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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휘청이는 삼성전자.. TSMC에 시총 재추월 당해

TSMC 몸값이 보통주 기준 37억 달러 높아

반도체 전망 악화 등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넉달만에 역전

매출 6배, 영업익 2배 가량 차이 난다는 점에서 '삼성디스카운트' 심해져

삼성 둘러싼 사법 리스크 등이 주가 발목 잡고 있다는 분석도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의 시가총액이 넉달여만에 다시금 삼성전자(005930)의 몸값을 넘어섰다. 코로나19에 따른 반도체 수요 하락 우려 등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한달 사이에 20% 가까이 급락한 반면 TSMC는 어느정도 주가 방어에 성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TSMC는 올 2월 매출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꾸준한 수요로 전년 동기 대비 53.4% 증가한 933억 대만달러(약 30억9,889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가 꾸준하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 13일 시가총액(보통주 기준)은 298조 1,906억원으로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2,460억 달러 수준이다. 반면 TSMC의 시가총액은 13일 기준 7조5,200억 대만달러로 미국 달러로 환산할 경우 2,497억 달러 수준이다. TSMC의 시가총액이 37억 달러 가량 많은 셈이다. TSMC는 지난해 11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7년만에 삼성전자의 몸값을 뛰어 넘었었다. 하지만 반도체 경기 활성화 기대와 ‘삼성전자 몸값 저평가론’ 확산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30% 가까이 상승하며 TSMC와의 격차를 다시금 벌려 놓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우선주(289억달러)까지 더하면 여전히 삼성전자의 시가 총액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일반적인 시가총액 비교 시 우선주는 제외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올 초 블룸버그가 발표한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기업 명단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8위를 기록했다. 해당 순위는 올 1월 9일 기준 삼성전자의 보통주 시가총액인 3,016억 달러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으며 우선주는 제외했다. 반면 버크셔헤서웨이나 알파벳(구글 모회사)과 같은 기업은 A주와 B주 등으로 구분해 거래되며 시가총액은 이들 A주와 B주 등을 모두 합쳐 산출한다. 차등의결권 포함 여부 등을 중심으로 주식을 구분해 상장했기 때문으로 삼성전자와는 사례가 다르다. 지난 13일 기준 버크셔헤서웨이 A주(BRK.A)의 가격은 1주당 28만9,000달러에 달하는 반면 B주(BRK.B)는 1주당 196달러에 불과한 것 또한 이 같은 차이 때문이다.

삼성전자 비전


이 같은 TSMC 시총의 삼성전자 시총 추월은 삼성전자를 둘러싼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과 관련이 깊다. 올해 5G 보급 확산으로 모바일·서버·PC용 D램 가격 모두 급격한 상승이 예상됐지만 코로나 19로 관련 기세가 주춤하다.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는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치를 코로나19 영향을 감안해 10%포인트 낮추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서버를 제외한 PC와 모바일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올해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기록한 27조7,700억원의 영업이익 중 반도체 부문이 과반인 14조 200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반도체 경기 침체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하락과 직결돼 있다.

삼성전자의 또다른 핵심 축인 가전 부문 또한 실적 방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7월 개최 예정인 도쿄 올림픽의 개최 연기 가능성 등으로 8K TV 등 핵심 제품 매출이 예상대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부문 또한 최근 유가 하락으로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시장의 타격으로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유럽과 미국 등도 경기 하강을 우려하는 데다 신형 스마트폰 출시 일정도 조금씩 늦춰지고 있어 선진국 시장의 스마트폰 수요가 높지 않을 전망이다. 이 같은 TV 및 스마트폰 수요 하락은 모바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매출 하락으로도 이어져 삼성전자의 전체적인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TSMC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파운드리 부문의 독과점 지위를 통해 수익을 늘리고 있다. D램의 경우 삼성전자가 절반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자랑하지만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 제품을 통한 대체가 가능하다. 반면 회선폭 7나노 이하의 초미세 공정은 파운드리 사업자 중 TSMC와 삼성전자만 가능하며 퀄컴이나 엔비디아, 하이실리콘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들은 반도체 설계자산 유출 우려로 삼성전자에 물량 맡기기를 꺼려한다. TSMC가 승승장구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TSMC는 다음달께 5나노 기반의 애플과 퀄컴 반도체 양산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는 등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TSMC는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업체인 AMSL의 관련 제품 물량을 지난해 싹쓸이 하는 등 과감한 선제 투자로 반도체 업계 초미세공정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TSMC는 5나노 공정 수요를 충분히 확보한 데다 3나노 공정 개발도 한창이라 추가적인 수익 개선이 예상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4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17.8%)의 3배 가량인 52.7% 수준이며 삼성전자가 시스템 LSI 사업부에서 수주해 오는 자체 물량을 제외하면 간극은 더욱 크다.

TSMC 본사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 리스크 또한 삼성전자 몸값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7년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이후 그룹사별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주요 사안을 조율중이지만 경영판단 시 기민함은 예전 대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10년전 내세웠던 ‘비전2020’을 대체할 새로운 비전을 내놓지 못하는 점도 국정농단 재판과 관련이 깊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2020년까지 연간 매출액 4,000억달러, 브랜드 가치 세계 5위 이내를 달성하겠다’는 명확한 비전을 내놓았지만 지난해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는 DS 사업부에 국한된 비전만 내놓았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메시지를 통해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비전으로 보기는 힘들다.

최근에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노조와해 혐의로 구속된 후 의장직에서 갑작스레 물러남에 따라 외부인사인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장직을 맡게 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키로 한 만큼 사내이사이자 CEO를 겸임하고 있는 김기남·김현석·고동진 3명은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없는 상황이라 외부인사인 당시 박 전 장관 외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었다. 삼성전자 측은 정도경영 강화를 위해 올 초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노조 결성을 허용하는 등 이전과 다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국정농단 재판 선고가 자꾸 늦춰지는 등 계속되는 경영 리스크로 신음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TSMC는 지난해 매출 1조700억 대만 달러(약 43조원)와 영업이익 3,727억 대만달러(15조원)를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매출 230조4,000억원에 영업이익은 27조7,700억원을 기록해 두 기업간 규모 차이가 상당하다”며 “주가는 결국 회사의 미래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경영 리스크 등 삼성전자의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주가에서 나타나는 듯하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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