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新화폐제국 꿈꾸는 '페북' 리브라…세계 단일 통화 노린다

[코로나 이후...디지털통화 패권경쟁]

<상>'e머니 빅뱅' 통화패권 흔든다-맞대응 나서는 미국

연내 출범 목표...바스켓 절반을 달러로 구성 '연대'

페북 유저 예금 10%만 옮겨도 2조弗 유동성 확보

'뱅크런' 우려 있지만 외국자본 유입 순기능도 기대







“우리가 리브라를 발표하자마자 중국은 알리페이와 같은 기업들과 디지털인민폐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일대일로’ 전략의 일환입니다. 중국은 몇 달 내에 선보일 것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는 지난해 10월 열린 미 하원의 리브라 청문회에서 경고 섞인 호소를 했다. 미국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하지 않으면 중국이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페이스북이 자회사 칼리브라를 통해 연내 발행을 목표로 개발 중인 디지털화폐인 리브라를 허용하라는 게 그의 제안이다. 저커버그의 예측은 현재까지는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중국을 비롯해 스웨덴·덴마크 등 22개국 중앙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차근차근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인 CBDC 발행을 추진하거나 적극 검토 중이다.

페이스북은 리브라에 대해 투자자산이 아닌 화폐의 지위를 부여받는 것을 목표로 ‘신(新)머니게임’을 구상하고 있다. 민간 암호화폐가 실제 돈처럼 쓰이려면 가치 변동성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이용자가 보유한 암호화폐의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믿는다면 일회성 결제용으로 쓰지 않고 자산으로 계속 보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외 송금도 마찬가지다. 보내는 곳과 받는 곳의 시세가 다르고, 송금 중에 시세가 달라진다면 필요한 만큼의 가치를 정확히 보내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등장한 것이 변동폭을 최소화한 암호화폐, 즉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다. 변동폭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코인 발행량만큼 법정화폐를 비축하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코인 1개당 1달러로 맞추려면 100개를 발행할 때 100달러를 준비금으로 넣어두고 언제나 개당 1달러로 쓰는 식이다. 리브라도 이 방식을 차용했다. 다만 페이스북은 한 나라의 통화 대신 여러 국가의 통화로 바스켓을 구성한다.

리브라가 공급될 페이스북 인프라에는 이미 24억명의 이용자들이 있다. 이들은 페북 메신저나 왓츠앱에서 리브라를 이용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친구에게 메시지를 전하듯 돈을 보낼 수 있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학 간 자녀 생활비, 외국인 노동자가 본국에 보내는 월급, 이런 것들이 리브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라며 “기본적인 송금 시스템만으로도 리브라의 파급력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전 세계 24억명의 페이스북 사용자가 은행 예금의 10분의1만 리브라에 투자해도 리브라 적립금이 2조달러(약 2,415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대표가 지난해 10월23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리브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리브라로 우버 서비스를 이용하고 스포티파이에서 음악을 정기결제하며 쇼피파이로 만들어진 쇼핑몰에서 직구를 할 수 있다. 이들 업체는 모두 리브라 연합의 회원사다. 일각에서는 개인 거래를 넘어 중소 규모의 무역결제대금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나온다. 국경·국적이나 인종·거주지역에 얽매이지 않는 초국가적 화폐가 되는 셈이다. 페이스북이 리브라에 부여한 미션도 ‘세계 단일 통화’다.

하지만 유동 규모가 수천조원에 달하는 화폐가 민간기업에 의해 발행되고 관리되는 상황은 국가 차원에서는 전례 없는 도전이다. 중국이 곧장 CBDC로 정면 승부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리브라의 발행과 달러 패권 간 관계를 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최근 미국 국가정보국(ODNI)은 리브라 등으로 달러의 세계준비통화 지위가 상실되는 상황을 검토하기 위해 연구원을 뽑았다.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자 저커버그는 디지털경제 시대는 언제고 도래할 수밖에 없는 눈앞의 미래라고 본다며 중국에 빼앗기느니 미국 기업에 허용하는 게 낫다는 논리로 설득에 나섰다. 그는 “미국의 규제를 100% 준수하겠다”며 당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리브라는 자체 통화 바스켓에서 위안화는 배제하고 50%를 달러로 구성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구조라면 리브라가 많이 쓰일수록 달러 사용이 가장 높은 비율로 확대되는 구조여서 달러 패권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셈이다.

다만 달러 패권과 별도로 각국 중앙은행은 리브라가 확장할수록 통화정책 부담이 커지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를테면 국내에서 원화 대신 리브라로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아울러 경제위기가 올 경우 자국 통화를 출금해 리브라를 사두려는 뱅크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는 “리브라용 국내 서비스가 많아진다면 반대로 외국 자본을 유입시키는 순기능을 촉발할 수도 있다”며 “거대하고도 새로운 경제 플랫폼에서 소외되는 오판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리브라는 전 세계 CBDC 패권전쟁의 불쏘시개로 사라질까. 다만, 행여 리브라가 무산되더라도 초국적 화폐를 노리는 또 다른 기업은 다시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만만찮다. 제임스 불러드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830년대 미국 내 통화의 90%는 민간 발행분이었을 만큼 정부와 민간의 화폐 경합은 처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