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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다크 워터스'] '좋은 이웃' 가면 쓴 거대 기업의 민낯

독성 물질로 사람에 해악 끼친

美기업 듀폰의 추악한 진실 폭로

묵직한 메시지에 '조용한 흥행'







1998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의 한 농장. 농부가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젖소가 죽었다. 처음엔 우연한 죽음이라 여기며 고이 묻어줬다. 하지만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젖소 190마리가 전부 사라지고, 농장엔 죽음의 그림자만 남았다. 농부는 참혹한 진실을 눈여겨 봐달라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국가마저 그를 외면한다. 울분에 찬 농부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한 로펌의 기업 법무 담당 변호사 롭 빌럿(마크 러팔로)을 찾아간다.

처음에는 롭 역시 농부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지만 내막을 깊이 알게 될수록 사건을 외면할 수 없게 된다. 짐승들만 흉한 모습으로 태어나고 죽은 게 아니었다. 지역 주민 다수가 암과 같은 중병에 시달리고, 기형아를 낳은 산모도 있었다. 그 일그러진 현실의 원흉은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화학 기업 듀폰이다.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안정된 일자리와 넉넉한 소득을 보장해주는 ‘착한’ 기업 듀폰이 그럴 리 없다고, 매일 아침저녁 사용하는 프라이팬과 아기가 물고 빠는 장난감에 죽음의 물질이 들어 있을 리 없다고 말이다. 막대한 자금력과 워싱턴 로비스트까지 앞세운 거대 기업과의 싸움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대로 외면하면 미국, 더 나아가 전 인류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는 결론에 이른 롭은 결국 어렵고 지난한 싸움을 시작한다.





최근 개봉한 토드 헤인즈 감독의 신작 ‘다크 워터스’는 실존인물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사회고발 영화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은 인류의 99%를 독성 물질 중독에 빠뜨린 거대 기업의 민낯을 폭로하기 위해 다시 뭉쳤다. 전작 ‘캐롤’에서 섬세한 감정과 장면 연출로 주목받았던 헤인즈 감독은 이번 영화서 관객들이 주인공과 함께 불편한 현실을 마지막까지 직시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를 통해 영화 속 이야기가 과거의 누군가에게 국한된 사건이 아닌,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끊긴 와중에도 영화는 꾸준히 입소문을 조용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잠깐 동안 등장하는 독성 화학물질의 실제 피해자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강력하다. 듀폰이 존재를 숨기려 한 PFOA(과불화옥탄산·Perfluorooctanoic Acid)이 얼마나 유해한 물질인가를 관객에게 온 몸으로 보여준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어떤 영화인지 이해하게 됐을 때, 나는 힘을 얻었다”며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우리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주연을 맡은 마크 러팔로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배우인 동시에 환경 운동가다. 그는 거대 기업의 횡포를 고발하는 동시에 일상의 편리함 이면에 숨어 있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이 영화에 흔쾌히 출연했다고 한다. 롭의 아내 사라 빌럿 역은 앤 해서웨이, 롭의 도전을 지지해주는 직장 상사 톰 터프 역은 팀 로빈스가 맡아 열연했다. 러닝 타임은 127분.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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