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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지역 대중교통 특성 반영한 '수요응답형 서비스'로 승부 걸어야

[한국형 스마트 모빌리티 과제는]

  AI로 승객 대기 시간 절약·불필요한 정차 줄여

 '버스+택시' 현대車 '셔클' 서비스 편의성 높아

  버스 노선 많지 않은 농촌 등에 맞춤형 사업구조

 '교특회계' 개선·규제 완화로 민간투자 활성화를

서울 은평 뉴타운 주민들이 현대차에서 운영하는 모빌리티 서비스‘셔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셔클은 AI 기술을 활용해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지난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구파발역. 기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동네에선, 셔클’을 켜자 목적지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2㎞ 정도 떨어진 진관초교를 누르니 ‘셔클’ 차량이 3분 내에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떴다. 5m를 걸어 탑승장소로 이동하라는 안내와 함께 좌석번호도 보내왔다. 잠시 후 스마트폰 화면에 실시간 위치가 뜨면서 현대자동차 쏠라티를 개조한 대형승합택시 셔클이 도착했다. 차량에 오르자 현재 위치와 도착 예정 시간이 실시간으로 화면에 떴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데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일반버스로 이동했다면 대기시간까지 포함해 30분은 족히 소요됐을 거리였다. 셔클은 현대차가 지난 2월부터 은평 뉴타운의 반경 2㎞ 일대에서 운영하는 신개념 스마트모빌리티 서비스다. 승객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태우고 내려준다는 점에서 버스와 택시의 중간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사전 등록한 주민 400명을 대상으로 무료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데 일단 이용자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셔클 기사인 장세영씨는 “지역 내에서 학원이나 병원 등을 오가는 주민들의 호응이 높다”며 “대기시간이 짧아지고 주차 걱정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출을 삼가다 보니 이용객이 처음보다 줄고 일부 노선의 조정도 이뤄졌다고 한다.

현대차가 KST모빌리티와 손잡고 운영 중인 셔클은 고객이 앱을 통해 하차장소를 미리 통보하면 원하는 곳에서 태우고 내려주는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교통 서비스다. 만약 다른 탑승객이 호출하면 중간에 픽업해 순차적으로 고객을 하차시키게 된다. 현대차 ‘에어랩’이 자체 개발한 AI 기술을 통해 실시간 최적경로 설정 기술을 적용하고 대기시간과 도착시간을 예측함으로써 효율적인 운영 및 배차가 가능해졌다. 이용자의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적용 가능한 수요응답형(DRT·Demand Responsive Transport) 서비스다.

현대차가 대중교통이 취약한 은평 뉴타운에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오는 5월 중순까지 시범 서비스를 운영한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토교통부·서울시에 각각 실증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김성은 현대차 책임연구원은 “커뮤니티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서비스를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셔클의 성공 여부는 합승 허용에 달렸는데 당국의 규제 완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요금도 넘어야 할 과제다. 현재로서는 택시보다 싸고 버스보다 비싼 요금을 계획하고 있지만 버스 환승 등을 감안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는 일단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고 젊은 고객층이 많은 혁신도시를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셔클 같은 수요응답형 서비스는 올해 업계의 최대 관심 분야다. 승객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목적지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으며 운영자 측에서도 불필요한 정차를 줄여 요금을 낮춰 경쟁할 만한 틈새시장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교통이 취약한 지방 중소도시나 농촌 지역에 우선 보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현명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수요응답형 교통 시스템을 교통 서비스 공백으로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지방에 도입해 공공성과 기업 이익을 동시에 달성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방이나 농촌의 경우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버스 노선이 많지 않아 대중교통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높은 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막대한 보조금 부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중교통에 지급하는 보조금 규모는 연간 총 1조5,000억~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승객이 급감해 수익 감소에 따른 버스업계의 재정지원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앞두고 버스대란이 빚어졌던 것도 마찬가지다. 일부 지자체들은 고육책으로 행복콜버스나 마중버스·희망택시 등 공공교통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근본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선진국의 경우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지능형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사전 예약이 필요하거나 기존의 마을버스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돼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선거 때만 되면 지자체 지원금을 늘려 공공교통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이 쏟아지는 것도 단순히 주민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는 우리의 현실을 보여줄 뿐이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지방 중소도시의 스마트모빌리티 구축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대도시에 비해 승용차 의존도가 높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져 스마트모빌리티의 기대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열악한 재정 여건으로 볼 때 지방교통체계 개편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기 어려운 만큼 첨단기술을 접목하고 유연한 운영이 가능한 스마트모빌리티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모빌리티를 기존 통행수단의 보조수단이 아니라 대체수단으로 설정해 적극적인 교통체계 전환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농촌 지역은 수요응답형 모빌리티가 가장 적합하고 혁신도시는 지역별로 다양한 고객 수요를 반영한 맞춤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종일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원도심과 신도심, 농촌 지역별로 대중교통이나 통행량, 인구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시범사업을 제도적·재정적으로 지원해 민간기업의 사업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 중소도시는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이 많지 않은데다 다양한 주민들의 수요를 충족하는 서비스 기반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민간 부문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자면 AI·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적정 수요를 확보하고 수익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기존의 택시나 버스가 갖추지 못한 새로운 영역을 개발하고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일본 아이치현 도요아케시처럼 사전에 회원으로 등록한 고령층을 대상으로 셔틀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정류장 설치를 희망하는 점포에서 별도의 후원금을 받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현행 ‘교통시설특별회계(교특회계)’가 스마트모빌리티 보급의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있다. 관련 예산이 택시산업 지원, 교통약자의 편의 증진, 광역 버스정보 시스템(BIS) 보조 등 대부분 대도시 지역에 사용하도록 제한돼 있어 지방의 대중교통 활성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여러 부처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낡은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민간 자율성을 보장해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지방 중소도시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산업생태계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지방에 모빌리티 서비스를 보급하는 것이 이용자 편의는 물론 정부와 기업 모두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ssang@sedaily.com



[해외 모빌리티 서비스는]

핀란드, 버스서 전동스쿠터까지 모빌리티 다양

美는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

日, 지자체 32곳서 맞춤서비스



지난해 6월 북유럽 순방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은 핀란드 헬싱키에서 ‘휨(Whim)’이라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직접 체험해 눈길을 끌었다. 2016년 선보인 휨은 수요자 중심의 교통 서비스를 의미하는 ‘MaaS 플랫폼’의 대표주자다. 이용자가 모바일 앱에 도착지만 설정하면 개인에게 알맞은 버스나 전철·택시는 물론 전동스쿠터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이동수단을 추천해주고 예약·결제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필요할 경우 실시간으로 경로를 조정하고 이동수단을 바꿀 수도 있다. 이런 편의성에 힘입어 누적 가입자는 2018년 100만명에서 지난해 300만명으로 늘어났다.

미국 우버는 자동차공유 사업에서 출발해 1인 모빌리티, 고급 택시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이라는 미래 핵심사업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에서는 2018년 10월 도요타 등 자동차 업체와 소프트뱅크가 합작사인 ‘모넷’을 설립해 32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맞춤형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교통·소매·물류 등 모두 500여사가 참여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JTB는 군마현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정액 택시서비스인 ‘JTB 제로바겐 택시’를 선보였다. 지자체 차원의 사회복지협의회 기금을 지원받아 택시를 싼 가격에 이용하는 방식이다. 병원이나 시장 등 자주 가는 두 곳을 미리 지정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고령자의 면허 반납을 촉진하고 대중교통 이용의 장벽을 없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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