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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후벼파기] 경기는 바닥이라는데...주식은 '지붕 뚫고 하이킥' 어디까지 갈까

3월 코로나 펜데믹으로 폭락했던 코스피

연중 저점 대비 43.19%↑...코로나 이전 회복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주식시장만 나홀로 활황

정부 재정 풀고, 한은도 금리 인하...부동자금 1,100조

돈의 힘이 증시 밀어올리는 '유동성 장세'

'말리는 말에 올라타라' vs '끝물에 상투잡으랴'


※이슈는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습니다. 넓고 깊게 살펴야 이슈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열쇳말로 이슈를 분석하는 <이슈 후벼파기>입니다.





주인공 : 주식시장

주제 : 유동성 장세에 대처하는 직장인의 자세

열쇳말: 황소, 세종대왕, 사돈의 땅, 말과 상투

개요: 요즘 직장인들이 점심 시간에 주식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습니다. '개미지옥'만 경험하다 처음으로 주식계좌에 빨간 불이 계속 켜지는 것을 보며 놀라워하는 A씨. 주식의 '주'자도 몰랐던 아내가 아이 학부모 모임에 다녀왔다가 "오빠, 옆집 개똥이네 엄마가 최근에 주식 투자해서 3,000만원 벌었데"라며 주식투자를 권하는 모습에 당황했다는 B씨. 아내 몰래 신용 대출을 받아 산 주식이 최근 한달 사이 급등해 회사에서 하루 종일 싱글벙글한 C씨 등 과거에 전혀 보지 못했던 점심 풍경입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비유를 했다간 '너 기자 맞냐', '어느 나라에 살고 있느냐', '개미를 능욕한다'와 같은 살벌한 댓글과 반응이 주를 이뤘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두 달 간 국내 증시 상황을 본다면 전혀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 번 직장인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는 저 역시 주식시장 입문 6년 만에 처음으로 제 주식계좌에 '빨간 불'의 향연을 목격하고 있으니깐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고, 한은도 금리 인하라는 통화정책을 써가며 보조를 맞추는 상황인데 주식시장은 딴 세상인 것 같습니다. 마치 양 팔을 벌리며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던 방송인 강호동 씨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국내 주식시장은 왜 계속 오르는 것일까요. '얇은 지갑'때문에 늘 고민하는 직장인들은 이번 만큼은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요.

열쇳말1. 황소(bull market)

'1457.64 vs 2,147.00'

감이 오시나요? 맞습니다. 올해 연중 코스피 최저점(3월19일)과 지난 3일 기준 코스피 지수를 대비해 놓은 것입니다. 둘 사이의 차이가 무려 689.36 포인트입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3월 코스피는 고삐 풀린 말처럼 추락을 거듭하며 1,457.64포인트(3월19일)까지 떨었죠. 연초 2,250.67포인트까지 치솟던 코스피가 코로나가 본격화하면서 35.24%나 폭락한 겁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 행렬에 나서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파란 불 일색이었죠. 이럴 때면 주식 투자자는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는 게 상식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반전됩니다. 다들 알다시피 개미들이 엄청난 규모로 주식을 쓸어 담으며 추가적인 폭락을 막은 것이죠. 허둥지둥한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가 코로나 확산 초기부터 방역 시스템을 제대로 가동하며, 위기 극복의 가능성을 보여준 점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3월 19일 1,457.64포인트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이후 반등에 성공하며 두 달여 만에 2,000선을 돌파했습니다. 주식시장만 놓고 보면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복원된 것이지요. 코스피의 연중 최저점 대비 상승률(43.19%)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습니다.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를 기준으로 미국과 독일(30%), 영국(20%), 일본(23%), 중국(5%) 등을 크게 앞섭니다. '황소장'(bull martket·상승장을 황소에 비유한 주식 용어)이 따로 없습니다.

열쇳말2. 세종대왕과 신사임당

경기는 바닥인데 유독 주식시장만 '지붕 뚫고 하이킥' 하는 이유는 뭘까요.

먼저 '돈의 힘'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올 스톱' 될 위기에 처하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발빠르게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대응했습니다. 블룸버그가 제공하는 '통화공급지수'를 보면 코로나19가 펜데믹으로 확산된 지난 3월부터 크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화공급지수는 주요국 M2(광의통화·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을 의미하는 '협의통화(M1)'에 만기 2년 미만의 정기 예·적금 및 금융채, 시장형 상품, 실적배당형 상품 등을 더한 것으로 시중에 돈이 얼마나 풀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를 합산해 만든 지수입니다. 지난 3~4월 글로벌 증가율은 각각 6.8%, 7.85로 지난 1~2월(각각 4.3%, 4.0%)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지요. 재정과 통화정책 모두 역대급입니다. 정부는 지난 2일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규모를(28.4조원)을 뛰어 넘습니다. 올 들어 세 번째입니다. 한 해에 3회 추경을 편성한 것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2년 이후 48년 만입니다.

한국은행도 나섰습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8일 0.75%인 기준금리를 0.5%로 0.25% 포인트 인하했습니다. 한은은 지난 3월 16일에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를 고려해 기준 금리를 0.75%로 낮추며 기준금리 0%대 시대를 열었죠.

돈은 증발하지 않습니다. 정부와 한은이 재정과 통화 정책으로 시중에 푼 돈은 어디로든 흘러가게 돼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부동산 시장이 가장 큰 수혜를 누렸을 겁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출범 때부터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죠. 주택담보대출 규제, 보유세 강화, 청약제도 개편 등 부동산 관련 규제들이 연달아 나왔습니다. 단기 부동자금이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구조인 것이죠.



전문가들은 시중에 넘쳐 있는 돈이 대신 주식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현재 상승장은 '돈의 힘'이 만들어 낸 유동성 장세라는 것입니다.

허황된 주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고요. 통계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국내의 단기 부동자금은 1,1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정확히는 1,148조원입니다.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 예금을 포괄하는 M1(협의통화)이 951조원, 머니마켓펀드(MMF) 120조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4조원, 양도성예금증서(CD)와 환매조건부채권(RP) 등 29조원,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 44조원 등이지요. 지난해 말의 1,089조원과 비교하면 석 달 사이 60조원 가량 급증한 것이지요. 요즘처럼 세종대왕(1만원권)과 신사임당(5만원권)의 얼굴이 새겨진 원화 지폐가 언론에 자주 등장한 적도 없던 것 같습니다.

금융시장의 부동자금은 투자처를 기다리는 일종의 대기성 자금 성격입니다. 통상 적절한 때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거나 부동산 등 다른 자산 시장으로 빠져나갑니다. 최근 부동 자금이 급증한 것은 금리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가운데 정부 규제와 코로나19 여파로 부동산 시장마저 흔들렸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말인 즉슨 부동산으로 가지 못하는 자금 중 상당액이 추가로 증시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죠. 최근 두 달 사이 '수익률'이 따박따박 쌓이고 있는 주식시장을 시중의 부동자금이 외면하기 어려울겁니다.

열쇳말 3. 사돈의 땅

유동성 장세라고 해도 의문은 남습니다. 시중에 돈이 넘쳐난다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결국 '동학 개미 운동'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너무 많이 회자 돼 인용하기가 부끄럽습니다만, 개인의 폭발적인 매수세를 빼놓고선 현재 상승장을 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폭락장에서 개인은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을 11조5,000억원 가까이 사들였습니다. 금액 규모만 놓고보면 지난 1차 추경(11조7,000억원), 2차 추경(12조2,000억원)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습니다. 같은 기간 고객 예탁금은 12조3,000억원 늘었죠. 이 자금이 결국 주식시장으로 모두 흘러 들어갔다고 가정할 경우 3월 한 달에만 국내 주식시장에 23조8,000억원의 자금이 공급된 셈입니다. 4월과 5월에도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개인 순매수 금액과 고객예탁금을 더한 '개인 투자자금 순증'은 각각 4조8,000억원, 6조8,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008 금융위기 전후로 증시가 폭락했지만 이후 시장의 놀라운 복원력을 바라보면서 많은 개미투자자들이 '존버'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 것이 아닐까요.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 버는 사람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점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칩니다. 옛말에 '사돈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말이 있죠. 과거 주식에 크게 물려 '내가 다시 주식을 하면 사람이 아니다'고 다짐했던 직장인들도 옆 동료나 선후배, 심지어 가족들이 주식 투자로 돈 버는 모습을 보면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 난 사람이 아니라 개미였어. 한 번 해보자'라는 다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라 봅니다. 개인 매수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수급 측면에서 희소식도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이후 한국 증시를 강타했던 외국인 매도 공세가 최근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죠. 외국인은 3~4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3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14조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죠. 그런데 지난달부터 정보기술(IT), 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주식을 조금씩 사 모으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10거래일(5월19일~6월1일) 가운데 6거래일을 순매수했습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약세를 보였던 원화 가치가 최근 안정을 되찾으면서 외국인의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관측합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달러화 등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면서 원화가치가 급락(달러대비 원화 환율 상승)했었는데, 세계 경제가 코로나 충격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원화가치도 안정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죠. (외국인은 달러를 원화로 바꿔 국내 주식을 산뒤, 차익 실현할 때 즈음 원화를 다시 달러로 바꿉니다. 주가가 10% 올라도 원화가치가 그만큼 떨어지면 나중에 달러로 바꿀 때 수익률은 0%가 돼죠.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 입장에선 환율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 잊고 있던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던 지난 3월 16일 상장 주식 전 종목에 대해 6개월 간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죠.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증시 상승의 배경엔 공매도 금지 조치가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조치가 없었다면 증시가 과열됐을 때 공매도가 크게 늘면서 긴 조정장이 펼쳐졌을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9월 중순까지는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스트레스에선 벗어날 수 있겠죠.

열쇳말 4. 말(horse)과 상투

자, 이제 결론입니다. 그렇다면 직장인 입장에서 지금 주식시장에 들어가는 것이 맞을까요. 아니면 지켜보는 게 맞을까요. 일단 국내 증시가 당분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다만 코로나를 제외하고도 대외 변수가 많기 때문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미·중 무역 갈등, 미국 내 인종 차별 격화, 국제 유가 향배 등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분석은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말에 비견될 만큼 변별력이 없는 분석이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달리는 말(horse)에 올라타야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처럼 뒤늦게라도 주식시장에 뛰어 들어 주식 계좌의 잔고를 늘리는 게 맞을까요. 막상 투자에 나서려니 '끝 물에 상투 잡는다'는 증시 격언이 마음에 걸립니다. '달리는 말에 타고 싶은데, 상투 잡기는 싫은' 직장인들에게 조심스럽게 조언드립니다. (참고로 기자는 최근 유동성 장세에서 아래와 같은 지침을 준수해 쏠쏠한 수익을 얻었습니다.)

"기업가치와 가격 사이의 괴리가 큰 종목 중에 앞으로 괜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꾸준히 사라. 첫째는 매출액이 과거에도 늘었고, 앞으로도 늘어날 회사다. 둘째는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는 회사다. 셋째는 산업 군이 최근 트렌드와 역행하지 않는 회사다."

/서민우기자 ingaghi@lifeju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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