 “병원 공개가 늦어 송구하다”며 “소독 중인 만큼 안전을 위해 공개가 늦었다”고 밝혔지만 의료계에서는 “유언비어를 막기 위해서는 방역당국과 정부가 직접 나서서 유언비어에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사대상 범위 확대했지만…“타이밍 놓친 뒷북 대책”

질병관리본부는 이날부터 ‘조사대상 유증상자’ 범위를 ‘우한시 방문자’에서 ‘중국 전체 방문자’로 확대하고 증상 기준도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에서 ‘영상검사에서 폐렴 소견이 있는 모든 사람’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할 타이밍을 놓친 뒷북 대책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당장 네번째 환자의 경우만 봐도 조사대상 범위가 일찍 강화됐다면 두번째 내원에서 ‘능동감시’ 조치 대신 ‘병원 격리’가 이뤄질 수 있었다. 설 연휴 기간을 거치면서 지역사회로의 바이러스 확산 우려를 키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말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았다가 사태가 악화하자 하루 만인 27일 우한 지역 입국자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교민 보호를 위한 전세기 파견에도 부정적이었다가 뒤늦게 입장을 바꿨지만 중앙사고수습본부 가동과 감염병 위기경보 상향도 늦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과 별개로 전염병 관리에는 과잉대응이 필요하다”며 “우한 폐렴은 메르스보다 전파력이 빠른 만큼 강력한 선제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