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해 여권 정치인들이 신도·시설 명단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체포 요구가 들끓는 가운데 이러한 강제수단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압수수색의 경우 범죄 혐의에 해당하는 자료만 확보할 수 있고 이마저도 추출에 대상자 동의를 거쳐야 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수뇌부 체포 요구는 조직적 방역 거부를 차단하려는 목적이지만 이러한 정황이 뚜렷하지 않을 뿐더러 이는 현재 문제시되는 신도 개개인의 방역 거부에 대한 대응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여권에서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과 체포 등 강제수사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러한 방법이 지금 이 시점에서 적합한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신천지가 제출한 신도 명단, 시설 내역에 대한 신뢰성을 문제 삼으며 이같은 주장을 반복해서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날 신천지가 제출한 명단과 지자체가 확보한 명단은 대체로 차이가 없다며 강압적인 조치를 동원할 시 “방역에 긍정적이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여론은 이미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상당 부분 기운 모양이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를 받아 진행해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신도 명단에 대한 압수수색 찬성이 86.2%로 반대 6.6%, 무응답 7.2%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이런 여론 형성에는 여권 지자체장들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1일 트위터에 “신천지 과천본부를 압수수색해 신천지 전체 명단을 확보해달라”고 썼으며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공세적으로 사법체계가 개입해야 코로나 사태를 신속하게 제압할 수 있다”고 올렸다. 같은 날 박원순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호명하며 “이만희 총회장을 체포하는 것이 지금 검찰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썼다.
당정에서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대정부 질의에서 신천지가 역학조사와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핵심 인사들을 긴급 체포하여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검찰에 방역 저해 행위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지시를 내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지금이라도 제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총력전으로 명단을 구해서 제대로 동선을 차단하거나 전파를 막는 응급조치가 필요하다는 데에 전 국민 86.2%가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신천지 관련) 시설 위치를 제대로 파악해서 종교가 밀행적·잠행적으로 전파행위 하는 것을 시급히 방역대상으로 포함해 전파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강제수사인 압수수색의 경우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관련한 장소, 물건으로 그 범위가 한정된다. 예컨대 신천지 측에서 일부 중요 인사에 대한 명단을 숨긴 혐의가 있다면 그 숨긴 명단만 압수대상에 해당되는 것이다. 현재 지자체에서 제기하는 수백~수천명의 명단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전체 명단을 압수해 신천지가 제출한 명단과 비교해봐야 하는데 이와는 거리가 있다.
또 자료를 압수해오더라도 추출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 대상자나 변호사가 참관해 영장의 목적에 적정한지를 동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피압수자 측이 참여 날짜를 미루는 경우 시일이 지체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이같이 수사 목적으로 압수한 자료를 방역당국 등 행정기관에서 넘겨받는 절차가 가능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당장 명단과 시설 자료 검증이 필요하다면 앞서 경기도가 사용한 행정상 강제처분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행정처분은 별다른 제한 없이 장소, 물건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필요한 자료 확보가 가능하다. 특히 이같은 조사에는 경찰은 물론 검찰에게도 행정응원 방식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수뇌부 체포 요구의 경우 현재 수뇌부가 전면 협조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신도들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수뇌부로부터 내려온 조직적인 방역 비협조 지시가 포착되었다면 그럴 필요성이 있겠으나 현재 지자체들이 이 같은 단서, 정황을 제시하고 있진 않다. 당장 전화 무응답 등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개별 신도들의 방역 비협조는 지자체가 경찰과 함께 방역 거부 범죄 적용으로 대응하면 된다는 지적이다.
물론 향후에는 신천지 측이 명단과 시설 제출 지연으로 방역을 저해했다는 데 대한 사법적 판단도 이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설의 경우 지난 21일에는 총회가 파악하고 있던 1,100여곳을 공개했는데 이는 전체 1,747개에서 신도 합숙소, 신도 개인의 운영 시설 등을 뺀 수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지자체에세 시민들의 제보를 받아 추가 발견이 잇따르자 신천지 측은 새로 시설을 취합해 총 1,903개로 파악한 뒤 이 내역을 다시 제공했다고 밝힌 상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여권의 강제수사 주장에는 형사 처벌 만능주의와 신천지 책임 몰이가 결합됐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며 “일단은 방역에 집중하고 자료 제출 미진 등으로 인한 방역 저해 혐의와 관련해선 순차적으로 수사,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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