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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부동산 통계에는 나오지 않는 것

김흥록 건설부동산부 차장





지난 2017년 초에 서울 입성을 위해 집을 알아본 적이 있었다. 당시 마포의 새 아파트 입주권 가격이 5억7,000만원이었는데 대출 부담으로 고민하다 못 샀다. 지금 13억원이 됐다.

30대 이상이라면 흔한 형태의 경험이다. 대화 자리에서 이런 주제가 시작되면 이내 서로의 경험담이 쏟아진다. 가끔 1970년대 강남이 미나리밭 시절이었던 부모님 이야기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세대에 걸쳐 이어지는 안타까운 사연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서로의 가슴 속에 ‘다시는 부동산 구입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이 불타오르게 된다.

다만 진입 시점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에 장삼이사들은 일단 어떻게든 서울 아파트를 사자는 쪽으로 전략을 세운다. 여하튼 부동산 상승기는 다시 올 테니까 장기전을 각오하고 지금 들어가려는 것이다. 시세보다 수억원 낮게 공급되는 청약 시장은 눈에 보이는 찬스다. 그런데 40대 중반까지는 아파트 가점제 청약에 당첨되기 어렵다. 이에 오피스텔 청약이나 무순위 ‘줍줍’에 수요가 더 몰린다. 3명 뽑는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줍줍에 26만명이 몰렸다.

기존 아파트 시장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진입해야 한다. 엄두도 안 나는 9억원대보다는 대개 6억원 이하 아파트가 목표다. 중저가 아파트 수요가 많다 보니 가격이 올라 저렴한 집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2017년 8월 만해도 서울에 84만가구에 달하던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이제 39만가구만 남았다.



2020년 6월 부동산 시장의 모습은 결국 ‘돈은 없지만 서울에 아파트 하나 갖고 싶다’는 평범한 바람의 결과물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를 주도한 이들도, 최근 오피스텔 당첨 주요 연령층도 모두 30대다. 이는 서울 부동산의 핵심 수요층이 자산이 많은 50~60대, 또는 투기꾼이라기보다 자산 증식의 기회를 몇 차례 목격한 평범한 젊은이들이라는 의미다.

정작 부동산 정책은 교묘하게 수요를 비껴간다. 사람들은 평범한 아파트 가격이 진정되기를 바라는데 당국은 강남 잡기에 집중한다. 강남을 잡으면 다른 동네도 떨어졌던 경험칙 때문이겠지만 결과는 강남 집이 1억원 떨어지는 동안 6억원대 집은 2억원 올랐다. 사람들은 아파트를 사고 싶어하는데 공급하겠다는 집은 기숙사나 소규모 주택이 태반이다.

정부 통계로는 4월 들어 강북 집값도 떨어진다고 한다. 최근 무악재 근처 집을 알아봤다는 지인은 “조정기라는데 부동산에 집 구하러 온 사람들 천지더라”고 했다. 당국자들이 통계로만 판단한다면 장기적인 시장 안정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6억 아파트 비율은 정부 통계에 없고 집을 사고 싶어하는 열망이 여전하다는 현실도 통계에는 안 나온다. 당국이 봐야 하는 건 통계의 이면이다. 수요자는 과연 누구이며 이들의 눈과 마음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다.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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