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화장실 가는 척 약국으로 내달려요”...‘첩보전’ 방불케 하는 직장인의 마스크 구매기

직장상사와 종일 눈치싸움 벌이며

휴대폰 앱 켜고 수시로 재고 확인

동료들과 단톡방서 정보 공유도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약국 입구에 공적 마스크 판매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혜린기자




“상사 몰래 화장실 가는 척 잽싸게 뛰어왔는데 결국 허탕 치고 말았네요.”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출근과 동시에 휴대폰의 마스크 알림 애플리케이션을 켠다. 업무 중 틈틈이 회사 근처 약국의 마스크 재고를 확인하고는 상사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약국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공적 마스크 판매종료’라는 안내문에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직장인들의 눈물겨운 마스크 쟁탈전이 이어지고 있다. 업무시간 때문에 회사에 발이 묶일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은 ‘첩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씨처럼 사무실에서 내근하는 직장인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서는 상사 눈치가 보이지만 수시로 휴대폰 앱과 인터넷 사이트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 종일 휴대폰과 모니터만 바라봐도 실제로 마스크를 손에 쥐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휴대폰의 ‘입고예정’ 알람을 보고 약국으로 뛰어가도 현장에는 이미 30명 넘는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기 일쑤다. 매일 만원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최씨는 “마스크가 금방 더러워져 자주 바꿔 쓰는 편인데 이젠 남은 마스크도 얼마 없다”고 하소연했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지난 9일 서울 중구의 한 약국에서 직장인들이 안내문을 보고 있다. /오승현기자


야근이 잦은 직장인의 경우 사정은 더 어렵다.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노모(27)씨는 평균 퇴근 시간이 오후10시다. 그는 “퇴근 후에는 약국이 문을 닫아 살 수 없고, 점심시간 때도 주로 직장인이 밀집한 곳으로 파견 가 있을 때가 많아 공적 마스크 구입은 남의 얘기 같다”고 말했다. ‘첩보전’조차 엄두를 내기 힘든 직장인들은 결국 웃돈을 주고서라도 마스크를 살 수밖에 없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정모(27)씨는 “보름 전 미국에서 의료용 마스크를 직구로 한 상자 샀는데 배송비까지 생각하면 장당 4,000원은 준 꼴”이라며 씁쓸해했다.

마스크 한 장이 절실한 직장인은 단체채팅방을 통해 동료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합동작전에 나서기도 한다. 직장인 김모(30)씨는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온라인몰의 마스크 입고 시간을 서로 공유하면서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며 “당장 마스크가 부족한 사람은 여유 있는 동료에게 ‘가불(?)’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마스크 쟁탈전에서는 ‘사장님’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도시가스 시공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 곽모(54)씨는 “평소 점심은 물론 저녁 약속까지 차 있어 마스크를 사러 갈 시간이 없다”며 “딸이 구해준 ‘KF94’ 마스크가 몇 장 있지만 아껴 쓰려고 면 마스크를 계속 빨아서 사용 중”이라고 전했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