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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게임은 계속돼야" 그 위험한 고집

박민영 문화레저부 차장





오는 7월 개막할 예정이었던 2020도쿄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세에 대회 취소론까지 고개를 들었지만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개최국 일본은 개최 시기를 늦추는 선에서 합의를 했다.

지난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이래 하계올림픽을 취소했던 이유는 전쟁뿐이었다. 1916년과 1940년, 1944년 등 세 차례 대회 모두 1·2차 세계대전 때문에 열리지 못했다.

올림픽 수난 사례라면 대회 도중 중단될 뻔했던 1972년 뮌헨올림픽을 빼놓을 수 없다. 팔레스타인 게릴라 단체인 ‘검은 9월단’ 소속 8명의 테러범이 선수촌에 난입해 이스라엘 선수단을 인질로 삼고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스라엘 선수와 임원 11명, 아랍계 게릴라 5명, 독일 경찰 1명 등 총 17명이 사망했다. 지구촌 축제가 끔찍한 참사로 얼룩지고 추가 테러도 우려되자 전 세계에서 대회 중지 요구가 들끓었다. 당시 에이버리 브런디지 IOC 위원장은 “그럴수록 게임은 계속돼야 한다”며 24시간 만에 대회를 속개했다.

시간을 현재로 되돌려보자.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올해 1월 동남아시아와 우리나라를 거치며 무섭게 확산했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치달았다. 올림픽에 참가할 선수단의 건강과 안전은 물론 인류 전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도 IOC와 일본 정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정상 개최를 고수하며 요지부동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뮌헨올림픽은 더 이상의 사고 없이 일정을 소화했다. 위험을 감수하려던 도쿄올림픽은 4개월을 앞두고 일단 멈춰 섰다.



스포츠계에는 ‘게임은 계속돼야 한다’는 대전제가 교리처럼 신봉된다. 물론 투혼·극복과 같은 것은 스포츠의 고귀한 가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때로 무조건적인 신념은 위험한 고집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안전 불감으로까지 치닫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길어진 IOC와 일본의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 고집은 결국 각국 선수들의 혼란만 키웠다. 유럽 축구도 중단을 주저하다 바이러스 확산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이탈리아 축구의 전설 파올로 말디니 AC 밀란 기술이사는 코로나19가 확산세에 있던 12일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강행한 것을 두고 “미친 짓”이라고 했다. 경기 일정 소화를 고집한 결과들이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는 최근 정규리그 개막을 4월20일 이후로 연기했다. ‘코로나19 추이를 살피며’라는 전제를 붙였지만 팀당 144경기를 다 소화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올림픽이 연기됐을 만큼 엄중한 상황에서 팬들의 바람은 무리하고 위험해 보이는 리그 강행보다는 위기 극복을 함께 축하할 수 있는 건강하고 알찬 시즌일 것이다.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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