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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영업맨 촉으로 SC'제일' 이름 살려…전통·글로벌·디지털 결합 제2 도약"

■ CEO&STORY-박종복 SC제일은행장

2015년 행장 취임 후 사명부터 변경

인지도·은행이용률 오르며 흑자전환

자산관리·비대면 강화로 선택과 집중

제3인터넷銀 '토스' 지분 참여 결정 등

진정성 앞세워 SC그룹 투자 이끌어내

"고객 마음 얻는 영업으로 수익 다변화"





지난 2019년 10월11일 밤. 상황은 긴박했다. 이미 일부 언론에서는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토스’와 SC제일은행의 참여를 기정사실화했지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시간 영국 런던에서 출장을 준비한 빌 윈터스 SC그룹 회장은 공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SC그룹의 특성상 전 세계 주요 최고경영자(CEO)의 만장일치 없이는 SC제일은행의 토스 투자는 불가능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시차를 무시하고 콘퍼런스콜을 요청했다. 윈터스 회장이 공항으로 이동하는 차 안. 비행기 탑승까지 남은 시간은 20분. 이 짧은 시간 동안 박 행장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의 인터넷은행 성공사례와 SC그룹의 한국 지원 필요성, SC제일은행의 인터넷은행 참여 효과를 설명했다. 차량 안에서 콘퍼런스콜에 응했던 윈터스 회장은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Go for it. Okay.”

취임 6년 차를 맞은 박 행장은 영어가 유창하지 못해 본사와 회의할 때 통역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토스 지분 참여를 설득한 일화를 듣자면 수려한 발음이나 유창한 어휘 구사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는 말로 정리된다. 그의 ‘뚝심’과 ‘진정성’이 내리막길을 걷는 SC제일은행을 상승세로 다시 돌려놓고 새로운 도약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듣는 배경이다. 박 행장은 2015년 취임 이후 꾸준히 ‘하이브리드’를 생존 전략으로 제시했다. 6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서도 “로컬과 글로벌의 만남, 한국 최고의 현지화된 국제은행”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과의 경쟁은 무의미하고 따라갈 수도 없다는 판단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제일은행의 전통과 SC의 글로벌 역량을 묶어 ‘강소은행’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었다.

취임 이후 전국 점포 수 중 3분의1가량을 과감하게 줄이고 자산관리(WM) 부문을 강화했다. 매장에 방문해야만 자산운용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체제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 자산관리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목표였다. 은행 앱을 통해 펀드에 가입하는 모바일 펀드 서비스에 이어 외화 펀드로 영역을 넓히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어갔다. ‘비대면·디지털·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기업금융 역시 강화했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적중했다. 취임 첫해인 2015년 2,858억원의 적자였던 실적을 1년 만에 ‘턴어라운드’시켰다. 2016년 2,2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에도 흑자를 이어갔다. 그는 “어차피 우리가 지점 영업으로 국내 시중은행을 이길 수는 없다”며 “핵심 영업점을 중심으로 자산관리를 강화하고 비대면 영업 부문을 강화해 경쟁력을 확보해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3 인터넷은행 참여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박 행장은 토스뿐만 아니라 뱅크샐러드와 페이코 등 국내 대표 핀테크 회사들과 업무협약을 맺거나 금융상품을 공동으로 판매하고 있다. 앞서 모바일뱅킹을 다듬는 데도 적지 않은 신경을 썼던 게 박 행장이다. 스마트폰 키보드에 지정된 버튼만 누르면 송금과 계좌조회가 가능한 ‘키보드 뱅킹’서비스를 2018년 1월 내놓았다. 그보다 한 해 앞서 공인인증서 없이 간편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기능을 담은 셀프뱅크도 선보일 정도로 디지털 금융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젊은 고객층’. 박 행장은 “토스는 1,300만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20대에서 40대까지 포진돼 있다”며 “디지털에 익숙한 이들 고객은 금융수요가 강해 토스와 SC제일이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제3 인터넷은행 참여가 SC그룹의 한국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의지로 해석된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었다. 수년간 ‘SC 철수설’에 시달려온 경험을 고려하면 한국에 투자하는 글로벌은행으로의 인식전환을 만든 셈이다. 지난해 SC그룹에 후순위채를 발행해 투자를 유치한 것도 마찬가지다. SC그룹은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뚜렷한 투자가 없었지만 박 행장은 그룹 중간배당보다 많은 후순위채권을 본사가 인수하도록 해 투자 효과를 높였다.





박 행장은 SC그룹의 ‘글로벌’ 역량을 최대치로 높이며 ‘디지털’ 강화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동안 ‘전통의 강호’라는 타이틀 역시 소홀하지 않았다. 잃어버렸던 ‘제일’이라는 이름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상제한서’가 이제는 낯선 조어가 돼버렸지만 국내 시중은행은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으로 요약됐던 시절이 있었다. IMF 경제위기를 거치며 이들 이름이 모두 사라졌다. SC그룹도 제일은행을 인수한 후 2012년 글로벌 브랜드 통일성을 위해 ‘제일’을 뺀 한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은행)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박 행장은 행장 취임 이후 이것부터 바꿨다. 긴박한 상황은 2019년 10월11일 못지않았다. 글로벌 브랜드 원칙상 도입된 회사명에 대해 첫 내국인 출신 행장이 ‘제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룹 고위 경영진이 쉽게 동의를 하지 못하자 박 행장은 “토종 브랜드인 ‘제일’을 사용하게 해주면 흑자로 전환시키겠다”고 그룹 이사회에 약속했다. 수년간 적자를 이어온 은행이 이름 하나 바꿔 흑자 전환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박 행장은 자신했다. ‘제일’이라는 이름에 신뢰를 갖고 추억과 믿음을 보내줄 고객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제일은행으로 입행해 35년 이상 영업 부문에서 근무한 ‘영업맨’의 감각은 적중했다. SC제일은행 자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SC제일은행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브랜드 인지도와 은행 이용률이 각각 2.7%포인트, 4.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흑자전환도 성공했다. 앞으로 강한 기업금융과 함께 소매금융을 역시 영업력을 다시 끌어올려 수익구조 다변화에 힘쓸 예정이다.

뼛속까지 ‘영업맨’ 박 행장의 롤모델은 그의 어머니다. 박 행장의 어머니는 청주에서 식료품과 잡화를 파는 작은 가게를 운영했다. 늘 덤을 많이 줬다. 박 행장은 “어머니 장사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며 “밑지고 판 손님이 단골이 되고 그 손님이 또 다른 사람을 데려오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오히려 후하게 대해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 그게 어머니께 배운 ‘영업’이었다”며 “단순히 규모를 키우기 위해 경쟁하는 것보다 SC제일은행만이 갖고 있는 장점으로 고객의 마음을 얻을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He is…]

△1955년 충북 청주 △1974년 청주고 졸업 △1979년 경희대 경제학과 졸업 △1979년 제일은행 입행 △2004년 강남·부산 PB센터장 △2006년 PB사업부장 △2007년 영업본부장 △2009년 프리미엄뱅킹사업부장 △2011년 소매채널사업본부장 △2014년 리테일금융총괄본부장(부행장) △2015년~ SC제일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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