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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시그널] 박삼구, 라임 통해 아시아나에 300억 '셀프' 자금조달

상장 계열회사 현금 동원 법 위반 여부 관건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도 '배임' 가능성

라임 겨냥한 검찰 수사 금호로 확대될까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연합뉴스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지난해 에어부산(298690)아시아나IDT(267850)의 현금 3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020560)에 몰아준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더욱이 박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을 통해 이들 계열회사의 정체를 감춰왔다. 상장회사가 그룹 총수나 계열회사 등에 돈을 꿔주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현행 상법을 우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속도를 내고 있는 소위 ‘라임 게이트’ 수사의 칼날이 박 회장 쪽으로 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아시아나 항공 매각의 돌발 변수로도 작용할 수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문투자형사모펀드(헤지펀드)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포트코리아런앤히트6호’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3월 발행한 850억원 규모 영구채에 600억원을 투자했다. 이 펀드는 라임자산운용(1종 수익자)이 300억,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2종 수익자)가 각각 300억원을 출자했다. 쉽게 말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가 라임을 통로로 활용해 모회사에 300억원을 빌려준 셈이다.

이런 행위는 ‘불법’일 가능성이 있다. 현행 상법은 상장회사가 주요주주나 그의 특수관계인에 대해 신용공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구채 투자 당시인 지난해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 모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상장 자회사의 계열회사 신용공여는 금지가 원칙이지만 판례는 경영상의 목적에 부합하는 지 법원이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며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런 사실을 조직적으로 감춘 정황도 있다. 영구채 발행 당시 인수 대상자에 대한 정보가 담긴 공시를 누락시켰을 뿐만 아니라 감사보고서에도 내용을 빼 놨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 측은 “해당 영구채는 케이프증권이 인수했다”고 밝혔다.

당시 아시아나IDT를 이끌고 있던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대표에게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해당 펀드의 투자약정서엔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라는 투자 대상이 빠진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수사가 뒷받침 되야 진상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또 무산설이 확산하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도 복병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 그리고 라임자산운용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 인수 개념도. /서울경제DB


일파만파 ‘라임 게이트’…아시아나항공 매각 복병으로

금호고속 인수 당시 700억 투자한 라임

이후 아시아나 계열사로부터 700억 투자유치

300억 동원 朴 경영권 유지 목적이었을 가능성



라임자산운용이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16년이다. 박 회장은 라임으로부터 700억원을 끌어와 금호고속을 1,5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금호고속을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로 끄집어 올렸고, 2009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이후 7년여에 걸친 금호그룹 재건 작업에도 마침표를 찍는다.

문제는 이후 금호그룹과 라임 간 석연찮은 거래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를 비롯해 아시아나항공의 비상장자회사가 라임에 투자한 돈은 700억원에 달한다. 이 돈이 라임을 거쳐 어디로 흘러들어 갔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또 라임은 지난해엔 박 회장이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가 정체를 감춘 채 3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할 수 있도록 ‘도관’ 역할까지 해줬다.

지난달 에어부산이 200억원을 라임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직후에도 금호그룹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에어부산 측은 “2018년 보유 현금이 많아 적당한 투자처를 둘러보던 중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이 안전하다고 판단해 200억을 투자했고 10%의 수익을 보고 환매했다”며 “한 번 수익 본 경험도 있고 안정적이라고 판단해 (지난해) 6월 200억원을 재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이라는 설명과 달리 해당 펀드의 리스크는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가 모두 지고 있다. 표면이자율이 8.5%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영구채에 투자한 ‘포트코리아런앤히트6호’의 선순위 투자자는 라임이기 때문이다. 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는 부실이 발생하면 이를 떠안는 후순위 투자자일 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계열회사 간 부당지원 행위가 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진열된 모형 비행기. /연합뉴스


이 같은 ‘셀프’ 자금 조달을 박 회장의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였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영구채를 발행했던 지난해 3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 만료 시한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1,5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기로 했지만 투자자를 찾지 못했고 결국 650억원은 발행을 취소하게 된다. 그나마 발행에 성공한 영구채 850억원에도 계열사의 현금이 300억원 동원됐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사정 때문에 영구채를 사줄 만한 곳이 없었다”며 “박 회장 측이 라임에 먼저 영구채 인수를 요청한 뒤 계열회사 자금을 300억원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로까지 확산할지 열쇠는 KDB산업은행으로 쥐고 있다. 산은은 당시 이를 감시·관리하는 위치에 놓인 채권단이었다. 더욱이 에어부산 측의 설명대로 시차를 두고 6월에 라임으로 돈이 흘러 들어갔을 경우 매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동결돼 있어야 할 자회사의 현금성 자산이 사라진 셈이 된다. 산은은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과 함께 공동 매각 주관사였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200억 투자금 중 170억원을 손실로 처리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와 라임 등을 동원해 8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지만 한정 의견의 감사보고서를 수정하는 등의 일이 겹치면서 결국 매물로 전락했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본 실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당초 계획했던 유상증자 등이 기약 없이 미뤄진 상황이라 이번 사건의 추이가 복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상훈·김기정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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