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나라가 사재기 없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메르스 사태 등을 거치며 체득한 감염병에 대한 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사전에 구축한 체계적인 방역관리시스템 덕분이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를 준비하는 유비무환의 자세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투명한 정보공개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집단감염 우려가 있는 특정 종교 신도들을 끝까지 추적해 확진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확진자 숫자를 숨기는 듯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우리 정부의 통계에 신뢰를 보일 수밖에 없다.
성숙한 시민의식도 있다.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처음 창궐한 이후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고통과 불편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각오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적극 동참한 시민들의 공이 크다. 우리 국민들은 방역체계를 믿고 협조하면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텅 빈 쇼핑몰 사진을 접할 때마다 섬뜩한 느낌이 드는 외국과 비교해서 우리 시민들의 수준 높은 성숙함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에는 감염병에 대응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질병관리본부(KCDC)가 있고 금융위기 발생에 대비해 예금자 보호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책임지는 예금보험공사(KDIC)도 있다. 예보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기에 항상 대비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에 소중한 예금을 보호하며 500개가 넘는 부실금융회사를 신속히 정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매뉴얼을 만들고 대응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간의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금융안전망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였다. 예보는 평상시에도 금융위기에 대비해 회계·재무지식 등 직원들의 전문역량을 배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실제 금융회사 데이터를 활용해 금융회사가 부실화되는 가상 상황에 대한 모의정리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어떤 금융회사의 부실이 발생했음을 가정하고 자산실사 과정에서 금융회사·회계법인 등과 이견,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상과정에서 쟁점사항, 보험금 지급상황에서 발생하는 민원 등 실제 정리경험을 되살려 작성된 다양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부실금융회사 정리를 실제로 해보는 것과 같은 체험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감염확산 초기 국민들이 느꼈던 혼란과 당혹감이 떠오른다. 그러나 현명한 대처로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다. 불확실하지만 만약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확실히 준비해 나간다면 어떠한 상황이라도 잘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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