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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엽문4:더 파이널' 통쾌한 액션, 갑갑한 민족의식, 이런 작별이라니





벌써 11년이다. 한때 유행이 끝난 것으로 보이던 중국 정통무술 영화를 유일하게 받치고 있던 ‘엽문’ 시리즈와 작별을 고할 시간이 왔다.

매 속편마다 관객을 태우고 영춘권의 독특한 무술세계로 달려가던 기차는 이제 종착역을 향해 천천히 멈춰서고 있다.

‘이소룡이 존경했던 단 한사람’이라는 문구처럼 제작진과 주연 견자단의 애정이 빛을 발한다. ‘엽문’ 시리즈의 팬들이 꼭 바랐던 엽문과 제자 이소룡의 만남, “아뵤”만 들어도 소름끼치는 이소룡의 액션까지 퇴장하는 영웅에 대한 찬사로 느껴지도록 섬세하게 배려한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이야기는 이소룡이 미국에서 점차 유명세를 이어가던 때, 암에 걸린 엽문은 훗날 아들의 유학을 위해 미국에서 학교를 찾게 된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중화회관 사부들과 대립하게 되고, 오해가 깊어지면서 태극권 고수 만종화와 대결까지 벌이게 된다.

그러나 차이나타운을 못마땅해 하던 이민국과 해병대가 인종차별적 억지논리로 이들을 억압하기 시작하고, 이를 참지 못한 엽문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 해병대 무술교관과 피할 수 없는 대결을 벌인다.



업그레이드 된 액션장면은 전작처럼 속이 확 풀린다. 원화평 무술감독의 말처럼 견자단은 ‘젠틀한 무도인’을 상징하듯 더욱 침착하고 노련해졌다. 영춘권과 태극권의 맞대결은 전작에서 홍금보와 견자단의 ‘원탁 결투’ 못지않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미국 무술교관과의 대결은 그래픽으로 단타와 강한 타격의 차이를 둬 마치 ‘스트리트 파이터, 철권’ 등 게임을 하는 듯한 쾌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엽문’ 시리즈는 줄곧 중국인들을 겁박하는 세력과 엽문의 맞대결로 통쾌함을 선사해왔다. 중일전쟁 당시 일본인 장교에 맞서, 홍콩에선 영국인 권투선수와 암흑가 보스를 상대로 민족주의적 긍지를 끌어올리는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때문에 액션이야 더할나위 없으나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더 파이널’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처럼 이번 작품은 엽문이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초반부터 끌어내면서 ‘진짜 마지막’임을 예고한다. 사고치고 다니는 아들은 말을 듣지 않고, 세상은 여전이 중국인에게 냉소적이지만, 관자놀이 주변부터 머리카락이 희끗희끗 해지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세월은 무심히 흘러간 것처럼 이야기의 진화 역시 묘연하다. 작품의 갈등 역시 전작에 비하면 소소한 수준이다. 미국 해병대 무술교관에게 중화회관 소속 사부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결국 엽문 나서 그와 맞대결을 펼친다는, 그 대결을 통해 인종차별 받던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세워준다는 민족주의적 이야기는 보는 내내 오직 ‘액션’만 기다리게 한다. ‘일대종사’ 엽문 최후의 상대라기에 무술교관은 다소 무게감 없어 보이기도 한다.



견자단은 ‘엽문’ 2편부터 촬영이 없는 날에도 엽문 의상을 입고 차를 마시며 생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와 몰입을 통해 세계 영화팬들에게 자신을 알렸고, 대중이 자신을 곧 엽문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는 마지막 엽문의 이야기를 앞두고 “같은 인물을 4번이나 연기한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지만,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은혜와 축복이었다”라고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10년간 3편이나 속편을 만들 만큼 인기있던, 스러져가는 중국 무술에 대한 호기심을 끝까지 붙들어주게 만든 엽문의 마지막을 함께하기엔 분명 아쉬운 시기임에 틀림없다.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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