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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정책사각-금리급등..'연40조' 유동화증권 살얼음판







A증권사는 최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인 ‘디에스에이아이제2차’를 연 4% 금리에 발행했다. A증권사가 매입확약한 이 ABCP는 지난 1월 초 발행 당시만 해도 금리가 2.4%였지만 차환을 발행하면서 금리는 1.6%포인트나 상승했다. 지난달에는 유진투자증권이 ‘에프엠유동화제1차(해외부동산 수익권)’를 연 5% 금리에 발행했다. 2월 말 2% 수준에서 한 달 새 3%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정부의 시장안정화대책이 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단기자금시장 금리는 여전히 상승세다. 이날 91일물 A1등급 기준 CP금리는 전날보다 2bp(1bp=0.01%포인트) 상승한 2.23%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기시장의 금리를 끌어올리는 것은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CP·ABS·ABSTB)이다. 이중 ABCP의 경우 대부분 증권사가 보증을 서 신용등급이 최우수 등급인 ‘A1’인데도 불구하고 일반 기업들이 발행하는 ‘A2’급 채권보다 금리가 높은 이상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ABCP 시장의 규모는 연간 약 40조원(정기예금 ABCP 제외)이다. 대부분 3개월 만기인 것을 감안하면 분기당 14조~15조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ABCP는 부동산·펀드수익권·회사채 등 우수한 기초자산을 구조화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지만 최근 단기시장이 경색되면서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졌다. 투자자를 찾지 못해 매입약정이나 지급보증을 제공한 증권사가 직접 인수하거나 채무를 책임져야 한다. 증권사로서는 상당한 리스크를 안은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액이 가장 많은 곳은 메리츠증권(222.1%)이었다. 하이투자증권(104.3%), 하나금융투자(99.0%), 키움증권(89.5%) 등 중소형 증권사 등의 채무보증액이 많다.

그동안 ABCP의 주요 투자자는 증권사로 상품을 매입해 리테일 창구에 내다 팔았다. 그러나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자 리테일 미판매 물량을 떠안기 부담스러운 증권사들이 매입을 멈췄다. 유동성이 경색되면서 결국 금리를 더 높여 차환을 발행하거나 고유 자금으로 떠안는 등 계속해서 회사 자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분기 말이 지나고 머니마켓펀드(MMF)의 매수도 시작됐지만 아직은 미진하다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증권사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고금리 ABCP 발행이 당분간 꾸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단기자금시장 안정화 목적으로 내놓은 채안펀드와 7조원 규모 정책자금도 기업 자금 융통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증권사들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무제한 환매조건부 채권(RP) 매입이라는 초강수를 내걸었지만 이조차 실효성은 적다는 지적이다. RP 담보로 사용할 수 있는 채권은 국채와 통안채·정부보증채 등 우량채권에 국한돼 ABCP는 해당사항이 없다.

고금리 ABCP가 무더기로 쏟아지는 것은 단기시장을 왜곡시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정책을 무력화시킨다는 부작용이 있다. 정부는 금리를 낮춰 시장의 현금흐름을 활성화시키고 싶어하는데 시장이 좀처럼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4월 기준 증권사들이 보유한 ABCP 잔액은 약 19조원 정도”라며 “경색이 지속하면 잔액이 많은 증권사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까지 우려해야 할 시기”라고 우려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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