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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로나에 장갑차까지 다녀 정말 놀랐죠"... 코이카 단원이 전한 모로코 방역 현장

감염 불안과 인종차별 등으로 중도 한국행 결정

당국의 갑작스러운 항공·항만 봉쇄로 발묶여

'250명 채우라' 조건에 임시항공편도 차일피일

우여곡절 끝 내달 1일 출국 확정에 안도의 한숨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모로코 전역에 통행제한령이 내려진 가운데 수도인 라바트의 한 도로에 장갑차가 이동하고 있다. /독자제공




“열흘 넘게 숙소에서 속을 태웠는데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네요.”

28일 모로코 수도 라바트의 한 호텔에 묵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봉사단원 A씨는 한국행 임시항공편 출발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을 목적으로 모로코 정부가 모든 항공·선박 편을 끊는 바람에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라바트 숙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발만 동동 구르던 참이었다. A씨는 서울경제 취재진과의 현지 전화 통화에서 “일부 단원들은 통행증이 없던 시기 일시적으로 음식을 구하지 못해 상비한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관련기사>▶[단독] 모로코 '고립' 韓교민 태운 특별기, 내달 1일 한국행 확정

서울경제가 A씨를 통해 들은 모로코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는 초비상 상황에 가까웠다. 개방성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과는 확실히 다른 대응이었다. 라바트 시내에 도시 간 통행을 통제하려는 장갑차들까지 등장하자 일부 단원들은 불안의 눈빛으로 이를 바라보기도 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모로코 전역에 통행제한령이 내려진 가운데 수도인 라바트의 한 도로에 장갑차가 이동하고 있다. /독자제공


당초 A씨의 정해진 봉사 기간은 내년 이후까지였다. 하지만 지난 1월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 일본 등에 코로나19가 확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외 봉사활동에 대한 A씨의 꿈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2월 초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이 동북아시아 인들에 대한 혐오로도 일부 나타나자 A씨는 급기야 중도 한국행을 결심했다. A씨는 “모로코에도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한국과 달리 현지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거나 병원에 가지 않아 감염에 대한 걱정도 많아졌다”고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A씨를 비롯한 봉사단원 10명은 코이카를 통해 이달 17~18일 라바트에서 한국으로 가는 항공권을 예약했다.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 만큼 A씨 등 일부 단원들은 갖고 있던 식료품을 현지 이웃들에게 모두 나눠 주고 16일 라바트로 이동했다.

A씨의 출국 계획은 곧 산산조각 났다. 한국행 비행기의 출발을 이틀 앞둔 15일 모로코 정부가 갑작스럽게 전 항공 운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18일 다시 한 번 한국행 항공편 예약을 시도했으나 이 역시 불발됐다.



하루 이틀만 머물려던 A씨의 라바트 숙소 생활은 이때부터 기약 없이 연장됐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다른 코이카 소속 단원 47명도 모두 라바트로 집결해 3개 숙소로 분산됐다. 현지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했던 일본국제협력기구(자이카) 소속 일본인 25명이 17~19일 모두 출국에 성공하면서 A씨의 초조함은 더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모로코 정부는 20일 오후 6시부터 통행증 없이는 이동을 제한하는 강력한 방역대책을 시작했다. 통행증이 없던 코이카 단원들은 외출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코이카가 신청한 통행증은 24일 발급됐다.

A씨는 “모로코의 낮은 보건 의식 때문에 식료품을 사러 가기도 꺼려지는 상황”이라며 “거리에 경찰도 많아 지금도 숙소 밖은 거의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지 소식통은 “비상사태 초기 단계엔 어수선함이 있었으나 지금은 통행증만 있으면 식료품 구매, 병원방문, 약품 구매를 위한 이동은 자유스러운 편”이라며 “치안이 강화돼 오히려 평상시보다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12일 오전 김포공항에서 3차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중국 우한 교민들이 트랩을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코이카 봉사단원, 교민 등을 한국에 데려올 임시항공편을 마련했다는 소식은 그나마 가뭄 속 단비였다. 그러나 임시항공편을 담당할 항공사에서 250명의 정원을 채워야 비행기를 띄울 수 있다는 조건을 걸면서 문제가 또 발생했다. 한인이 워낙 적은 나라다 보니 코이카 단원 57명에 인근 교민들을 다 모았는데도 200명을 채우기 힘들었다. 코이카에서 항공비를 부담하는 단원들과 달리 일반 교민들은 시세의 3~4배에 달하는 운임료를 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일부 교민들은 임시항공편 신청을 취소하기도 했다. 250명을 채우는 조건이 버겁다 보니 3월28일이었던 출발일도 4월1일로 미뤄졌다.

A씨는 “25일까지도 170여명 밖에 모으지 못했던 것으로 들어 자포자기 상태였다”며 “페루, 카메룬 등 코이카 단원들이 고립된 지역들 중 항만·항공 등 모든 운송수단을 막은 곳은 모로코가 유일했다”고 설명했다.

모로코 단원들과 교민들의 기다림은 결국 27일 정부가 전격적으로 새 임시항공편을 마련하면서 해결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코이카 봉사단원과 우리 교민을 태운 임시항공편이 다음달 1일(현지시간·한국시간 2일) 모로코 카사블랑카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A씨 역시 우여곡절 끝에 이 임시항공편을 타고 간신히 한국 땅을 밟게 됐다. /박우인·윤경환·오지현 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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