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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현장] 손잡고 함께 가야 할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

조신희 주피지 대한민국 대사

해수면 상승으로 위기 직면한 나라

수산·관광업 키우며 희망 잃지 않아

日 강점 등 韓과 역사·문화도 유사

기후변화 등 다방면에 협력 강화를





‘에메랄드빛 바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몰디브·세부·하와이 등 떠오르는 장소가 있겠지만 키리바시를 떠올리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필자가 남태평양의 허브인 피지에 근무하면서 주변의 키리바시·투발루·나우루·마셜제도·미크로네시아를 관할하면서 직접 방문하고 경험해본 바로는 키리바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갖고 있다. 호주 동북부 적도 부근에 위치한 키리바시의 국토 면적은 부산(770㎢)보다 조금 큰 811㎢이지만 33개의 산호섬으로 널리 퍼져 있다. 날짜변경선에 가장 가까워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나라라는 점도 흥미롭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평균 해발고도가 2m 정도인 환초 섬으로 이뤄진 키리바시는 나라 전체가 바닷속에 잠길 수도 있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미 2개 산호섬은 물에 잠겼으며 염분이 토양에 침투해 농작물 생산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한때 키리바시 사람들은 나라가 잠기고 있다는 눈앞의 현실 앞에서 정책적으로 ‘존엄한 이주’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키리바시 사람들은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키리바시 정부는 지난 2017년 ‘키리바시 20년 비전’을 발표하고 국가의 주요 산업인 수산업과 관광업 발전을 통한 사회경제 발전을 추진하면서 미래를 향한 희망을 잡고 있다.



1980년 5월에 수교한 한국과 키리바시는 지난달 수교 40주년을 맞이했다. 키리바시는 알고 보면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다. 키리바시는 넓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보유하고 있고 수산자원이 풍부해 전 세계 참치 어선들이 몰려드는 주요 어장이다. 우리나라도 참치 어선 100여 척이 남태평양에서 조업하면서 여기에서 우리나라 전체 참치 어획량의 절반 이상을 잡고 있는데 그 중심수역이 바로 키리바시이다. 2017년에 한-키리바시 간 수산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올해 5월 양국 간 수산자료 공유에 관한 MOU를 체결하는 등 수산분야 협력이 활발하다.

또한 키리바시는 우리의 일제강점기 슬픈 역사와도 연이 닿아 있다. 키리바시의 수도 타라와는 제2차 세계대전 격전지였던 곳으로 일본에 의해 강제동원된 1,000명 이상의 조선인들이 이곳에서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타라와에는 조선인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비도 세워져 있다. 지난해 미국·일본과의 협력으로 타라와에서 발견된 한 분의 희생자 유해 신원을 확인함에 따라 조만간 국내로 봉환할 예정이다.



문화적으로도 연장자 우대 및 가족 중시 문화 등 유사성을 갖고 있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우리 문화에 호감을 갖고 있는 키리바시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인구 약 10만명의 작은 섬에서 태권도 수련인구가 약 300명에 이를 정도로 태권도에 대한 관심도 높다. 키리바시 국민의 흥겨운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성향상 케이팝(K-POP)이 확산할 잠재력도 매우 커 보인다.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우리 정부는 2018년부터 키리바시에 친환경에너지인 해수온도차 발전 플랜트 개발을 지원하는 등 협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녹색 성장, 지속가능한 발전, 파리기후변화협정과 같은 지구적 목표 달성 가속화를 위한 제2차 P4G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 분야의 선도적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어 키리바시에 있어 사활이 걸린 문제인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서도 앞으로 협력 가능성이 높다.

수교 40주년을 맞는 올해는 그동안 쌓아온 우호협력을 바탕으로 양국이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해 양국관계가 한층 더 발전하고 국민 간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는 ‘에메랄드빛 바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키리바시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질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면서 남태평양 섬나라에서 양국의 협력 확대 기회를 모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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