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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가십 벗어나 ‘평화적 합의통일’ 고민해야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김정은 안위 추측·기대 난무하지만

北 지도자 유고 더 큰 불안 부를수도

獨 통일모델 연구 한국 적용 계획 마련

시나리오별 통일 연계방안 모색을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지난 20일 CNN 방송 보도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상태에 대한 보도와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정부는 특이동향이 없다면서 부정하고 있지만 심각한 상태라는 추측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지속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경 폐쇄로 경제난이 극심해진 상황이라 북한의 장래가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일부에서는 북한 지도자의 유고가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1994년 김일성과 2011년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 때 경험했듯 실제는 그렇지 않다. 내부적인 절차를 거쳐 새 지도자가 들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지도자가 더욱 평화적이거나 합리적일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 남북한은 유엔에 동시 가입한 별도의 국가로 인정되고 있어 그 과정에서 다소의 불안정이 발생하더라도 한국이 헌법 제3조에 의해 북한 지역으로 행정력을 확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유엔의 이름으로 미국·중국·러시아를 비롯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 북한을 관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이 2009년께 검토한 내용이라며 북한 붕괴 시 주변국들과 한국이 북한을 분할통치하는 방안을 보도하기도 했다. 평양은 미국·중국·러시아·한국이 공동으로 담당하면서 평안남도와 황해남북도는 한국, 강원도는 미국, 함경남도와 평안북도 및 자강도·양강도는 중국, 함경북도는 러시아가 통제한다는 것이다. 동맹국인 미국조차 헌법 제3조에 의한 한국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북쪽의 넓은 지역을 할당해줄 정도로 중국과 러시아의 연고권을 인정하고 있다.



북한 지도자의 안위에 대해 국민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통일에 대한 희망이 워낙 크고 어떤 식으로든 통일의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북한 지도자의 안위만을 궁금해할 것이 아니라 통일의 기회가 발생할 경우 그것을 실제의 통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통일에 대한 열망과 북한 땅이 원래 우리 땅이라는 주장만으로는 국제사회와 북한을 설득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한국이 중심이 되는 소위 ‘흡수통일’을 언급하지만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언급 자체가 북한을 적대적으로 만들 뿐이다. 헌법에 명시돼 있듯 우리는 평화적 통일을 달성해야 하고, 그러자면 통일은 북한 정부와의 합의하에 추진돼야 한다. 그래야 주변국들의 분할 의도를 차단하고 통일 과정에서 예상되는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다. 이러한 ‘평화적 합의통일’ 모델은 이미 동서독 통일에서 제시됐다. 서독은 동독의 새 정부가 통일을 선택하도록 유도한 후 투표를 통해 동독 주민의 동의를 확인했고, 그 결과 아무 불상사 없이 평화적으로 통일할 수 있었다. 한국과 독일의 상황은 다르다며 우리만의 독특한 모델을 찾을 것이 아니라 독일의 통일 과정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그것을 한반도에 적용할 수 있는 세부적인 방안을 개발·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독일의 전례를 따를 경우 국제사회는 지지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북한 지도자의 안위를 가십으로 다루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의 반발만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에리히 호네커 동독 서기장의 사임으로 동독 정정이 불안해졌을 때 서독은 동독 정정의 조기 안정을 적극 지원했고 동독 국민들의 자존심을 손상시키지 않고자 노력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동독 출신이라는 것만 봐도 서독이 동독을 얼마나 포용하고자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도 북한이 안정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흡수통일과 같은 용어는 언급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통일 여부를 포함한 그들의 장래를 북한 스스로 결정하도록 기다려야 한다. 그들이 통일을 결정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수용하면서 평화 공존의 관계로 지낼 수 있어야 한다. 동독과 달리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면서도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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